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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소수'의 이야기

김수현

입력 : 2005.11.02 08:46

안녕하세요.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습니다. 벌써 11월. 연말이 다가옵니다.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해지는 요즘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BR 헤드윅 쇼케이스 다녀오다 BR


안녕하세요.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습니다. 벌써 11월. 연말이 다가옵니다.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해지는 요즘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헤드윅' 쇼케이스 다녀오다

어제, 뮤지컬 ‘헤드윅’ 쇼케이스에 다녀왔습니다. ‘헤드윅’은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조승우 주연으로 이미 국내 초연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오늘부터 앙코르 공연에 들어갑니다. 초연 당시의 오만석, 조승우 씨가 빠진 대신 엄기준 씨가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헤드윅’으로 합류했습니다. 이츠학 역에는 초연 때의 백민정, 이영미 씨에 로커 서문탁 씨가 새로 합류해서 관심을 모았지요.


3인 3색 헤드윅

쇼케이스는 헤드윅-이츠학 세 커플이 차례로 나와 중요한 노래 두 곡씩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열렸는데, 마치 진짜 공연처럼 진행돼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가창력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3인 3색 헤드윅이 각자 개성 만점이었습니다. 이츠학 역의배우들도 엄청난 '가창력'을 자랑했고요. 저는 초연 때 조승우 씨가 출연하는 공연만 볼 수 있었는데, 이왕이면 그 때도 4명을 다 봤으면 좋았을 걸, 뒤늦은 후회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기자들은 이런 쇼케이스에서 보통 ‘무덤덤’하게 앉아있기 일쑤인데요, 아무래도 ‘일’로 하는 것이라 일반 관객처럼 ‘몰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맨 처음 등장한 김다현 씨는 중앙 통로를 오가다 제 옆에 앉아있었던 모 방송사 기자의 무릎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는데요(김다현 씨가 분한 헤드윅, 너무 예쁘고 ‘섹시’합니다.^^), 얌전한 그 기자, 무척이나 쑥스러워했습니다. ‘헤드헤즈(헤드윅 열혈 마니아를 일컫는 말)’들이라면 아주 기뻐했을 테지만요.^^ 덕분에 덩달아 옆줄에 있던 저까지 쑥스러웠죠. 모든 카메라가 일제히 저희 쪽으로 앵글을 돌려서 약간 당황하기도 했고요.


연출을 맡은 이지나 씨는 이번에 출연하는 3인 3색의 헤드윅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김다현 씨는, 지금이라도 토미가 불러주면 눈물 흘리면서 금방 달려갈 것 같은, ‘사랑 지상주의’ 헤드윅.

송용진 씨는 순간순간 사랑에 잘 빠져들 것 같은, 사랑을 여러 번 할 것 같은 헤드윅.

엄기준 씨는 시니컬하고 어둡지만 한 번 사랑에 빠지면 극악할 정도로 하는 ‘지독한 사랑’의 헤드윅(본인은 ‘몇 대 얻어맞고 나온, 소박 맞은 아줌마’라고 표현해 관객들을 웃겼습니다).


열성적인 '헤드헤즈'들

쇼케이스에는 기자들 뿐 아니라 동호회 회원들도 참석했는데, 이미 여러 차례 이 공연을 관람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회원들의 열성은 대단했습니다. 이미 열성적인 뮤지컬 동호회는 단순히 수동적인 관객을 뛰어넘어 뮤지컬 시장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의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이 ‘헤드윅’의 경우는, 영화에서부터 ‘헤드헤즈’들이 생겨나 열성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헤드윅’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은 며칠 전 대학로에서 헤드윅 분장으로 ‘기차 놀이’를 하는 ‘플래쉬 몹(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사전연락을 취하고 특정 장소에서 미리 약속한 행동을 한 뒤 흩어지는 행위)’도 했다는군요.


공연장에 붙어있는 포스터들도 모두 동호회원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주최측에서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미장원 티켓’도 만들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미장원에서 10번 머리 하면 1번 공짜로 해 주는 식으로, 10번 헤드윅을 본 사람에게 한 번 공짜로 볼 수 있게 하는 티켓이랍니다.


'문화적 다양성'의 신호

사실 저는 초연 때 헤드윅의 선풍적인 인기를 보고, 이제 우리 나라에서 이런 공연도 되는구나,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최전성기를 구가하는 조승우 씨의 출연이 공연초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흥행에 도움을 줬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헤드윅’의 성공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지나 씨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여기 그대로 옮겨봅니다.


“사실 저희도 처음 공연 시작할 때는 예측을 못했어요. 아무리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연이다 보니, 이런 소재가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죠. 그런데 초연 때 보니까 관객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이해를 잘 하고 더 많이 공부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우리 문화 전반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봐요. 4, 5년 전부터 공연계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5년 전에 제가 록키 호러 쇼를 처음 연출했었죠.


어느 나라이든 문화가 진화할수록 다양해지죠. ‘헤드윅’의 소재도 이런 다양성의 측면에서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겁니다. ‘헤드윅’은 수백 만 관객이 들고 이런 것보다는, 소수의 충성도 있는 관객을 겨냥할 수 있다는, ‘다양성’에 있어서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헤드윅’의 성공은 뮤지컬 시장 전반의 급속한 팽창과 더불어, 문화의 다양성 확대, 혹은 ‘세분화’된 마니아층의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는 얘기입니다. 초연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주최측은 이번 공연을 폐막 일자를 정하지 않은 ‘오픈 런’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헤드윅 전용관’을 만들어 계속 대를 이어가며 공연하는 것이고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매력

물론 ‘헤드윅’ 작품 자체의 매력울 빠뜨려서는 안되겠습니다. 배우들이 한결같이 ‘평생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말한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음악이 정말 좋을뿐더러 헤드윅이라는 인물은 배우의 ‘극한’을 시험하는 매력적인 배역이니까요. 송용진 씨 같은 경우는 자기 자신도 열성적인 ‘헤드헤즈’라면서, ‘이 작품을 하기 위해 뮤지컬을 시작했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하지만 성전환 수술이 완전히 성공하진 못한) 록가수 헤드윅을 통해 성의 정체성 문제와 이성간의(혹은 동성간의) 사랑이야기 뿐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발언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지나 씨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주류에서 소외된 ‘소수’를 격려하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뮤지컬 ‘헤드윅’은 동서독의 경계, 혹은 남녀의 경계에 서있는 ‘경계인’, 이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서 배척 받는 ‘비주류’이자 ‘소수’인 헤드윅, 그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처음 대했을 때, 약간 낯설기는 했지만 무척 재미있게 봤고,

뮤지컬 초연 때 ‘조드윅’(조승우 씨가 분한 헤드윅)을 인상깊게 봤던 저는,

‘헤드헤즈’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꼭 3인 3색의 헤드윅을 모두 보고 싶습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제 블로그 https://ublog.sbs.co.kr/shkim0423 에 올릴 예정입니다.)

곧 다시 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