어린 시절 성룡영화에 매료돼 자칭 타칭 액션 키드로 성장해온 류승완 감독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정두홍 감독과 나란히 공동주연으로 액션영화 [짝패]를 만들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감독, 배우, 각본, 제작의 1인 4역을 맡았
73년생인 류 감독은 배우 류승범의 형으로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로 일약 충무로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혜성같이 나타났습니다. 독특한 스타일의 형식미와 날 것 그대로의 한국적 액션, 폼한번 재보려다 허무하게 배신당하는 폭력세계의 비열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함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 [다찌마와리],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같은 작품에서 일관되게 액션과 무협을 선보여 왔습니다.
시사회날 인터뷰때 류 감독은 왜 주연까지 맡았냐는 질문에 “일단 비용 대비 성능이 괜찮아서…….”(일동 웃음)라며 “그동안 만든 영화에서 배우들에게 전율을 느낄 만큼의 액션연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고, 나이 들어 더 시간이 지나면 영원히 못 만들 것 같아서 제작을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의 온천도시 온성(류감독의 고향인 온양을 지칭하는 듯 합니다. 배우들도 모두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를 써서 조폭 액션 영화의 충청도 버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에서 성장하고 지금은 서울에서 형사생활을 하고 있는 태수(정두홍)는 죽마고우 왕재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갑니다. 주먹계에 있다 조직을 친구 필호(이범수)에게 넘기고 필호의 동생 미란(김서형)과 결혼해서 자그만 술집을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네 양아치들과 시비가 붙어 결국 살해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여러 가지 수상쩍은 냄새를 맡습니다.
태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일주일 더 머물기로 하고 석환(류승완)과 함께 이곳저곳 알아보고 다니는데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패거리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동네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며 개발붐으로 들떠있는 반면 필호가 서울에서 내려온 돈 많은 사업자와 카지노 유치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려가지 문제점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영화포스터의 카피에 액션활극을 표방했듯이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액션연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그가 이끄는 서울 액션스쿨의 멤버들이 총출동해 홍콩이나 미국의 그것과는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추구합니다. 비보이들과 자전거를 등장시킨 액션씬의 참신함도 보여주고 정두홍의 첫 번째 액션 장면은 빠른 몸놀림의 화려함을 선보이고 마지막 최후의 결투에서는 비장미의 극한을 보여줍니다.
정두홍 감독은 인터뷰에서 “홍콩 액션과 우리나라 액션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홍콩은 화려한 기교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가벼움이 있지만 우리 액션은 민족 정서에 기초한 한과 신명을 표현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최후의 결투 장면에서 이런 비장감에 뜨거워지는 가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칼이 등장하면서는 잔인함 때문에 비장감의 맛이 반감하는 단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당초 관람 등급을 의식해서 잔인한 장면을 절제해서 편집했는데 막상 18세 등급을 받고 보니 원래 찍었던 대로 다 집어넣어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해 볼 수 있도록 편집했다고 합니다.
액션뿐 아니라 가상도시 온성을 무대로 개발과 비리를 소재로 한 이야기 구조도 우리나라 어느 지방도시에서 벌어질 듯 한 일로 설득력과 짜임새가 있습니다. 액션영화의 주인공 하면 겉으로는 비장함과 결연함을 추구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의리와 정이 남아있어 불의에 맞선다는 공식의 틀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류승완, 정두홍 콤비의 액션은 훌륭하지만 기자로서 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인지 연기 부분에서는 약간 몰입에 지장을 느꼈지만 바로 이 부분은 이범수라는 배우의 탁월한 연기가 넘칠 정도로 가려줍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릴때부터 꼬붕에 머물렀던 콤플렉스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야욕으로 똘똘 뭉친 악역을 훌륭하게 연기합니다. 웅얼웅얼 거리는 식으로 간간이 내뱉은 애드리브 성 대사들은 이 영화의 윤기를 더해주는 양념으로 이런 영화들이 범하기 쉬운 심각한 똥폼으로 흐르는 오류에 빠지지 않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강한 눔이 오래 가는 줄 알었더니 오래 가는 눔이 강한 눔이더라~” 또 사우나 장면의 의외성을 눈여겨 봐야할 듯 합니다.
다만 액션 활극을 표방한 영화치고는 액션 장면의 대다수 부분을 핸드 헬드로 찍어 많이 흔들리는 바람에 몸의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다소 방해가 된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액션과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조금 과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류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이전 작품들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성숙미와 형식적 완성도를 갖춘 업그레이드를 보여줍니다. 재능과 집중력을 갖춘 류감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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