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70. 파포스 5--키프러스

김문환

입력 : 2005.12.12 09:56

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3.키프러스 1)키프러스 2)니코지아(Nicosia) 3,4,5,6,7,8,...15)파포스(


--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3.키프러스

1)키프러스

2)니코지아(Nicosia)

3,4,5,6,7,8,...15)파포스(Paphos)--오늘 이야기

16)쿠리온(Curion)

17)아마투스(Amathus)

18)쿠클리아(Kouklia)

7)파포스(Pafos) 5

◆1. 오르페우스의 집(House of Orpheus)

 

[테세우스의 집]에서 서북쪽으로 더 나가면 [오르페우스의 집](House of Orpheus)이 나온다. 오르페우스의 집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고대 유적지 파포스(Paphos)가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기 뛰어난 모자이크 예술의 보고임을 처음 세상에 드러낸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자이크가 맨 처음 발견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당시 키프러스를 점령하고 있던 영국군 장병들이 바닷가에 참호를 파고 있었다.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터를 닦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다가 유적을 발굴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민간인이 아니었지만, 당시 영국 군인들이 무척 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헤라클레스와 네메아의 사자가 싸우는 장면이 그려진 모자이크를 발견했지만, 사진만 찍어 둔 뒤 다시 덮어뒀다. 참 잘한 일이다. 유적은 아무 때나 함부로 발굴하는 게 아니다.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도로 덮어두고 때를 기다리는 게 순서다. 전쟁통에 체계적으로 유적을 발굴하기 어려우니 훗날을 도모한 칭찬받을 처사였다.

 

오르페우스의 집 전경--기하학적 무늬의 테두리에 둘러싸인 오르페우스와 짐승들. 실제 방을 덮었던 크기 그대로다. 위쪽 가운데 바위에 오르페우스가 앉았다. 왼손에 키타라를 들고 머리에는 프리기아 스타일의 모자를 썼다. 짐승들이 오르페우스의 연주소리를 듣고 여기저기서 몰려든다. 짐승은 네줄로 표현돼 있다. 우선 맨 윗줄은 날짐승. 공작새가 왼쪽에 있고, 그 밑에 독수리, 오른쪽은 앵무새다. 두번째 줄은 앵무새 아래로 사슴, 사슴 앞에 큰 뱀이 똬리를 틀었다. 뱀까지 감동시키는 실력이라! 같은 줄 왼쪽에는 호랑이다. 세번째 줄은 호랑이 밑으로 메추라기, 그 밑에 소, 소 앞에 표범과 사자다. 네번째 맨 아랫줄에는 왼쪽부터 여우와 곰, 멧돼지가 자리한다. 평소 먹고 먹히던 천적 관계의 짐승들이 모두 모였다. 말 그대로 숲속의 동물을 망라한 평화 콘서트라고 할 수 있을까? 파포스. ⓒ김문환

 

전쟁이 끝나고도 20여 년이 지난 1963년 니콜라오우 교수팀이 '헤라클레스와 네메아의 사자' 모자이크를 찾기 위해 발굴에 나섰다. 그러나, 전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자료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 대신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아마존 여전사'를 새롭게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시 덮었다. 발굴팀은 두 번에 걸쳐 모자이크가 발견된 이곳이 특별한 유적지임을 깨닫고 좀더 완벽한 준비가 갖춰질 때가지 기다렸다. 1978년 니콜라오우 교수팀은 다시 발굴을 시작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 봤던 헤라클레스 모자이크를 찾아내고 '헤라클레스의 집'(House of Heracles)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모자이크가 있는 장소가 거대한 저택의 일부란 사실을 확인하고는 보다 조직적인 발굴을 위해 다시 묻었다. 마침내 1984년 미칼리데스 팀이 발굴에 나서 새로운 모자이크 '오르페우스'를 찾아냈고, 이를 기념해 이름도 '헤라클레스의 집'에서 '오르페우스의 집'(House of Orpheus)로 바꿨다.

