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3.키프러스 1)키프러스 2)니코지아(Nicosia)오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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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고대의 삶과 사랑--
3.키프러스 1)키프러스 2)니코지아(Nicosia)--오늘 이야기 3,...11)파포스(Paphos) 12)쿠리온(Curion) 13)아마투스(Amathus) 14)쿠클리아(Kouklia) 2)니코지아 (Nicosia) |
니코지아(Nicosia)는 키프러스의 수도다. 우리는 수도라고 하면 나라의 중심. 최고만을 떠올린다. 정치와 여기서 파생된 모든 사회분야가 오직 수도 한군데만 집중돼 있는 한국의 서울. 그러나, 외국의 수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수도가 정치적인 중심지 외에는 큰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금융이나 공업은 물론 교육, 관광의 중심지가 다르다. 키프러스 역시 마찬가지. 니코지아는 수도지만 국제공항도 없고, 특별한 유적도 없다. 경제중심지도 아니다. 정치의 상징적인 중심지일 뿐이다. 남북의 키프러스가 반씩 공유하는 수도.
키프러스의 수도, 그러니까 니코지아의 남쪽 시가지에 고고학 박물관이 자리한다. 크지 않은 단층 건물이다. B.C 3-4천년 전의 도자기나 인형같은 장신구를 비롯해 철기시대 초기의 각종 유물이 많다. 그리스 로마시대 만든 조각같은 유물도 다수 전시중이다. 우리의 관심사인 모자이크는 오직 한 점 만 전시돼 있다. 그러나 그 한 점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의 세련된 미적 감각과 수준높은 표현 기법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모자이크의 제목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숱한 예술품의 소재가 됐던 '레다와 백조'. 먼저, 레다와 백조에 얽힌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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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다와 백조-- 니코지아 박물관의 유일한 모자이크인데 촬영금지다. 나중에 배낭여행으로 다시 찾아 한시간여 기회를 노리다 간신히 촬영했다. 제우스처럼 때를 노리다 슬그머니 촬영하다 보니 상태가 좋지않다. 니코지아 박물관. ⓒ김문환 |
여색을 무척 밝혔던 제우스는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의 왕비 레다를 자주 훔쳐 봤다. 그녀의 미모에 반했기 때문인데, 도통 레다와 만날 길이 없었다. 그러다 백조로 변해 레다에 접근한 뒤 욕심을 채울 수 있었는데, 과정이 재미있다.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숲속 연못에서 목욕하는 레다에게로 날아들었다. 우아한 백조의 모습으로 살며시 날아온 게 아니다. 무엇인가에 쫓기며 곧 큰일이 벌어질 듯한 그런 다급한 표정이었다. 간절하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가여운 모습. 레다가 하늘을 보니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백조를 쫓고 있는 게 아닌가! 마음씨는 고왔지만, 남자의 간계를 알아채지 못한 레다. 그만, 백조를 품에 안고 숨겨 줬다. 레다가 백조를 껴안는 순간 제우스는 본색을 드러내고 일을 치렀다. 독수리는 다름아닌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엽색행각을 도왔으니... 효(孝)와 불효(不孝)의 기준을 어디로 삼아야 할지...
레다가 황망하게 제우스와 정을 통한 그날 밤 전쟁터에 나갔던 틴다레오스 왕이 돌아왔다. 간만에 부부가 만났으니, 잠자리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얼마 뒤 레다가 2개의 알을 낳았는데, 하나는 제우스, 다른 하나는 남편 틴다레오스와 관계에서 생긴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이런 일이 신화에서는 종종 발생한다. 알에서는 각각 남녀 쌍둥이가 나왔다. 제우스의 알에서 헬레네와 폴룩스 남매가 태어났다. 틴다레오스의 알에서는 클리템네스트라와 카스토르 남매가 나왔다. 절세의 미인 헬레네.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이 된 헬레네는 나중에 메넬라오스와 결혼하고, 아버지가 다른 헬레네의 언니 클리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과 결혼한다.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은 형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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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다와 백조--런던 브리티시 뮤지엄에 걸려 있는 사진을 촬영한 것. 니코지아 박물관 작품을 촬영해 걸어놓은 사진이다. 금발을 단정하게 빗어 올렸다. 흰 엉덩이를 드러내놓고 옷을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뒤를 돌아본다. 가슴은 로마특유의 일자 브레지어로 가렸지만, 풍만한 엉덩이에서 육욕의 기운이 용솟음친다. 그러나 호기심 어린 눈빛만은 순진함 그자체다. 제우스는 백조로 변해 레다를 바라본다. 흐르는 군침을 저도 모르게 삼키듯 탐욕스런 백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순수와 욕정의 차이를 두 생명체의 눈빛으로 표현한 작가의 뛰어난 감각이 돋보인다. 필자는 이 사진이 진품인줄 알고 키프러스 여행도중 가이드와 언쟁을 벌여야 했다. 영국 박물관. ⓒ김문환 |
헬레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칭송된다. 그런 만큼 그녀의 어머니 레다 역시 빼어난 미모였을 것이다. 최고의 미녀를 낳은 어머니. 레다. 레다의 모습을 모자이크에서 확인해 보자. 레다는 옷을 반쯤 걸친 모습으로 등장한다. 목욕을 즐기다 무엇인가 인기척에 놀라 얼른 옷을 챙겨 입는 순간의 레다. 그래서 미처 몸을 다 가리지 못한 가운데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희고 살진 엉덩이를 드러낸 채 누군가 자신을 쳐다 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돌아다 보는 포즈. 요즘 선정적인 잡지를 펼칠 때 보는 모습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보는 이의 얼굴을 화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그런 요염한 자태는 같지만, 그 표정에 순진무구함 까지 담긴 점에서 다르다.
