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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리용 -프랑스

김문환

입력 : 2006.03.23 21:56

&nsp; 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i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5.프랑스


 

--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i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5.프랑스

1)프랑스(France)

2,3,4,5,6,7,8,9)빠리(Paris) 루브르(Louvre)

10,11,12,13,14,15)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

16)리용(Lyon)--오늘 이야기

17,18,19,20)비엔느(Vienne)

21)오랑쥬(Orange)

22)베종라 로멘느(Vaison La Romaine)

23,24)님므(Nimes)


16. 리용(Lyon)

 

◆ 1. 역사의 고도 리용

 

리용(Lyon). 일단 발음부터 프랑스 냄새가 물씬 풍긴다. 프랑스어 발음의 특징을 들라면 목젖을 울리는 [r]발음과 끝이 철자 'n,m'으로 끝날 때 콧소리로 ['ㅇ' 받침(모음 위에 ~표시)]을 넣는 발음이다. 쉽게 영어식으로 하면 [Lyon]이 [리욘, 혹은 라이온]이 되지만 프랑스어에서는 콧소리를 넣어 [리용∼]이다. 리용은 프랑스 제 2의 대도시이면서 남프랑스 문화를 대변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빠리가 북중부 지방이면서 북유럽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면, 리용은 남중부에 위치하면서 남유럽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인다.

 

리용 시가지 전경. 로마시대 유적이 남아있는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로마시대 건물 잔해위로 기둥 하나가 외롭게 서있고, 그 앞으로 붉은 지붕을 인 간물들이 지평선까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리용. ⓒ김문환

 

TGV로 2시간이면 닿지만(빠리에서 6백 km가량 떨어짐), 빠리에 비해 햇빛이 많으며 햇볕도 더 따스하다. 도시 분위기는 빠리가 검은 색 지붕이 주를 이뤄 어두운 느낌인데 비해 리용은 붉은 색 지붕으로 색감이 밝다. 또 하나. 리용은 물의 도시라고 부를 만 하다. 알프스의 눈 녹은 물이 하나는 론느(Rhone)강이 돼 시가지 동쪽으로, 다른 하나 손느(Saone)강은 시가지 서쪽으로 흐르며 합쳐진다. 양수리에서 남북한강이 하나돼 황해로 가듯이 두 강이 리용에서 만나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지중해에 닿는다. 2개의 강이 빚어내는 멋진 수중도시의 전경...

 

강물과 푸르비에르 언덕. 필자 뒤로 강물이 넘실댄다. 강물 뒷편 언덕이 푸르비에르 언덕. 로마 유적과 갈로-로망 박물관이 자리한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무인전차가 인상적이다. 손느 강과 론느 강이 굽이쳐 흐르는 리용은 물의 도시라 부를 만 하다. ⓒ김문환

 

강가를 따라 늘어선 17,8c풍 고색창연한 건물들은 마치 열병식을 치르는 기병대처럼 강변 풍경에 위엄을 더해준다. 도시 서쪽 푸르비에르(Fourviere) 언덕에서 내려다본 리용 시가지는 흰 건물에 오렌지색 지붕, 푸른 강물, 비취 빛 하늘에 은은한 물안개가 조화롭게 뒤섞여 전혀 새로운 색의 향연을 선보인다. 탐방객의 혼을 쏙 빼놓는 리용의 아름다움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조에서 나온다. 갈길 바쁜 나그네의 발길을 한참이나 붙잡아 두는 또 하나의 매력은 강 건너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하루의 이별을 고하며 하늘 언저리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과객(過客)의 마음마저 여유롭게 만든다. 리용은 정녕 가슴깊이 젖어든 첫사랑의 기억만큼이나 애틋하면서도 서정적인 낭만이 오래도록 여운 속에 아로새겨지는 그런 곳이다.

 

대극장 유적.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가장 큰 유적인 로마시대 극장. 거대한 관중석에서 극장의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김문환

 

현대 산업사회와 고대의 향수를 동시에 간직한 유서 깊은 역사의 고도(古都), 리용. 석기시대 거주 흔적이 남아있을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살아온 지역인데... 고대 문명과 관련해서는 B.C 5c 프랑스 남부 해안 마르세이유(Marseille)에 둥지를 튼 그리스인과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발견된 그리스 아티카 양식의 도자기가 그 증거다. 리용이 도시의 기능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역사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여타 프랑스 도시처럼 로마시대다. 로마는 B.C 44년 루그두눔(Lugdunum)이란 이름으로 리용과 인연을 맺는다. 갈리아(오늘날 프랑스)를 정복한 카이사르가 트란스 알피나(알프스 산맥 너머 북부지방, Transalpina)를 다스릴 요충지로 루그두눔을 선택한 결과다. 카이사르는 5연대를 해산하면서 퇴역장병들을 이곳에 정착시켜 도시를 개발하도록 했다.

 

극장 관중석 잔해. ⓒ김문환

 

B.C 43년 총독 무나티우스 플란쿠스는 루그두눔에 동서대로인 데쿠마누스 막시무스, 이듬해 남북대로인 카르도를 건설했다. 이때 만든 데쿠마누스 막시무스는 오늘날까지 남아 리용의 중심도로 끌레베르(Cleberg)거리를 형성한다. 2천년 전 만든 도로를 아직도 주요 도로로 사용하는 일에 크게 놀랄 것 없다. 로마 문명권에서 이런 도시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로마에서 가깝고 기후도 좋은 루그두눔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졌다. 옥타비아누스 황제는 B.C 27년 자신의 오른팔이자 사위인 아그리빠를 루그두눔의 책임자로 보냈고, B.C 12년에는 재혼한 아내 리비아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드르수스를 보내 성소를 짓게 할 정도였다. 드르수스는 루그두눔에서 B.C 10년 미래의 황제가 될 아들 클라우디우스를 낳기도 했다. 황제의 고향이 된 루그두눔의 인구는 당시 5만명을 넘는 규모였다.

