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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 현란한 이미지, 부족한 이야기

남상석

입력 : 2006.03.10 13:22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 주연에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홍콩의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네덜란드 현지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데이지가 개봉됐습니다. 말로 풀어쓰는 리뷰 형식이 아닌 가볍고 삐딱한 시선으로 딴지 걸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 주연에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홍콩의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네덜란드 현지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데이지가 개봉됐습니다. 말로 풀어쓰는 리뷰 형식이 아닌 가볍고 삐딱한 시선으로 딴지 걸기 해봤는데 그냥 가볍게 스쳐 읽고 무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지현의 연기력은 말을 하는 전반부 보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하는 후반부가 더 나아 보였다. 맨 얼굴에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옷을 입고 나와도 예뻤다. 전지현은 언제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할 것인가. 이번 영화도 여친소에 이어 3년만이다. 버스 광고판이나 15초 짜리 CF로만 드문 드문 보여주기는 아깝다는 생각이다.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데 전성기가 가기 전에 그녀가 터득한 자연스럽고 힘 뺀 연기를 더 많은 작품에서 자주 보여줬으면 좋겠다.

수사 목적으로 그녀앞에 나온 이성재를 꿈에 그리던 연인으로 착각하는 걸 보니 예쁜 만큼 예리하거나 똑똑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후반부 천호진이 던져주는 힌트를 단시간에 짜맞추고 재구성한 뒤 곧바로 총을 들 정도로 분노를 터뜨리는 부분에서는 머리회전과 상황파악이 놀라웠다.

정우성이 전지현에게 수면제 든 차를 건넬 때 이미 의심을 품기 시작한 상태였던 전지현이 마시는 척하고 안 마시는 줄 알았다. 그랬더니 잠시 뒤 픽 하고 쓰러져 당황했다. 착한 킬러역 정우성의 부드러운 눈빛도 좋았지만 까칠한 이성재의 피곤한 모습도 좋았다.

킬러역 캐릭터는 입체적인 형상화가 이뤄졌는데 형사역의 이성재의 캐릭터와 대사는 시종일관 다소 어정쩡해 보였다. 주연배우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소속사가 아니라고 신경 덜 써준 것인가?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 이름값 답게 액션 장면을 구성하는 내공이 탁월하다. 새로운 감각의 느와르를 보여주는 듯.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숨막힐 듯한 속도감의 편집은 고감도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하다.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100% 자연광 촬영...밤거리의 칙칙한 어둠의 질감 속에서 배우의 미묘한 표정까지 잡아내는 색다른 맛을 준다.

많은 부분을 후시녹음 처리했는데 입도 잘 안 맞고 현장음도 잘 살려내지 못해 어색했다.

킬러와 형사, 그 사이에 거리의 여자 화가 사이의 비극적인 엇갈린 운명이라는 모티브는 좋았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키운 연인의 모습을 바로 형사에 대입시켜 오매불망해 버리는 여자 화가의 감정선에 도대체 공감하기가 어려워 마지막 비극적인 부분에서도 울컥하거나 슬픈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인터폴에 파견된 천호진 형사, 진급을 위해 한건 하려고 킬러를 유인하는데 수사 자금으로 자신이 카지노에서 딴 돈을 사용한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걸 보니 얼마 전 OECD에서 영어도 잘 못하는 한국공무원 좀 그만 보내달라고 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킬러를 잡기 위해 이성재를 미끼로 투입할 때 방탄조끼만 입혀 내보내는데 킬러의 살인 행각을 보면 이마에 한방으로 해결하는 패턴이었고 경찰도 파악하고 있었다. 당연히 방탄 헬멧도 씌워서 내보냈어야 했다.

100여명 가까운 초호화 스타군단을 거느리고 있는 싸이더스 HQ의 스타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철옹성이지만 영화 만드는 내공은 그만 못한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젊은이 못지않은 신선한 감각과 새로운 성격의 여주인공을 창출했고 클래식에서는 올드하지 않게 고전적인 사랑을 묘사해 각광받았던 곽재용 감독, 여친소에 이어 데이지 각본을 써 본업인 감독보다는 시나리오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데 왕성한 만큼 완성도는 높지 않아 보여 실망스럽다.

끝으로 전지현 집 앞에 매일 꽃을 놓고 가면서 정우성이 하는 '플라워스'하는 말투와 발음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