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는 1981년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던 만화가 원작입니다. 원작 만화의 팬이었던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을 맡았습니다. 1605년 11월 5일 영국의 제임스 1세의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화약을 들고 의회 지하터널로 잠입했다가 체포되어 처
1605년 11월 5일 영국의 제임스 1세의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화약을 들고 의회 지하터널로 잠입했다가 체포되어 처형당한 가이 포크스의 이야기를 서두로 시작합니다. 시간은 4백여년이 흘러 2040년, 미국은 제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영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극단적인 보수주의자가 집권해 시민들을 곳곳에서 감시, 도청하는 삼엄한 통제사회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이 포스크의 가면을 쓴 브이(휴고 위빙)가 나타나 화려한 칼솜씨로 저항하며 다음해 11월 5일을 민중봉기의 날로 선포하고 의사당 폭파를 목표로 활약합니다. 방송국 조수로 일하는 이비(나탈리 포트만)가 밤거리에서 위험에 처하자 브이는 그녀를 구해주고 갈 곳 없게 된 그녀를 보호해주는데 이비는 브이의 신비스런 과거를 알아가며 그의 행동과 신념에 점점 이끌리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치체제를 뒤집어 엎는 저항과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와 기본 구도는 같습니다. 집권자와 저항자의 축에서 왜 저항할 수 밖에 없느냐를 제시하고 집권자의 대응이 묘사되는 등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이라 딱딱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각본은 정교한 짜임새로 브이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또 미래사회의 건물이나 첨단 장비 등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사방에 TV 스크린이 있는 유명 방송인의 샤워실은 살해당하더라도 저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치밀한 준비와 두뇌회전으로 재판소를 폭파하고, 방송국을 점거하고, 권력을 위해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던 고위인사들을 하나씩 찾아가 처단하는 모습은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빠른 호흡으로 전개됩니다. 매트릭스 만큼 화려하고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칼을 이용한 액션 장면의 미학적인 완성도도 높습니다.
영화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는 휴고 위빙은 목소리와 몸동작 만으로도 훌륭한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클래식을 즐기며 세익스피어를 인용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활약합니다. ‘레옹’의 귀여운 소녀였던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 중간 삭발까지 하면서 성인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영화에서 미래의 모습으로 설정한 통제사회는 마치 우리나라의 7,80년대와 흡사합니다. 권력 유지를 위해 잡아다가 고문하고 처형하고 집권을 위해 가공할 만한 사건을 조작하고 시민들은 숨막힐 듯 답답한 억압 속에 희망 없이 살아갑니다. 그 시절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혁명을 꿈꾸고 준비했지만 그 전망은 어둡고 멀기만 했고 역사적인 돌발변수들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고 후유증도 많이 겪어야 했습니다.
의도한대로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모두가 한뜻으로 봉기하고 적들은 순순히 항복하고 결국 자유가 도래해 유토피아가 만들어지는 순수한 의미의 혁명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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