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재선거 올인전략에 맞서 '지역개발론'으로 분전한 열린우리당이 차가운 민심을 재확인한 선거였다는게 총평이다.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이 불구속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빚어진 이른바 '강정구 파문'이 이번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 이후 김종빈(金鍾彬)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빚어지자 "현 정권이 국가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며 대여구국투쟁을 선언, 쟁점화했는데, 이것이 보수표를 결집하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우리당은 인권보호를 강조하며 강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권 행사를 적극 두둔했지만 효율적인 지지표 결집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당 내부에서조차 보수적 유권자 성향을 띠고 있는 대구에서 이강철 후보가 아쉽게 패한 요인중에는 강 교수 파문도 적지않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연정 제안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반면, 한나라당이 '민생경제우선'을 내세우며 현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중간평가론'을 주장한 선거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여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만연돼 있는 환경속에서 치러진 선거였고 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뜻이 결집된 선거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여권의 대연정 제안 및 김대중(金大中.DJ)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도청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터져나오면서 여권으로부터 호남표의 이탈을 초래한 것도 선거에서 우리당 후보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획통'으로 꼽히는 우리당 초선 의원은 "이번 선거의 패배원인은 대연정과 DJ 정부 도청사건으로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선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인 '박풍(朴風) 효과'를 또한번 톡톡히 재미를 봤다.
박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직전부터 투표 전날까지 대구 동을 지역을 5번, 울산 북구를 4번 방문하며 '올인'했다. 특히 텃밭인 대구 동을의 경우 노 대통령의 오랜 동반자이자 여권의 핵심실세인 우리당 이강철 후보가 출마하자 자신의 최측근인 유승민 후보를 공천, '노-박 대리전'으로 선거를 이끌며 배수진을 쳐 승리했다.
여기에다가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원도 한나라당엔 도움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우리당 후보의 경우 박 대표나 이 전 총재에 버금가는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거물급 인사의 '지원사격'을 기대할 수 없었다.
과거엔 여당 후보의 경우 '집권당 프리미엄'도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거의 득을 보지 못했다. 대구 동을 이강철 후보의 경우 "오히려 당적이 부담"이라며 중앙당의 지원도 거부하고 우리당 후보임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은 채 철저하게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선거지역 4곳 가운데 2곳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치러짐으로써 한나라당으로선 '지역구도 정치문화'의 '불로소득'도 챙길 수 있었다.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투표율이 보여주듯 20-30대 젊은 층의 투표 참여 저조현상은 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반면 노.장년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민노당이 실지회복을 기대했던 울산 북구에서 패배한 데 대해선 최근 잇따라 터져나온 민주노총 관련 비리 의혹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노동자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한 게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