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법 대선자금' 무혐의
김영삼 정부시절 안기부내 도청조직 '미림'팀이 수집한 도청정보가 안기부장의 대통령 주례보고서 내용에 포함됐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안기부는 또 '미림'팀의 도청정보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와 이원종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 문민정부 핵심 실세에게 보고하고, 이들 인사는 도청정보를 정치에 활용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재건된 2차 미림팀은 3년간 서울시내 한정식집과 호텔 음식점, 골프장 등을 찾아다니며 국내 주요 인사들의 대화 내용을 첨단장비로 1천170회 가량 엿들었으며, 도청 대상자의 연인원은 5천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압수된 미림팀의 도청테이프(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도청피해자는 정치인 273명과 고위 공무원 84명 등 646명이었으며, 도청내용은 대선 동향과 정당활동 등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4일 오후 이런 내용이 담긴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X파일' 보도와 참여연대의 고발 직후 143일간 강도높게 진행해온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검찰은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 사건과 관련,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당시 재무 팀장) 김인주씨가 이학수 부회장(당시 비서실장)의 지시로 1997년 9∼10월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씨에게 4차례에 걸쳐 40억∼50억원을 전달했다는 삼성측 당사자들의 진술을 받았다.
이는 이회성씨가 1999년 1월 '세풍'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1997년 당시 삼성으로부터 60억원을 받았다고 한 법정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회성씨도 이번 검찰조사에서는 "당시 수수금액은 60억원이 아니라 30억∼40억 원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했고, "돈을 받는 자리에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은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삼성은 또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1998년 대검 중수부의 '세풍' 사건 수사때 '5∼6개 계열사 기밀비'라고 했던 종전 진술을 바꿔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삼성전자 등 21개 계열사의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등 14개 상자 분량의 회계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미국에 체류 중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도 85개 항목을 담은 서면조사를 했으나 자금출처가 비자금이라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또 대선자금 제공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이유로 삼성이 이회창 후보측에 건넨 구체적인 대선자금의 규모조차 확정짓지 못한 채 이번에 고발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대사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 다.
검찰은 또 삼성이 1997년에 기아차 인수를 위해 대선 후보들과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고발 내용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사단서가 전혀 없고, 이학수 부회장 등이 모두 금품제공을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냈다.
전직 법무부장관 등 전·현직 고위 검찰간부들이 1997년에 삼성으로부터 '명절 떡값'을 받았다는 고발 사건의 경우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다 고발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기부 X파일'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불법도청의 결과물인 사실을 알고서도 그 내용을 보도한 행위는 실정법 위반"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 착수 이후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에 관여한 혐의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과 김은성 전 차장을, 도청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공운영 전 미림팀장과 재미교포 박인회씨를 각각 구속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내 감청부서인 8국장(과학보안국장)을 지낸 김모씨 등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3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나머지 안기부와 국정원 감청부서 실무진은 불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2002년 국정원 도청문건을 폭로한 한나라당 김영일·이부영(현 열린우리 당) 전 의원과 이른바 '떡값'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는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 고발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해 혐의 유무를 규명키로 했다.
도청수사 총괄책임자인 황교안 2차장 검사는 "이 사건 수사결과를 통해 국정원이 국가에 기여한 수많은 업적 등이 폄하되지 아니하고 오직 불법 도·감청이 사라져 국민 사생활이 보호되며 누구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맑은 사회가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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