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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셍제르망 앙 레3-프랑스

김문환

입력 : 2006.03.07 15:14

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nsp; 5.프랑스 &nsp;


--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5.프랑스

 

1)프랑스(France)

2,3,4,5,6,7,8,9)빠리(Paris) 루브르(Louvre)

10,11,12,13,13,14)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오늘 이야기

15)리용(Lyon)

16,17,18,19)비엔느(Vienne)

20)오랑쥬(Orange)

21)베종라 로멘느(Vaison La Romaine)

22,23)님므(Nimes)


12.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 5--봄 농사일

 

글을 쓴지 꽤 여러 날이 흘렀다. 한 달 여 전에 셍제르망 앙 레 박물관 모자이크를 두번째로 소개하고 처음이다. 부서 이동이 있었는데, 새로운 부서 일에 적응하느라 글 쓸 틈을 엿보기 어려웠던 점도 있고... 왠지 '유럽을 배우며 글을 쓰는 일이 도대체 무슨 소용있을까?' 하는 허망한 생각이 잠시 마음을 어지럽혔던 점도 한 이유다. 이제 차분이 주변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겨 다시 글을 이어가기로 했다. 필자의 부족하디 부족한 [지중해 문명기]에 티끌의 관심이라도 갖고 계신 고마운 독자 여러분과 소중한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된 점, 초저녁 서쪽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명징(明澄)한 초승달을 보며 기쁨 속에 감사드린다.

 

오늘은 봄을 맞아 분주하게 펼쳐지던 농사일을 들여다 본다. 소를 타고 나타난 봄(春). 지금까지 계절의 상징은 모두 아름다운 얼굴의 젊은 여신이었다. 머리를 장미꽃으로 어여쁘게 장식하고 웃음짓는 봄의 전령. 그러나, 여기서는 다르다. 계절을 여신이 아니라 어린 아이로 그렸다. 이점이 새롭다. 그리스 문명권 모자이크의 특징인 의인화(Persnification)에서 거의 대부분의 무생물, 다시 말해 '봄'같은 계절이든 아니면 '힘'이나 '집안 건축' 같은 추상명사는 어김없이 사람의 형체로 표현됐다. 그것도, 빼어난 미모의 여인. 셍제르망 앙 레 박물관의 계절 모자이크는 그런 점에서 이색적이다.

 

봄이 찾아옴--소를 타고, 옷을 벗고, 봄의 장미관을 쓰고 나타난다. 소타고 들판 나가는 풍경은 우리 농촌에서도 농번기를 알려주는 주요 상징이었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소를 타고 나타난 봄의 상징. '봄'과 '소'라. 30여 년 전 시골 풍경이 떠오른다. 새마을 운동 덕분에 경운기도 많이 나왔지만, 아직 소는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될 유용한 친구였다. 소의 멍에에 쟁기를 달아 논을 가는 모습은 요즘 보듯 자료화면 속의 목가적인 풍경이 아니라 고달픈 삶 그 자체였다. 4월말이면 큰 황소나 암소가 쟁기를 달고 논을 위아래로 오가며 겨우내 딱딱하게 얼어붙었던 논바닥을 갈아 업는다. 때맞춰 알맞게 내린 빗물을 논에 가둔 뒤, 이번엔 소의 멍에에 써레를 달아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른다. 논의 물 깊이는 5-10cm정도. 물밑의 논바닥이 평평하게 골라지면 그때 모를 심는다.

 

밭을 일굼--황소로 밭을 일군다. 소가 밭갈던 농촌 풍경은 동서고금에 변함없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쓸모가 있는 법. 아이들도 농사일에 발벗고 나섰는데... 특히 벼는 때를 놓쳐 늦게 심을 경우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쌀농사의 풍흉(豊凶)으로 민심의 향배가 결정되던 시절. 봄가뭄이라도 들라치면 국민학교 5,6학년 애들도 수업받다 말고 논으로 달려가야 했다. 제대로 심을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12,3살 때 생산의 당당한 역군이 됐던 것인데... 그때 논두렁에 앉아 동무들과 어른 몰래 한 모금 마셔 보던 막걸리. 이제는 쌀농사를 짓지 않고 논을 놀려야 국가로부터 칭찬받고 보상금까지 받는 실정이니...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돼버린(桑田碧海) 세상 앞에 고속도로 막고 피같은 볏가마에 불지르는 농민들의 성난 몸부림이 언제까지 외롭게 이어질 수 있을까!

