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43. 나폴리 11-이탈리아

김문환

입력 : 2005.10.07 17:10

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2.이탈리아

1,2,3)로마(Rome) 1,2,3

4,5,6,7)바티칸(Vatican)

8,9,10,11)오스티아(Ostia)1,2,3,4

12)폼페이(Pompeii)

13,14)에르콜라노(Ercolano)1,2

15,16,17,18, 19, 20,21,22, 23,24)나폴리(Napoli)1,2,3,4,5,6,7,8,9,10--오늘 이야기

26,27)팔레르모(Palermo)

28,29,30,31,32,33,34,35,36)피아짜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

25)나폴리(Napoli) 11

 

◆11. 모자이크 전시실 4번방 4

 

정사 장면 모자이크에서 받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 약간 혼란스런 마음으로 모자이크 전시실을 떠나는 순간 흥미로운 모자이크 한 점이 다시 손짓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판(Pan)과 마에나드(Maenade)를 그린 모자이크다. 먼저 마에나드. 그녀는 디오니소스를 열렬히 숭배하는 추종자. 디오니소스 의식이 고조되면 미칠 듯한 열정으로 빠져 든다. 신이 올라 칼날 위에서도 다치지 않고 춤을 추는 무아지경의 무당처럼, 마에나드 역시 디오니소스 숭배에 집중하면 광란의 상태에서 현실세계와 유리된 채 춤을 췄다. 신화 속에서 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실제 디오니소스 숭배의식을 행하는 종교집단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술을 마시고 음란한 춤을 춘 것으로 기록된다. 금지 법령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의식을 진행하는 광경을 옮겨 놓은 예술작품이 다수 남아 당시 상황을 증언한다. 그리스 로마시대 프레스코나 조각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이 모자이크에서 마에나드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서 있다. 숲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음부를 검은 색으로 묘사한 점이 이채롭다.

 

판과 마에나드--염소다리의 판이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열정적으로 춤추고 있는 마에나드에게 접근하고 있다. 판이 남성의 상징을 곧추 세우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춤추는 마에나드에게 다가가는 모습이다. 나폴리 박물관. ⓒ김문환

 

마에나드 왼쪽은 판(Pan)이다. 판의 상징은 털이 북실북실한 염소다리. 가운데 남성을 불끈 세우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음탕한 표정으로 마에나드에게 달려드는 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판은 누구인가? 판은 그리스 신화에서 목축을 관장하는 신으로 그려진다. 가축을 기르는 수호신 판이 무슨 이유로 호색한(好色漢)의 상징이 됐는지 궁금해진다. 판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추근거리며 달려들다 슬리퍼로 얻어맞는 장면의 해학(諧謔)적인 조각은 그리스 아테네 박물관에 전시돼 이 곳을 찾는 전 세계 탐방객들에게 판의 호색적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어쨌든,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목동들은 가축이 번성하거나 반대로 병에 걸려 잘 자라지 않을 때 모두 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목축은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 우리의 벼농사 만큼이나 핵심적인 생존 조건. 그러니, 판의 중요성이 무척 커진다. 그만큼 겁나는 존재인데... 그러다 보니 패닉(Panic, 공포)라는 말이 판(Pan)에서 생겨났다.

 

정사장면 모자이크와 호색한 판이 알몸의 마에나드에게 달려드는 모자이크를 계기로 고대 그리스 로마사회의 애정사에 대해 간략히 짚어 본다. 최고신 제우스가 많고 많은 날 바람을 피고 다닌 데서 알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 사회의 풍속에서 정숙함을 기대하기란 부질없는 일이다. 남자들의 경우 특히 즐기면서 사는 게 흉이 아니었는데... 제우스와 헤라가 성(姓)을 놓고 벌인 부부싸움이 재미있다. 즐거움에 대한 인식차인데...

 

남녀가 정사를 가지면 누가 더 즐거울까? 남자가 즐겁다는 헤라. 여자가 즐겁다는 제우스. 한참을 다툰 끝에 둘은 제 3자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점장이 티레시아스가 불려 왔다. 티레시아스는 일찌기 점잖지 못하게 교미하는 뱀을 회초리로 때렸다가 사랑놀음 방해죄로 여자가 됐고, 7년 뒤 뱀이 교미하는 장면을 보고 화풀이로 다시 후려쳤다가 본래의 남자로 돌아온 기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남녀를 두루 경험해 봤으니 양쪽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그를 심판관의 자리에 앉힌 셈이다. 절대 권력자 앞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게 사실은 목숨을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고대 뿐 아니라 불과 얼마 전까지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던 일.

 

방중지사(房中之事)에서 즐거움이 10개라면 이 가운데 9개는 누구의 몫인가 말해보라. "여자 몫입니다". 노한 헤라는 그 자리에서 티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었다. 입장이 난처해진 제우스는 보상으로 티레시아스에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과 일곱 세대에 걸쳐 살 수 있는 장수를 배려해 줬다.

 

그리스 시대 남자들은 자유로웠다. 남편은 아내를 자식 낳아 주는 수단으로 여기고 노예와 첩, 직업여성을 자유롭게 만나며 즐거움을 얻었다. "아내는 아들 낳기, 하녀는 가사 일 돕기 겸 첩의 역할, 거리의 창녀는 여분의 쾌락"...

 

만남에서 저녁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향연(Symposium)을 빼놓을 수 없다. 대개 맛난 음식과 포도주가 곁들여졌다. 호화판으로 벌이면 창녀들도 참석해 시중을 들어 술자리는 흐드러졌다. 소크라테스도 이런 저런 종류의 향연을 즐겼는데... 향연에서 흥이 오르면 포도주 마시고 난 찌꺼기를 몸에다 뿌리곤 했다. 여염집 아내들은 남편들이 향연을 벌이며 창녀들과 희희낙낙할 때 집안에서 가사일에 전념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