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늦은 저녁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손님들의 반응을 묻는 이 사람.
얼핏 보기엔 영업사원 같지만 바로 두산 주류의 사장, 한기선 씨입니다.
업무가 끝난 뒤 현장에 나와 직접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는 일이 벌써 10년 넘게 일상이 됐습니다.
[한기선 사장/두산주류BG : 소주는 화학주가 아니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은 곡물로 만든 것이다.]
프리미엄 위스키부터 소주, 맥주에 이르기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히트작을 내놓은 덕분에 한 사장은 주류업계의 스타로 꼽힙니다.
그래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남 모를 고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요즘 많이 줄였는데, 맘 먹고 마시면 많이 먹는다. 주량은, 소주 경우 5-6병 먹는 것 같고, 횟수는 한 달에 40번 정도 먹는다. 어떤 때는 하루 저녁에 4번씩 하는 때도 있으니까...]
그 결과 2003년에는 대장암 2기라는 판정을 받고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병마도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을 꺾지 못했습니다.
병 때문에 마시기 시작한 물에서조차 제품 개발의 가능성을 찾기도 했습니다.
[임창애/부인 : 남편이 물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느꼈고, 언젠가 남편이 술을 만들면 이 물로 술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왔어요.]
제품 개발에 있어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 히트작을 만들어온 한 사장만의 또 다른 비결입니다.
[어려운 사업이다. 가끔 반도체보다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반도체, 자동차 등은 높은 기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싸우는데, 술은 좋은 제품이라고 하는 기준이 사실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술을 만드는 사람의 기본 자세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세태의 흐름을 먼저 읽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만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기선/두산주류BG 사장 : 제품의 컨셉트를 잡는 것, 제품의 특성을 결정짓는 게 제일 어렵다. 국내 모든 회사들이 거의 같은 원료 (주정)을 쓰기 때문이다. 물만 회사마다 조금 다르고 감미료 같은 것도 별로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부하 직원들에게도 세태를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질 것을 강조합니다.
[술을 섞어먹는 문화, 좀 낮은 술과 소주를 섞는 게 유행하면 소비자가 소주 도수를 높다고 느끼는 거다. 그럴 때는 도수를 내리면 잘 팔렸다.]
15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이제는 친정을 경쟁상대, 적으로 삼아야 하는 한 사장.
한 때 적장이었던 자신을 리더로 모셔야 하는 후배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동시에 나름의 철학을 제시합니다.
[직원들이 보람있게 살았으면 하는 것을 강조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소속돼 일하면서 보람을 찾도록 하고, 회사는 그것을 도와줌으로써 회사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술에 인생을 걸고 그 술 때문에 병까지 얻었지만 술로 승부를 보고 싶은 그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소주에서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바로 소비자, 누구보다도 서민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한기선/두산주류BG 사장 : 워낙 촌놈이라, 서민들이 가볍게 마실 수 있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주가 제일 좋다. 그리고 스스로 소주를 즐겨 먹으니까 소주를 먹는 사람들의 심리를 제일 잘 아는 거 아닌가 싶다.]
소주가 다른 어떤 고급술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신념도 소주에 대한 애착을 키웠습니다.
[유럽에선 포도주를 증류해 코냑을, 영국에선 몰트로 술을 만들어 증류해 위스키를 만들고 우리나라에 오면 증류식 소주가 나온다, 단식 증류가 아닌 다단계 증류를 해서 물로 희석해 만든 게 소주니까
더 진일보한 기술로 만들어진 거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고급화된 소주로서 한국 음식을 아우르는 술, 주류 인생에서 마침표를 찍기 전에 그가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이 짜고 매워서, 담백하고 무미하고 무색인 소주가 인기가 있다. 아직은 좀 이르지만 앞으로 (술 문화가) 개성화되면 다양한 술에 대한 요구가 분명 있을 것이고, 쌀, 보리, 고구마로 만든 증류식 소주들이 충분히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술을 대하는 한 사장의 장인정신은 비단 술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경쟁력의 비결일 것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