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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 터미널 부근에 200여 개의 좌판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습니다.
용문산 자락에서 나는 산나물로 유명한 장터답게 소박한 나물좌판이 눈길을 끕니다.
쌉싸름한 향이 입맛을 돋우는 고들빼기와 향긋한 냉이, 할머니가 손수 다듬은 더덕.
모두가 5천원 정도면 푸짐하게 바구니를 채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보기 힘든 메뚜기도 좌판 한
켠을 차지했습니다.
[김점례/상인 :
며느리가 잡은 거다. 살짝 볶아 먹으면 아삭아삭해서 맛있다.]
장날마다 농민들이 직접 거둔 농산물을 찾아오는 도시 소비자도 있습니다.
[박가연/경기도 부천
: 무공해라서 먹으면 몸에 건강하기 때문에 멀리서 온 거에요, 용문산 가는 길에.]
하루 1천명이 찾아오는 이 장터의 주고객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입니다.
이들에게 5일장은 여전히 생필품을 사고 파는 삶의 터전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 대신 손녀딸을 키워주는 할머니도 할아버지 자전거를 앞세우고 장을 보러 나왔습니다.
[박성자/양평군 용문면 :
콩 한 되 갖고 나와서 튀기고, 고추 1천원 어치와 이 덮개 하나 샀다.]
초겨울 장터는 막바지 겨우살이 채비로 분주합니다.
겨울 옷가지며 장갑을 파는 좌판에는 쌈짓돈을 털어서 손주장갑을 고르는 할머니의 푸근한 사랑이 묻어납니다.
[최숙자/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조연리 : 손주 따뜻하게 다니라고..]
막바지 김장철을 맞은 김장배추좌판에도 노모의 자식사랑이 배어있습니다.
[이정순/양평군 용문면 :
서울서 김치파동이 나서 시골에서 사서 김치 담가 주려고.]
김치파동 탓에 배춧값이 지난해보다 두 배나 올랐습니다.
대형마트보다 싸다곤 하지만 배추 40포기에 무
10단 값이 11만원!
빠듯한 살림살이에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노모는 마냥 행복한 모습입니다 .
연신
무 한단을 외치면서 덤세례를 퍼붓는 배추장수 아저씨의 푸근한 인심도 이 장터의 매력입니다.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시절, 산 넘고 물 건너 마을을 찾아 다니던 방물장수 좌판은 추억으로 가는 이정표입니다.
[조영희/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
어렸을 때 머리에 이가 생겼을 때 (참빗으로) 빗어주던 생각난다.]
참빗과 옥비녀에서부터 칫솔까지, 온갖 생활용품이 한데 모여있는 만물상입니다.
화장품이 없던 시절에 코티분은 최고의 호사품이었습니다.
[상인 : 옛날 할머니들이 많이 사간다. 옛날에 써 본 경험으로.]
5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용문장은 여느 5일장처럼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산한 장터에서 유일하게 흥을 돋우는 대중가요 테이프 좌판 역시 손님 발길이 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테이프 장수는 아예 좌판 한 켠에 장기판을 벌였습니다.
[상인 :
그냥 장사가 안 되니까, 그럭저럭 재미있다.]
파장 무렵, 개시도 못한 고추장수 할머니는 귀갓길을 서두릅니다.
버스 대합실 난로가에는 장꾼들이 둘러앉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장을 보러 나온 팔순의 할머니는 라면 한 상자를 샀습니다.
[이순길/양평군 용문면 심점리 : (할아버지가) 밤에 심심하면 끓여 먹으라고.]
기나긴 겨울밤, 시장기를 달래줄 라면은 노부부의 든든한 월동품입니다.
버스가 들어오면 사람들은 또다시 닷새 후를 기약하며 귀갓길에 오릅니다.
초겨울 추위를 녹여주는 초라한 난로처럼 촌로들의 투박한 인정이 깃든 용문장은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안식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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