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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가혹수사로 미성년 피의자 자살"

입력 : 2005.12.26 16:47

경찰 "수사 압박감으로 자살했다고 단정 어렵다" 해명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경찰이 긴급체포해 밤샘 조사한 미성년자가 다음 날 자살한 것은 긴급체포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는 등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위법사실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K(55)씨가 "경기도 의정부경찰서가 아들(17)을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하고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부당하게 조사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며 5월 접수한 진정에 대해 경찰의 인권침해를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경기지방청장에게 의정부서장에 대한 주의조치와 담당경찰관 징계 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하고 K씨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의정부서는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K군을 3월7일 0시께 의정부서로 임의동행한 뒤 8일 오전 6시께 긴급체포하고 오후 9시40분께 검사지휘로 석방될 때까지 4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한 K군은 9일 오전 6시10분께 의정부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고, 숨진 뒤에서야 K군 부모는 경찰 조사 사실을 알게 됐다.

인권위는 "경찰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피의자에게 고지하고 그 가족에게 체포 사실을 알릴 의무를 무시했고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미성년자에게 가혹행위가 될 수 있는 심야조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연행 현장에 있던 친구 진술과 임의동행 시각이 자정이었던 점 등으로 미뤄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전제로 한 임의동행'이었다고도 볼 수 없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었는데도 제한적이어야 할 긴급체포를 한 것은 부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이런 조사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는 헌법 12조와 형사소송법 제199조(임의수사) 및 200조의3항(긴급체포)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조사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당시 다른 성폭행 혐의로 보호관찰을 받던 K군이 부당한 조사를 받으며 느낀 심리적 압박과 자살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조사과정 혹은 석방 이후 가족이나 변호인 도움이 있었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경찰 수사상 허점을 짚었다.

이에 대해 의정부서 신동곤 서장은 "임의동행 시간 등 구체적인 사실은 맞지만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샘 조사를 하지 않았고 K군이 경찰조사의 압박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경기지방청은 의정부서에 대한 자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