 

오르페우스의 연주 중간 전경--오르페우스와 키타라가 잘 보인다. 주변으로 사슴, 큰 뱀, 호랑이, 표범, 소가 모였다. 파포스. ⓒ김문환

 

2-3c 건축한 것으로 보이는 '오르페우스의 집'은 지금까지 발굴된 면적만 6백㎡. 의외인 것은 '테세우스 집'에서 회랑 바닥 전체가 기하학적 무늬의 모자이크로 뒤덮인 것과 달리 이 집에서는 모자이크가 3점 밖에 발굴되지 않은 점이다. [헤라클레스와 네메아의 사자], [아마조네스], [오르페우스의 연주]다. 재료에서도 차이를 보여 '테세우스의 집'은 재료를 키프러스 섬 안에서 나는 것만 사용한 데 비해, '오르페우스의 집'은 키프러스 밖에서도 재료를 조달해 왔다. 키프러스 안에서 모자이크의를 제작하는 조건이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르페우스 모자이크는 가로 4.2m, 세로 5.1m로 커다란 직사각형을 이룬다. 특기할 것은 오르페우스 머리 위에 적힌 글자다. "티투스 피니우스 레스티투스가 만들다"라고 씌여 있다. 모자이크 설치 예술가의 이름을 새긴 것인데, 라틴어 이름이다. 그러나, 표기는 그리스어 문자다. 로마지배 아래서 로마식으로 이름을 짓고 살지만, 그리스어를 사용하며 헬레니즘의 전통을 이어간 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다. 쉽게 일제 시대 일본식으로 창씨개명한 사람이 한글로 자기 이름을 적은 것이다.

 

오르페우스와 라틴어 글씨. 머리에 프리기아 스타일의 모자를 쓴 오르페우스의 모습을 잘 확인할수 있다. 큰 뱀이 인상적이다. 오르페우스 머리 위로 제작자의 이름을 표시한 라틴어 글자가보인다. 파포스. ⓒ김문환

 

오르페우스의 연주는 고대 모자이크에서 자주 사용하던 소재다. 그리스 신화 내용 가운데 하나인데... 오르페우스가 어찌나 빼어나게 키타라를 켜면서 노래하고 연주를 잘하는지 그가 연주할 때면 산천 초목(山川草木)이 감동돼 귀를 기울였다.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산속의 짐승들이 모두 모여 들곤 할 정도였다. 우리로 치면 솔거의 그림 속 나무에 새가 앉으려고 날아들던 그런 예술의 귀재라고 할까? '오르페우스의 집' 모자이크는 오르페우스가 연주하고 짐승들이 듣는 풍경을 그렸다.

 

◆2. 새로 발견된 집

 

오르페우스의 집 뒤쪽으로는 새로 발견된 집이다. 일명 '아프로디테의 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 장면으로 나뉘는 모자이크 가운데 아프로디테로 추정되는 여신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 앞에는 기하학적 무늬의 바닥모자이크 사이로 3명의 여신이 자리를 지킨다. 안타까운 것은 모자이크가 햇빛과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날로 색이 바래고 훼손되는 것. 지붕이라도 덮어 주면 좋으련만...

 

집터와 모자이크--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의 그림같은 풍경사이로 바닥 모자이크가 남아있다. 기하학 무늬 사이로 두 장면의 엠블라마 기법 모자이크가 보인다. 파포스. ⓒ김문환

계절의 여신--손에 장미를 들고 머리에 화관을 쓴 오른쪽 봄의 여신을 비롯해 계절의 여신을 그렸다. 파포스. ⓒ김문환

아프로디테--모자이크 위쪽을 장식하는 주인공은 아프로디테로 보인다. 화려한 복장에 신을 상징하는 홀을 든 채 젖가슴과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냈다. 파포스. ⓒ김문환

 

이 집은 파포스 서쪽 끝 지점으로 바다와 바로 붙었다. 푸른 하늘과 코발트빛 바다, 노란꽃과 녹색의 싱그러운 들풀과 들꽃, 여기에 모자이크로 장식된 집. 투명한 수채화로도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했을 게 틀림없다. 로마시대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듯 재현된다.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던 그리스 로마인은 아마 아름다운 지중해변에 호화저택을 지어놓고 사는 현대의 유럽 부호들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계절의 여신과 중간전경. 파포스 ⓒ김문환

곳곳에서 발견되는 모자이크. 파포스 ⓒ김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