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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을 걱정하면 정부에서는 "경제가 성숙하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4% 정도면 국제적 기준으로 높은 성장률이다" 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대응은, 평균 90점이던 아들의 성적이 갑자기 70점대로 떨어져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걱정마세요, 아버지. 4~50점 맞는 아이들도 수두룩한걸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잠재력보다 못한 성과를 거두니 걱정을 하는 것이지, 절대적 성장률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또 최근 우리나라가 겪은 성장률의 하락은 경제의 성숙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급격한 것이었고,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여러가지 정책과 제도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이 외환위기 이후 극심해진 은행들의 단기주의 경영을 우려하면서, 은행규제를 경제발전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은행규제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와 동시에 주식시장 제도를 개선하여 지나친 고배당과 단기주의 경영을 막아야 합니다.
기업부채와 기업집단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기업정책도 바꾸어, 적절한 차입과 계열사 간의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신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 재교육 제도와 사회복지를 강화하여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 줌으로써, 국내소비를 되살리고 양극화를 완화해야 합니다.
아직 중진국이면서도 유례 없이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당분간 빠른 성장이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새해는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개선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하준/케임브리지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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