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 한국영화의 폭발적인 중흥기의 문을 열었던 곽경택 감독이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풍]을 선보였습니다. 사상 최고의 제작비와 선굵은 연출의 흥행감독, 아시아의 스타로 자리잡은 장동건이 출연한다고 해서 개봉전부터 연말 극장가의 최대 관심사
[친구]로 한국영화의 폭발적인 중흥기의 문을 열었던 곽경택 감독이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풍]을 선보였습니다. 사상 최고의 제작비와 선굵은 연출의 흥행감독, 아시아의 스타로 자리잡은 장동건이 출연한다고 해서 개봉전부터 연말 극장가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태국을 근거지로 해적 우두머리로 활동하고 있는 씬(장동건)은 1980년대 초반 한중 수교를 앞둔 무렵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외교적인 민감한 문제로 다시 북한에 넘겨져 가족이 몰살당한 비극을 갖고 있는 탈북자입니다. 씬은 부하들과 함께 미국이 비밀리에 오키나와로 운반중이던 핵위성유도장치를 강탈한 뒤 이를 러시아 마피아쪽에 넘겨주고 대신 고준위 핵 폐기물을 손에 넣습니다. 남과북 양쪽에 대해 뼈속깊이 증오를 간직한 씬은 오랫동안 품어온 한반도에 재앙의 비를 내리겠다는 계획을 시작한 것입니다.
국정원은 씬의 정체를 파악하고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 몰래 저지작전에 들어갑니다. 작전의 담당자로 선발된 해군 대위(강세종)은 그의 소재를 쫓다가 러시아에 어릴적 헤어진 유일한 혈육인 누나(이미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누나를 볼모로 씬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총격씬과 액션, 특히 거대한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화물선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완성도로 관객의 눈길을 붙잡아 놓습니다. 잠시 한눈팔면 놓치기 쉬울 정도로 스토리 전개도 빠릅니다. 하지만 왠지 길다는 느낌과 미세하지만 아귀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뇌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영화의 모티브 가운데 분단상황과 냉전의 비극이라는 부분은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와 닮아있고 누나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의 비극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형제애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티브가 관객의 마음과 머리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입니다.
조각같은 외모를 오히려 콤플렉스로 여겼던 장동건은 [태극기..]에 이어 눈빛이 살아있는 혼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이 약해 공감과 감동으로 몰입하려는데 자꾸 방해요소가 됩니다. 20여년 만에 헤어진 누나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내뱉는 강렬한 대사와 눈빛으로 하는 열연이 '이게 아닌데...'하며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캐릭터 설정과 변화에 개연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엔딩 장면은 여운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이런 점이 영화의 포인트니 잊어버리지 말고 극장문을 나서시오'하는 식의 사족이었습니다. 장동건의 최후나 이정재의 회상에서 끝내버렸더라면 차라리 좋았을 뻔 했습니다.
또 하나의 축으로 나오는 이정재는 [모래시계]에서 묵묵한 보디가드로 주인공 고현정을 위해 헌신하다 죽어가는 감동적인 최후를 맞이해 온 국민을, 특히 여성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스타로 등극했지만 이후에 [모래시계]를 능가할 만한 흥행이나 주목을 받지 못해 왔습니다. 2003년 휴먼 코미디 [오! 브라더스]가 출연작 가운데 최대 흥행작인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 배우와 호흡이나 대결에서 상당한 업그레이드를 성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권상우 이후 TV나 스크린에서 '몸짱'들이 난무하는데 여기서도 이정재역시 처음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에서 그리스 조각같은 몸매를 뽑냅니다. 여성 관객들이라면 취향에 따라 반응이 다르겠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열등감과 질투심 또는 한없는 절망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데 제가 본 것 중에 제일 충격은 [실미도]훈련장면에 나오는 안성기씨의 몸매였습니다. 그 나이에 얼마나 피나는 트레이닝을 하셨을까...존경스럽더군요.)
글이 곁길로 새나가 죄송합니다. 어쨌든 전체적인 큰 얼개인 시놉시스 상에서 세운 설계도는 거창했지만 설계도를 뛰어넘는 짜임새가 부족한 탓으로 생각됩니다. 영화가 호소하는 보편적인 감정인 [가족애]의 비극에만 집중한다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애국'이라는 또 다른 주제가 '국수주의'로까지 너무 나가버리는 우를 범했습니다. 산해진미의 음식재료를 구해다 놓고 각종 향신료와 양념을 최고의 요리사가 섞고 조리했지만 어르신들이 강조하는 '손맛'이 빠져버린 음식을 맛보며 느끼는 아쉬움 같은 것 말입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야간 침투작전에서 대한민국 해군 장교로 구성된 결사대가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상태인데 수시로 번개가 치더군요. 제가 알기로는 투시경 썼을때 백열전구라도 켜지면 한참동안 시력을 잃을 만큼 충격이 클텐데...)
(*미국 국방정보대의 극비리 수송작전을 해적인 '씬'이 어떻게 알았을까...)
(*강 대위가 태국에 잠입해 만난 그곳 마피아 두목, 강 대위를 처음보는 자리에서 '씬'에 대한 정보를 너무 쉽게 줄줄이 얘기해주고, 결국 그러다가 강대위 손에 운명을 달리하지만...)
**영화 보신 분들 가운데 위 의문 사항에 설명해 주실분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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