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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따라 골목따라] 백암 5일장

이병태

입력 : 2005.10.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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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농협 주변에서는, 매달 끝자리가 1일과 6일인 날에 5일장이 섭니다.

농협 입구에서 골목길을 따라, 좌판 180여개가 늘어서 있습니다.

여느 5일장과 마찬가지로 농민들이 직접 거둔 늙은 호박이나 오곡들이 좌판을 차지했습니다.

한켠에서는 장모님의 사위사랑을 대신할 씨암닭과 싸움꾼 장닭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만철/용인시 백암면 : 조선닭은 볼 만한 거지.]

한마리에 2만원인 토종닭과 강아지는 시골 5일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볼거리입니다.

한적한 장터풍경과는 달리, 배추장수 아주머니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배추 값이 3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한포기에 2천원으로 서울보다는 많이 싸지만 주부들에게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의정/용인시 백암면 : 많이 올라서 (김치) 담아먹기 힘들 것 같다.]

수확철을 맞아서 농기구 장수도 대목을 맞았습니다.

콩단과 깻단을 터는 도리깨가 만오천원에서 2만원, 곡식 알갱이를 고르는 키가 칠천원입니다.

[김종태/상인 : 올해 콩하고 들깨가 풍년이라서 도리깨와 키가 잘 팔린다.]

농기구를 고르는 농부들 얼굴에도 풍년의 기쁨이 묻어납니다.

경력 10년째인 떡장수 아주머니는 점심무렵, 첫 개시를 한 후에야 함박웃음을 날립니다.

[상인 : (하루) 10만원도 못번다. 밥 사먹고 비싼 기름값 빼고 나면.]

장보러 오는 사람들은 500여명.

그 가운데 40%가 현지주민이고 나머지는 인근 지역 주민들입니다.

장터 상인들 가운데 80%가 수도권 일대, 5일장을 떠돌아다니는 도부꾼들입니다.

5년전,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이 장터도 빛이 바래져가고 있습니다.

120년의 전통을 지닌 백암장은 한번에 소 4-5백마리가 거래될 정도로 전국 최대 규모의 우시장이었습니다.

우시장을 따라서 , 8도의 장사꾼들이 몰려들어 장날이면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김종태/상인 : 장차에 짐을 산더미같이 실고 , 6차 정도가 왔었는데 지금은 장차가 다 없어지고 개인별로 다닌다.]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소시장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10여년전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이 백암장의 얼굴마담은 시장 주변, 순대가게입니다.

돼지 사육두수가 전국 1위인만큼 풍부한 부속물로 만든 순대가 이 장터의 명물로 떠올랐습니다.

야채를 듬뿍 넣고 만든 백암 순대는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백암 순대와 순대국밥은 장터사람들의 허기와 고단함을 달래주는 별미였습니다.

[안창규/안성시 : 그때는 고기를 못먹는 시절이라서 한 그릇에 아주 만족했고, 소를 한달에 한번정도 팔러 와서 먹기 때문에 정말 맛있었다.]

파장 무렵, 장터상인들이 막걸리 한잔에 구성진 노래가락으로 시름을 달래는 모습은 낯익은 풍경입니다.

쌈지돈을 털어서 포도 묘목을 산 할아버지도 귀가길을 서두릅니다.

[김만철/용인시 백암면 : 외손자, 외손녀 줄려고 사서 심는 거다.]

광속으로 변하는 세상!

백암 5일장의 느릿한 풍경속에는 우리가 다시 찾고 싶은 푸근한 인정이 서려있습니다.

그러기에 5일장은 세월이 흘러도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날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