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혹시나' 했던 여권의 기대는 '역시나'로 끝이 났다.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대구 동을, 울산 북구, 경기 광주, 부천 원미갑 4곳에서 완패했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지난 4.30 재.보선의 '23대0' 패배를 포함해 '27대0' 이라는 치욕적인 참패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비록 4곳에 불과했지만 향후 정국의 풍향을 가늠할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정치적 의미가 부여된 재선거였다. 예상된 결과지만 파장은 예상을 벗어날 수도 있다. 정치권의 초점이 재선거 결과 보다는 그 이후 정국에 쏠리는 이유다.
패한 여권이 어떤 선택을 취할지, 승자인 한나라당의 더욱 복잡해질 대권후보 경쟁구도, 실지회복에 실패한 민노당의 진로, 그리고 물밑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제3세력의 결속 움직임 등은 향후 예상되는 정치 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정국의 불투명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심각한 민심이반을 확인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바탕 회오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 때문에 숨죽여왔던 지도부 개편론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내 각 계파간 의견수렴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른바 지도부 개편론, 대선주자들의 조기 복귀론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질서있는 전환론'이 나오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의장 체제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상황이 비단 문 의장의 지도력 부재에만 전적인 책임을 미룰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 의장과 투톱을 이루고 있는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도 "지역선거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지도부 책임론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룰 경우, 현 지도부의 사퇴와 정동영(鄭東泳) 통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 장관의 조기 복귀및 임시전대 등의 숨가뿐 흐름이 금년 연말과 내년초에 휘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공천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선거에서 또 다시 승리한 한나라당은 현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총선은 물론, 역대 재.보선에서 박 대표의 높은 대중성을 확인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방선거까지 박 대표가 당의 간판을 맡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게 됐다.
그러나 박 대표로서는 '청계천 특수'를 내세우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당장 차기 지방선거 후보 결정 등을 놓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강정구 파문이후 현 정부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문제삼으며 대여 강경노선을 걷고 있는 박 대표의 향후 진로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역유권자의 70% 가량이 현대차 및 협력업체 노동자와 가족들임에도 실지회복에 실패한 민노당으로서는 최근 불거져 나온 민주노총 지도부 사퇴 파문과 함께 심각한 내홍을 겪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등 범 중도.진보진영이 패하면서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중심당(가칭) 등 제3정치세력의 통합 움직임이 가속화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재보선후 정국의 최대 변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라는데 정치권은 큰 이견이 없다. 이미 대연정론 제안으로 정국의 화두를 장악한 바 있는 노 대통령이 '포스트 대연정 구상'을 내놓을 경우 정국은 예상치 못한 회오리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연말까지 정국 관련 언급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권내 갈등이 가열되고, 강정구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혁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그 시기가 앞당겨질 개연성이 짙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제기한 '개헌 조기 공론화' 요구 또한 '포스트 연정구상'과 맞물려 간단치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