 

건물과 도로. 로마시대 건물과 도로 유적. ⓒ김문환

 

루그두눔은 2c 중반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원형경기장과 극장, 오데온, 4개의 수도교등을 갖추면서 절정의 번영기를 맞았다. 일반 도시는 대개 1개의 수도교를 만드는데 그쳤지만, 백만명의 인구를 가졌던 로마는 전성기 11개의 수도교를 사용해 도시민들의 식수를 해결했다. 루그두눔의 수도교가 4개였다면 만만찮은 도시규모였음을 말해준다. 루그두눔은 3c 이후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197년 미래의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와 알비누스 사이에 루그두눔을 놓고 권력투쟁이 벌어져 파괴가 잇따랏기 때문이다. 쇠퇴하던 루그두눔은 457년 게르만의 일파인 부르군트족이 들이닥치면서 로마군단의 깃발을 내려야 했다. 476년 라벤나에서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기 19년전이다. 이후 도시이름은 루그돈(Lugdon)이라고 불리다, 리용으로 바뀌었다.

 

◆ 2. 갈로-로망 박물관 모자이크

 

리용에는 로마의 자취를 들여다 볼 유적이 오늘날까지 다수 남아있다. 길이가 무려 85km에 이르던 기예르(Gier) 수도교 잔해가 아직도 1.5km나 뻗어 있다. 원형경기장은 물론 론느강 서안 푸르비에르 언덕에 거대한 극장과 오데온이 로마시대의 문화상을 증언한다. 사이좋게 나란히 붙어있는 극장과 오데온에서는 요즘도 하절기(夏節期)에 내리쬐는 태양빛이 가시고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무렵 각종 공연이 펼쳐져 로마의 전통을 이어간다.

 

술취한 헤라클레스--헤라클레스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탄탄한 근육질에 벌거벗은 헤라클레스는 방망이를 왼손에 들고 목에는 사자가죽을 걸쳤다. 헤라클레스가 오른손으로 잡은 인물은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는 근심어린 표정에 왼손으로 술취한 헤라클레스의 얼굴을 들어올린다. 맛이 간 헤라클레스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헤라클레스는 왼손을 젊은 사티로스의 어깨에 걸친 상태다. 화면의 왼쪽 끝엔 놀란 실레노스의 모습도 보인다. 실레노스가 여기선 근육질로 나온다. 술취하고 싶은 심정이 돼 봤거나 실제 만취해 본 사람은 헤라클레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갈수록 이런 정경은 구태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섬세한 표현기법이 회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1841년 리용 남쪽 비엔느에서 발굴했다. 리용 갈로 로말 박물관. ⓒ김문환

 

극장과 오데온 위쪽, 즉 푸르비에르 언덕 꼭대기에는 갈로-로망(Gallo-Romain) 문명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로마의 문명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물로 가득하다. 라틴어 명문이 새겨진 각종 비문과 조각, 유물은 물론 모자이크도 풍부하다.

 

헤라클레스. 이장면을 촬영하다가 그만 플래쉬를 터트리고 말았다. 리용의 갈로 로망 박물관은 플래쉬 사용은 물론 아예 촬영 자체가 금지다. 입구에서 부터 몰래 촬영해 나가다가 술취한 헤라클레스 장면에서 그만 실수로 플래쉬를 터트리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히 직원이 너그럽게 눈감아 줘 살아났지만... 촬영하고 싶은 다른 작품들이 더 있지만, 경비가 너무 심해 이쯤에서 뜻을 접어야 했다. ⓒ김문환

 

갈로 로망 박물관은 보관이나 전시에서 지중해 전역의 어느 박물관보다 뛰어나다. 아쉬운 점은 다른 박물관과 달리 엄격한 촬영금지 구역이란 것. 보는 것은 좋은 데 찍지 말라며 감시하는 눈을 따돌리고 몇 장 간신히 촬영했다. 급히 먹는 떡이 체한다고. 몰래 촬영하려 노플래쉬로 촬영한다는 게 그만 플래쉬 고정으로 버튼을 잘못 눌렀다. 인파에 떠밀려 다니는 루브르와 달리 리용의 갈로 로망 박물관은 적막하다고 할 만큼 관람객 수가 적다.

 

표범을 탄 디오니소스. 리용 갈로 로망 박물관. ⓒ김문환

바닥 모자이크--거대한 규모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무늬 가운데 '만'(卍)자가 눈에 띈다. 로마시대 자주 사용하던 곡천(Meander)무늬다. 독일 나찌의 상징이 아니다. 리용 갈로 로망 박물관. ⓒ김문환

 

숨소리도 들릴 듯 조용한 박물관, 그것도 어두컴컴한 전시장에서 플래쉬가 번쩍. 프랑스인들의 깐깐한 박물관 관리를 생각하면 큰일날 일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다행히 남자 직원이 빙그레 미소 경고만 보내는 게 아닌가? "휴--". 덕분에 술취한 디오니소스의 현란하게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촬영할 수 있었다. 스페인 메리다 박물관에서 비슷한 실수가 벌어졌는데, 글쎄 경찰을 부른다고 그 손님 많은데 생 난리가 났었다. "리용 박물관 아저씨. 'Merci, Monsieur' ".

 

원형 바닥 모자이크--키타라, 플루트, 피리, 연극용 마스크, 사람얼굴과 새날개를 가진 스핑크스가 등장한다. 리용 갈로 로망 박물관. ⓒ김문환

사자와 새. 리용 갈로 로망 박물관. ⓒ김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