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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의 진실 - 독특한 캐릭터, 창조적 더빙

남상석

입력 : 2006.04.10 07:24

3D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0% 더빙판으로 국내 개봉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보통 자막판과 더빙판으로 개봉해 자막 읽기가 버거운 어린이들은 더빙판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린이 이외


3D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0% 더빙판으로 국내 개봉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보통 자막판과 더빙판으로 개봉해 자막 읽기가 버거운 어린이들은 더빙판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린이 이외의 관객과 수준이 떨어지는 더빙에 실망했던 사람들은 자막판을 감상하곤 했습니다.

9살 제 아들도 극장을 찾아 애니메이션을 볼때나 집에서 DVD로 볼때 꼭 우리말 더빙을 고집합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주말의 명화 등에서 간혹 작품성 높은 영화를 방영할 때 자막판을 선택하면 시청률이 급감한다고 합니다. 작심하고 극장을 찾는게 아니라 안방에서 편안하게 보는 시청자들에게 자막을 읽는 수고가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되는 경우가 많고 또 기껏해야 3-40인치 되는 TV 화면에 자막이 두세줄 들어가면 화면을 많이 가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의도적으로 각국 언어로 번역했을때 자막이 한 두줄이 넘지 않게 대사를 짧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미국 평론가들은 내용이 부실해진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빨간모자...]가 이렇게 자신있게 더빙판만 개봉한 이유는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노홍철 등 유명 배우와 연예인이 더빙을 맡아 원본을 능가하는 색다른 지역화에 성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요리책이 도난당하면서 위기에 빠진 숲속 마을에서 케�亮兀乍�나선 빨간모자 소녀(강혜정 목소리)가 할머니 집을 찾았는데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가 소녀를 맞습니다. 영리한 소녀는 늑대를 알아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데 할머니(김수미 목소리)가 온몸이 꽁꽁 묶인채로 벽장에서 뛰쳐나오고 동시에 엄청난 덩치의 도끼맨이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도끼를 휘두르려 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경찰과 개구리 탐정(임하룡 목소리)이 출동해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요리책을 둘러싼 음모에 대해 4명의 당사자들은 자기 입장에서 사건 전후 맥락을 이야기하고 의심가는 용의자를 지목하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같은 상황을 4명의 인물들이 각각 다르게 이야기하며 조금씩 바뀌고 실체가 드러나는데 그 짜임새가 정교합니다.

잘 알려진 동화 빨간모자 소녀에서 출발하지만 등장인물들을 전혀 의외의 특성과 경력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수사물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소녀, 늑대, 할머니, 도끼맨의 숨겨졌던 실체가 드러나는 의외성을 보여주고 목소리 연기자의 개성과 특성을 잘 살리고 또 애드립에 가까운 번역의 한국적 창조도 웃음을 유발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해주고 줍니다.

심심하다 싶으면 등장하는 의외의 액션 장면- 특히 할머니의 액션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고난도의 묘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재치와 유머로 무장한 등장인물들에 번역과 더빙의 창조적 적용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만 독특하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데 의미가 있고 앞으로 다른 수입 애니메이션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