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으로 정초부터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사학법 개정을 두고 정부와 사학법인 측의 본격적인 공방이 계속됐고, 그 당시부터 사립학교들은 사학법을 개정하면 ‘신입생 배정을 거부 하겠다’, ‘학교를 폐쇄 하겠다’
사학법 개정으로 정초부터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사학법 개정을 두고 정부와 사학법인 측의 본격적인 공방이 계속됐고, 그 당시부터 사립학교들은 사학법을 개정하면 ‘신입생 배정을 거부 하겠다’, ‘학교를 폐쇄 하겠다’라는 거친 구호를 서슴없이 외쳤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엄포성 발언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그래서인지 교육당국은 이번에도 사학들의 집단적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설마 학교가 학생을 거부할까? 이런 생각이었겠죠?
하지만 제주도에서 실제로 신입생 배정 거부사태가 일어나면서, 교육당국은 물론이고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들은‘입학대란’을 걱정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습니다. 청와대와 정부의 비리사학에 대한 특감이라는 초강수를 내놨고,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 해당 학교 총동창회까지 나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사학들이 손을 들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어쨌든 학교가 학생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는 우리나라 교육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신입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사학들은 전국민적인 이런 비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당연히 예상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난 여론을 예상하고도 초강수를 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사학들은 사학법이 개정돼서 학교에 개방형 이사라는 외부인사가 들어오게 되면, 이들이 학교 운영에 사사건건 개입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사학 특유의 건학이념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분히 대의적, 대승적인 이유에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모습을 비춰온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사학들이 사학법에 반대하는 이유, 특히 이렇게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1월 9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사학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라는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대응한 것은, 오히려 사학이 무슨 문제가 있길래 그러는지 강한 의혹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교육학자들도 사학법이 개정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학들이 관행적으로 저질렀던 비리 등이 외부에 의해 하나하나 들춰지기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분석을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사립학교의 미래’를 위해 반대한 것이 아니라,‘사립학교의 과거’즉 자신들의 과거 비리 때문에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학법이 개정되기 이전의 사립학교는 소위 ‘그들만의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폐쇄적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 인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예산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외부에서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다만 문제가 곪아터질 정도로 심각한 몇 몇 학교의 사례만 언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인에게 자신들의 오랜 속사정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반발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사립학교에 원래 문제가 있어서 비리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외부와 차단된 폐쇄적인 환경에서 관행이 생기고, 그 관행이 비리로 커가는 구조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어쨌거나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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