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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성 표기 불이익 최소화 대책마련

입력 : 2006.04.24 15:08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의 성 표기에 획일적으로 두음법칙을 적용키로 한 지침이 일부 후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을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은지 한 달이나 지나서 결정하는 바람에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과 함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4일 "후보자의 성 표기에 두음법칙을 적용키로 한 것은 대법원의 호적예규를 따른 것이지만 이로 인해 일부 후보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관위원들이 결정한 틀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자 성인 '柳, 李, 羅'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두음법칙을 적용, '유, 이, 나'로 표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확정한 뒤 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한편 일선 선관위에 시달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3월 19일) 전인 지난달 16일 한 출마예정자의 관계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질문을 공식적으로 접수하고도 1개월 이상 아무런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서울 중구청장 예비후보인 류재택(46)씨와 경기 양평군수 예비후보 류병덕(65)씨, 경남 김해시장 예비후보 류신현(50)씨, 부산 남구 시의원 후보 류광태(38)씨 등 '류'씨 성을 사용해 온 전국의 예비후보 20여 명이 지난 한 달 간 벌여온 선거운동이 빛을 바라게 됐다.

중앙선관위는 또 지침에서 '류'를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예비후보의 경우 각종 홍보물에 '유'와 '류'를 나란히 쓸 수 있다는 보완책을 제시했으나 정작 투표용지에는 '유'만 표기하기로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류광태 후보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용지에는 '유'만 기재되는데 홍보물에 '유'와 '류'의 병기를 허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선관위의 또 다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면서 "선관위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법원의 호적예규를 따른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또 대부분의 행정행위와 사회생활이 주민등록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대 행정학과 강재호 교수는 "일종의 고유명사인 성명을 맞춤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바꾸라는 것은 성명이 가지는 브랜드 가치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선관위가 공문서에도 나와 있는 성명을 못 쓰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 "맞춤법은 시대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성명도 맞춤법이 바뀔 때 마다 바꿔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신분증은 주민등록에 등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발급되고 있으며 호적은 가족관계 등을 증명하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앙선관위가 성 표기에 대한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최소한 5.31 지방선거 때까지는 그동안의 관행을 인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정용하 교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홍보와 준비기간을 거쳐 혼란을 줄여야 하는데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갈등의 소지를 제공하고, 개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