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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다세대 주택.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하는 장판임 할머니의 낡은 셋방에 반가운 손님들이 방문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무료로 도배를 해주고 있는 이들은 은평구의 '도배봉사단'.
[권형열(60세)/자원봉사자 : 헌집이라서 지금 벽지를 전체적으로 뜯으려면 한도 끝도 없어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속은 다 썩었어요, 외부에서 습기다 뭐다 해서...]
장 할머니의 방은 볕이 전혀 들지 않는 반지하.
벽지는 습기를 먹어 울퉁불퉁하고 곰팡이도 여기저기 피었는데요.
허리디스크와 전신관절염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장 할머니는 오랜 통증 때문에 표정조차 굳었지만 이들의 방문이 고맙기만 합니다.
[장판임(74세) : 좋아요, 좋은데 내가 아파서 이렇지...]
6명의 회원들이 벌써 4년째 함께 하고 있는 '도배봉사단'.
일 년에 평균 사십 가구의 집을 도배하는 이들은 함께 해온 세월 만큼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도배를 하기 위해 짐을 빼는 동안 한쪽에선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내고, 또 한쪽에선 새로 바를 벽지를 재단하는데요.
[고금성(53세)/자원봉사자 : (어떤 작업부터 시작하는 건가요?) 남자들은 천정 울퉁불퉁하고 지저분한데 뜯고요, 저는 풀 개고, 준비작업이죠.]
풀 개는 일까지 끝내고 나면, 모든 준비작업 끝.
본격적으로 벽지를 벽에 바르기 시작합니다.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이들은 직업이 모두 도배기술자지만 봉사를 하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김학철 (63세)/자원봉사자 : 제가 집에서 일을 하다가 눈을 다쳤어요, 그래서 시각장애 6급이거든요. 뭘 좀 해야 되는데 여럿이 함께 해가지고 어려운 분들 돕게끔 하자고 해서 하다 보니까 여러 해가 됐네요.]
막내인 이동헌 씨도 봉사를 통해 세상사는 공부를 하게 된다는데요.
[이동헌(31세)/자원봉사자 :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게 많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6년 전 당한 교통사고로 지금껏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홍일점 고금성 씨는 봉사로 인해 자신도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고금성(53세)/자원봉사자 : 얼마나 좋아요, 뿌듯하고.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살아있는 정을 느끼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정오가 한참 지난 오후.
봉사단은 장 할머니와 함께 늦은 점심을 먹는데요.
주고 받는 이야기에 정도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도배가 끝난 후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점검하는 일 또한 봉사단의 몫인데요.
[이동헌(31세)/자원봉사자 : (뭐하고 계신 거예요?)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합선위험 때문에 다시 한번 감아주고 있는 거예요.]
사랑으로 덧입혀진 깨끗한 집안.
장 할머니의 얼굴도 환해진 집 안 만큼이나 밝게 빛납니다.
[장판임(74세) : 좋아요, 너무 좋아. 예, 고마워요, 그냥 나 병이나 싹 나았으면 좋겠어.]
웃음꽃이 활짝 핀 할머니를 보며 봉사단의 마음 또한 뿌듯한데요.
[고금성(53세)/자원봉사자 : 너무 좋죠, 할머니 얼마나 좋아하세요. 우리 들어올 때는 얼굴이 흐릿하셨는데 이제 밝음이 됐어요.]
[김학철(63세)/자원봉사자 : 기분 좋아요, 봄단장 싹 해드리고 가니까 좋습니다.]
어둡고 습한 방을 깨끗이 도배해준 봉사단.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까지 되찾아준 행복전령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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