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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사고로 체면구긴 '토종은행'

입력 : 2006.01.20 17:25


20일 전산장애로 5시간이나 창구업무가 전면중단된 우리은행 영업점에서는 직원들이 출입구에 서서 고객들에게 일일이 업무중단 소식을 알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창구업무는 전면중단됐지만 자동화기기나 인터넷·텔레뱅킹은 정상 가동됐기 때문에 입·출금을 하러온 고객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고 대부분 옆에 있는 자동화기기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대출신청이나 해외송금, 거액송금을 하려던 고객들은 갑작스런 은행업무 중단에 불평을 터뜨렸다.

또 "인터넷·텔레뱅킹을 이용하라"는 직원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 고객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3시께 우리은행 명동지점에는 10여명의 고객들이 업무재개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60대 K모 씨는 "자동화기기로는 할 수 없는 거액을 오늘중으로 꼭 다른 은행으로 송금해야 하는 데 큰일났다"며 "오전에 와서 지금까지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50대 회사원 C모 씨도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을 하지 못해 송금을 하지 못한 채 다시 직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불평했다.

시중은행 최장 업무중단 기록을 남긴 이날 전산사고 때문에 우리은행은 올해 '영업대전'을 앞두고 이미지에 다소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새해벽두부터 "우리은행만 국내 유일 토종은행이고 다른 은행은 모두 외국계은행"이라고 강조, 토종은행 논쟁을 촉발시키고 영업점 100개 신설 등 공세적인 영업전략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고가 발생,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창구업무가 이날 폐점시간이 다 돼서야 재개되는 바람에 거래관계에 있는 타은행도 낮에 못한 일을 정리하려면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