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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다시보기] 기준없는 국가표준

이병태

입력 : 2005.08.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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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불이 났을 때 문을 열기 위한 비상레버는 어디 있을까?

지하철 승객 대부분이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몰라요.]

[에, 갑자기 물어보니깐 또 그렇네.]

[찾기 힘들 것 같아서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승객들이 헤메는 건 당연합니다.

객차마다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1호선은 비상레버가 문 좌측 좌석 밑에 있지만 3,4,5호선은 우측 좌석 밑, 그리고 2호선의 경우는 출입문과 좌석 사이에 있습니다.

출입문 손잡이도 2호선의 경우 문 중간에, 나머지는 문 아래쪽에 있습니다.

비상탈출 장치가 이처럼 통일되지 않는 것은 객차 제작에 대한 국가표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만든 국가표준이 외면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제정된 교통카드 국가표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부는 전국을 하나의 교통카드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했는데 여전히 서울 교통카드는 부산이나 대구에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국가표준 제정 이전에 제각기 교통카드를 만들어 써 온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비 교체비용을 안 대주면 카드를 못바꾼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한국의 산업표준은 KS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19개 부처가 86개 법령에 따라 만6천여 종의 정부규격을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4 정도는 KS와 어긋납니다.

국제표준과 맞지 않아 공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런 국내 표준과 인증제도 때문에 기업들만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이경상 팀장/대한상공회의소 정책팀 : 국제공인기준이 도입은 돼 있습니다만 부처간 이견차이 때문에 부분적으로만 시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수출기업들이 국제공인 기관으로부터 별도의 시행검사를 다시 또 받아야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지난 2천년 국가표준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표준심의회를 신설했습니다.

하지만 국가표준심의회는 2천년 11월 1차 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김동수국장/국무총리실 산업심의관실 : (국가표준심의회 이것도 정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고 있나요?) 네, 포함돼 있어요. 총리도 현장하는 것 보면 별 필요성을 못 느끼고 (국가표준심의회가) 안 열리다 보니깐 지금 정리하고 있는 단계예요.]

설립 후 5년간 이름만 유지하다 폐지를 앞두고 있는 국가표준심의회.

수시로 강조하는 정부의 '국가 경쟁력 강화' 외침을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