레다 오른쪽은 백조로 변한 제우스다. 레다 곁을 기웃거리며 눈부신 레다의 몸을 훔쳐보는 제우스의 얼굴엔 꿀꺽 군침을 삼키는 늑대의 욕망이 소금에 절듯 잔뜩 스며들었다. 백치미의 마릴린 먼로 처럼 곧 자신에게 닥칠 운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야수 앞에 자신을 내놓은 레다의 천진한 표정과 느꺼운 욕정으로 가득한 백조, 즉 제우스의 음탕한 눈빛은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룬다. 문학에서나 그림에서나 대조법은 주제를 강조하는 유용한 방법의 하나다. 청순한 새색시와 바람기 많은 난봉꾼의 만남이랄까! 아! 이러면 안되는데... 탐방객의 마음 한 켠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 작품이 갖는 또 다른 매력. 레다의 아름다움에 마음 빼앗기는 동시에 백조의 눈빛에서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의 눈빛에 녹아든 음탕함이 긴장된 순간에도 웃음을 안겨준다. 해학미가 묘한 마력을 발휘하는 니코지아 박물관의 '백조와 레다'는 헬레니즘기 엠블라마 기법의 작은 소품이지만, 모자이크 예술의 격을 한단계 높여주는 수작으로 모자람이 없다.
이 작품과 관련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 박물관은 대개 진품을 전시한다. 진품이 아니라면 박물관의 존재의미가 줄어든다. 영국 런던의 브리티쉬 뮤지엄(흔히 대영박물관으로 부른다)은 세계 각지에서 모은 진품 유물만 전시하기로 이름 높다. 그러나 모조품도 아닌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으니. 키프러스에서 발굴한 그리스 로마 유물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주인공이다. 해당작품은 바로 니코지아 박물관에 있는 '레다와 백조' 모자이크. 진품 없이 모자이크의 사진을 찍어 걸어 놨다. 그만큼 이 모자이크가 키프러스의 그리스 로마 시대 유물을 상징하는 대표작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필자는 키프러스에 가기 전 영국박물관 먼저 방문하면서 이 사진을 봤다. 그때는 모자이크에 큰 관심을 두던 때가 아니어서 사진을 얼핏 보고 "아름답구나" 생각한 뒤 스쳐지났다.
그뒤 지중해 주변을 본격적으로 돌며 모자이크를 살피다 니코지아 박물관에서 이 모자이크를 봤다. 당시 프랑스인들과 단체관광을 하고 있었는데,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키프러스 현지 가이드에게 어찌된 일인지를 물었다. 필자가 짧은 프랑스어로 물어본 요지는 "영국박물관에서도 이 작품을 봤는데, 여기 있는 작품은 무엇이냐? 어느 것이 오리지날 이냐?". 키프러스 가이드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연히 이곳이 오리지날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박물관에 가보지 않아 사진이 걸려 있는지 자체를 모르는 가이드와 영국박물관에서 얼핏 본 뒤 상식적으로 당연히 사진일리 없고 진품일 거라고 착각한 필자 사이에 결론이 날수는 없는 법.
필자는 당시 원작을 영국박물관에 빼앗긴 키프러스가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중인 것으로 오해했다. 공연히 가이드와 불필요한 갈등만 일으키고 말았다. 영국식민지를 경험한 키프러스인 가이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키프러스에서 돌아와 다시 영국 박물관을 찾은 뒤 사진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다. 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가이드에게 "데졸레(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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