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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거르지 마세요'

이찬휘

입력 : 2005.12.24 10:12

최근 정말 딱한 일을 겪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픈 일이었습니다. 3개월 전 일입니다. 회사 내의 모 국장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속이 불편해 동네 내과를 찾았다가 “큰 병원으로 가라” 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물으러


최근 정말 딱한 일을 겪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픈 일이었습니다.

3개월 전 일입니다. 회사 내의 모 국장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속이 불편해 동네 내과를 찾았다가 “큰 병원으로 가라” 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물으러 오셨습니다. 급히 대학병원을 수배해 입원을 시켜 드렸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 나온 검사 결과 위암 말기에 암세포가 간과 폐 등 이미 여러 곳에 퍼진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온 뒤 저를 찾은 국장님은 “사형 선고를 받았다”면서 펑펑 우셨습니다. 저는 국장님의 손을 꼭 잡고 “힘 내세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국장님은 수술과 방사선, 항암 치료까지 받았지만 결국 며칠 전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터라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런데 국장님은 3-4년 전부터 속이 불편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특히 날이 갈수록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저는 보기에 이상하다고 하면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만은 병원 가는 게 너무 싫다면서 가지 않으셨습니다. 속이 아프시다 해서 “꼭! 내시경을 받아 보시라”고 했지만 내시경 받는 고통이 싫다면서 안 가셨습니다. 결국 돌아 가시기 전 “내가 왜 정기검진을 무시했을까” 라고 후회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미 암은 온몸에 퍼져 삶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매우 다행스런 일도 겪었습니다.

평소에 하시는 일이 너무 많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식사 시간은 물론 잠 잘 시간도 줄여가면서 뛰어 다시시던 모 국장님의 일 입니다. 최근 덜 바쁜 부서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국장님은 그 동안 바쁜 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 운동도 매일 하고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또 지난 4년 동안 한번도 하지 못했던 건강검진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혈액검사에서 전립선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암의 가능성이 있으니 자세한 재검이 필요하다는 결과였습니다. 암이라는 결과에 국장님은 크게 걱정을 하시면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급히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를 소개시켜 드렸습니다. 국장님은 바로 암 센터로 달려가 검진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최근 남성들에게 급증하고 있는 전립선 암 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암세포는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고 전립선에만 있었습니다. 전립선만 제거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지난주 국장님은 수술을 받으셨고 건강한 몸으로 퇴원하셨습니다. 국장님의 경우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해에 암이 발견됐더라면 전립선을 제거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면 매년 한번도 빠지지 않고 건강검진을 받던 모 부장님이 계셨습니다. 지난 봄 내시경 검사에서 초기 위암이 발견됐습니다. 간단히 내시경으로 암세포를 제거했습니다. 입원도 하지 않고 암 치료를 끝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운이라고 말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행운이 아니라 매년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으신 부장님의 정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평소 모르고 지내던 질병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암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지만 건강검진에서 초기 위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방암과 폐암, 갑상선암, 전립선암등 거의 모든 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고혈압과 당뇨병의 경우 본인이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나 됩니다. 단 한번만 간단히 혈압을 재 보거나 혈액 한 방울이면 알 수 있는 데 말이죠. 게다가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혈압이 오르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사람은 10%에 불과 하다고 합니다. 당뇨병은 조금 나은 편입니다. 환자 가운데 30% 가량이 관리를 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관리를 하지 않다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신장 기능 저하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의 경우는 심혈관 질환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거나 신장이 망가져 혈액 투석을  받는 사람들을 취재 현장에서 수도 없이 많이 봅니다. 또 당뇨 망막증이 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발에 난 작은 상처로 인해 발을 절단해야 하는 딱한 사람들도 자주 만납니다. 그분들은 한결 같이 “내가 왜 일찍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던가” 라면서 후회합니다.

골다공증은 더욱 심각합니다. 자신이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에 걸렸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30%가량으로 고혈압보다는 조금 높습니다. 그러나 골다공증은 자신이 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한해에 30만 명 가량이 골절을 당하고 있습니다. 결국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내가 골다공증 환자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골다공증으로 골절상을 당하게 되면 뼈가 잘 붙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운동을 못하게 되니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혈전이 만들어져 심장이나 뇌 혈관이 막히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골절상을 입은 노인들은 1년 이내에 30%가량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된 노인들은 2주일만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게 되면 치매가 오게 됩니다. 병원 현장을 다니면서 접하게 되는 가장 안타까운 환자들인 것 같습니다. 단 5분만 투자하면 골다공증에 걸렸는지를 알 수 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의 수준은 날로 발전해 웬만한 병은 거의 다 초기에 발견하고 있습니다. 검진 받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비용도 저렴해 지고 있습니다. 이젠 아침 일찍 2-3시간만 내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은 건강할 때 하는 것 입니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하느냐구요?” 증상이 없이 찾아오는 질병이 많기 때문입니다. 2006년 새해에는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