 

황새 도착--황새의 도착도 봄을 알린다. 강남갔던 제비가 처마 밑에 돌아오면 봄이 왔음을 알았듯이.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황새가 나는 모습도 봄을 상징한다. 우리 전통에서 황새는 장생(長生)과 절개(節槪)를 상징하는 고고한 소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서양에서도 그랬다. 유럽에서는 황새가 행복(幸福)을 상징했다. 특히, 황새가 오면 아기를 낳는다는 생각이 민중에 널리 퍼졌는데... 아기의 탄생은 새로운 생명의 등장을 의미한다. 봄도 마찬가지.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에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이므로 황새와 봄은 생명의 시작이란 측면에서 맥을 같이한다.

 

봄에 하는 농사일 중에 과일 접붙이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접붙이기. 쉽게 사람으로 치면 이식수술이다. 다른 사람의 장기나 뼈를 이식하는 것처럼 좀더 많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나무에 사용하는 기술이 접붙이기다. 사과씨를 심으면 사과나무로 자란다. 하지만, 큰 나무로 자라 많은 사과가 열리기 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이 과정을 단축하는 방법은? 어린 사과 나무 가지를 잘라 큰 사과나무 가지에다 붙인다. 그러면 어린 가지에 큰 나무의 뿌리로부터 많은 영양분이 공급돼 빨리 자라며 튼실한 사과가 많이 맺힌다. 그렇다면 큰 나무를 그냥 두지, 왜? 나무도 사람처럼 너무 오래되면 열매가 잘 맺히지 않는다. 가지에 힘도 없고... 그래서 싱싱한 가지를 뿌리가 큰 나무에 붙이는 것. 같은 과일은 물론 종자가 다른 과일나무간에도 사용한다. 그러다 보면 전혀 새로운 맛의 과일이 나오기도 하고. 로마시대에도 과학적인 영농의 한 방법으로 접붙이기를 했다는 게 놀랍다.

 

과일 접붙이기--농가에서 과일나무 접붙이기가 한창이다. 요즘 우리네 과수원에서도 똑같이 목격하는 광경이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분뇨(糞尿) 나르기. 지금은 유머 축에도 못들지만, 한때 화장실을 가르킬 때 수세식(水洗式)과 저축식(貯蓄式)이라는 말이 있었다. 저축식. 사람들이 제 몸에서 세상 밖으로 내쫓은 영양 덩어리, 버림받은 영양의 보고(寶庫)는 집 뒤편 외진 구석(그래서 뒷간) 차디찬 땅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마련이었다. 사람의 몸과 달리 동식물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개들은 무엇보다 이 음식을 즐겨 [ㄷ동개]라는 말도 생겼다. 어린 아기가 마루에다 응가를 해놨을 때 "누렁아" 부르면 즉시 달려온 개. 마루를 깨끗하게 치우면서 동시에 주린 배를 한껏 불린다. 식물도 마찬가지. 이를 들에다 내다 뿌리면 밭이 기름져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도 튼실하게 맺힌다. 분뇨는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무공해(?) 영농에서 핵심 요소였다. 이웃집에 마실 갔다가도 배에서 신호가 오면 자기 집으로 와 볼일을 봐야할 만큼 귀한 대접 받다가, 70년대 말 이후 기생충을 옮긴다는 이유로 화학비료에 밀린 분뇨... 가축 분뇨도 거름으로 유용했다.

 

분뇨 나르기--집안의 가축분뇨를 밖으로 실어낸다. 지금처럼 유용한 환경친화성 비료였을 것이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커다랗게 구덩이를 판 뒤 묻은 항아리나 시멘트 구조물에 식구들이 차례로 볼일을 보면 자동으로 쌓이던 분뇨. 꽉 차면 밖으로 실어 내 밭에 뿌리거나 농번기가 아닐 경우 퍼낸 분뇨를 일단 밭 한가운데 만든 구덩이에 임시 저장한다. 이른바 [ㄷ동통]. 흔히 이름없는 학교를 가리킬 때 [ㄷ동통 학교]라고 부르곤 했는데... 아무튼 [ㄷ동통]에 빠지면 [ㄷ동독(毒)]이 올라 큰 고생을 했다. 아무튼 [ㄷ동]을 뿌려 힘을 회복한 밭에는 콩도 심고, 배추, 무우 같은 각종 채소를 길렀다.

 

콩 파종--들판에 잠두콩의 씨앗을 뿌린다. 뒤로 주택도 보인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