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3.키프러스 1)키프러스 2)니코지아(Nicosia) 3,4,5,6,7,8,9,10,
|
|
◆1. 디오니소스의 집 6- 회랑, '피라모스와 티스베'
피라모스와 티스베에 관한 신화는 두 종류다. 하나는, 오비디우스가 전하는 것인데, 동방 바빌로니아에 살던 남녀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 얘기. 한 동네에 살며 사랑을 키우던 피라모스와 티스베. 둘의 사랑은 그러나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집안의 반대. 둘은 식구들 감시의 눈을 피해 은밀히 만나곤 했는데... 하루는 티스베가 먼저 나와 뽕나무 아래서 기다렸다. 그 때 커다란 암사자 한 마리가 잎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숲속에서 튀어나왔다. 먹이를 잡아먹고 갈증이 나자 물을 마시러 우물가에 왔다 티스베와 마주친 것이다.
|
|
|
피라모스와 티스베--오른쪽에 피라모스가 비스듬히 누워있고, 왼쪽에 티스베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있다. 강의 신 피라모스는 왼손에 갈대를 들고 강물을 단지에 담아 대지로 흘려 보낸다. 오른손엔 코르누코피아(Cornucopia, 제우스에게 젖을 먹인 산양의 뿔, 풍요의 상징)를 들고 있다. 코르누코피아에는 포도같은 과일과 곡식이 가득 담겨 있다. 코르누코피아를 든 것은 풍요를 상징하는 강의 신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티스베는 샘의 요정이다. 모자이크 가운데 장면은 동방 바빌로니아에 살던 티스베의 베일을 사자가 물어뜯는 사건이 묘사돼 있다. 이는 '강의 신과 샘의 요정' 전승과 다른 종류의 신화다. 모자이크 작가가 2가지 신화를 섞어 제작했거나 혼동했음을 말해준다. 파포스. ⓒ김문환 |
티스베는 사자에 놀라 근처 동굴로 숨었다. 그런데, 황급히 숨는 바람에 머리에 쓰고 있던 베일을 땅 바닦에 떨어트렸다. 티스베를 놓친 사자는 베일을 물어 갈기갈기 찢었다. 누가 봐도 사자가 티스베를 잡아먹고 그 피를 입가에 묻히고 잇는 것처럼 보였다. 뒤늦게 나타난 피라모스. 사자가 티스베를 잡아먹은 것으로 착각하고 땅을 치는 것은 당연한 일. 사랑하는 연인의 복수를 위해 칼을 뽑아 달려드는 것까지는 사랑이 낳은 필연적 결과지만, 그 뒤에 벌어진 사태는 너무 비극적이다. 나약한 인간이 맹수에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무리. 피라모스는 상처를 입고 죽었다.
업친 데 덮친다고 할까? 문제가 커지려면 꼬리를 물고 오해가 생기는 법. 피라모스가 오해를 했듯이, 티스베도 오해를 하는데...주변이 잠잠해지자 동굴에서 나온 티스베. 연인이 자기 때문에 맹수에게 달려들었다가 죽은 것을 알고 그의 뒤를 따랐다. 죽기 전 티스베는 둘의 몸을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작고하신 소설가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오른다. 윤초시댁 증손녀가 죽기 전 소년과의 추억이 담겨 있던 황톳물 얼룩진 옷을 입혀 묻어 달라고 유언하는 장면.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그런데 이런 간절함이 어느 한쪽에서만 나오고 만다면...
비극으로 끝난 사랑일수록 여운이 더 진하게 남는 법. 후세의 연인들에게 들려주는 애틋한 얘기거리가 꼭 남는다. 피라모스가 사자와 혈투를 벌일 때 사자에 물려 생긴 상처에서 피가 난 것은 당연한 일. 상처에서 튀긴 붉은 색 피가 옆에 있던 뽕나무로 튀겨 나무를 붉게 물들였다. 사랑했기 때문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피라모스의 순결한 피는 원래 하얗던 뽕나무 열매, 오디를 검붉은 색으로 바꿔 놓았다. 오디로 담근 술을 떠올리면 쉽다. 요즘 복분자 술 비슷하다. 시골서 누에 칠 때 뽕밭에서 따먹던 달디 단 오디가 이런 사연을 간직한 열매라니...
|
|
|
피라모스. 풍요의 상징 코르누코피아를 들고 왼손으로 강물을 흘려 대지를 풍요롭게 만드는 강의 신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왼손에 든 갈대도 강에서 나는 것으로 강의 신을 상징한다. 피라모스라는 그리스 문자가 선명하다. 파포스 ⓒ김문환 |
이보다 재미가 떨어지지만,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에 얽힌 다른 얘기도 전한다. 둘이 좋아 지내면서 그만 티스베가 아기를 갖게 된 것. 혼전 임신. 처녀가 아이를 가졌으니, 정숙함이 생명이던 사회에서는 큰일 날 부정. 티스베는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게 된 피라모스도 뒤따라 죽었다. 여기서 그치면 재미없다. 신들이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맺어주기로 결정했다. 피라모스를 강, 티스베는 강으로 흘러가는 상류의 샘으로 만들어 준 것. 샘물이 흘러 강으로 가니 둘은 늘 붙어 있고, 이는 사랑의 실현이다.
이집에 모자이크를 설치한 작가는 피라모스와 티스베에 관한 2가지 이야기를 섞어 놓았다. 강의 신 피라모스와 샘의 여신 티스베 사이에 암사자가 베일을 물어뜯는 장면을 그려 넣은 것이다. 베일과 사자는 동방 바빌로니아에 기원을 둔 전승. 강의 신과 샘의 요정은 두번째 전승. 여기서 두가지 해석이 가능해 진다. 먼저, 모자이크 설치 작가가 2가지 설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생긴 오류라는 지적. 그리스 신화라는 게 누가 일시에 지어 퍼트린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신들이 융합되고, 또,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덧칠해지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 둘째, 하나의 화면에 의도적으로 두가지 설을 합쳐 표현했다는 주장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