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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체험 극과 극-2]애틀랜타, '마조니 매직 터치'

이성훈

입력 : 2005.08.18 09:13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예상 선발 로테이션은 이랬습니다.1. 팀 허드슨(지난해 12승 6패.방어율 2.53) 2. 존 스몰츠 (지난해 마무리. 44세이브 방어율 2.76) 3. 마이크 햄튼 (지난해 13승 9패 방어율 4.28) 4. 존 톰슨 (지난해 1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예상 선발 로테이션은 이랬습니다.

1. 팀 허드슨(지난해 12승 6패.방어율 2.53)

2. 존 스몰츠 (지난해 마무리. 44세이브 방어율 2.76)

3. 마이크 햄튼 (지난해 13승 9패 방어율 4.28)

4. 존 톰슨 (지난해 14승 7패 방어류 3.72)

5. 호라시오 라미레즈(지난해 2승 4패. 방어율 2.39)

하지만 이런 구상은 부상 퍼레이드로 인해 박살납니다. 5월 16일을 끝으로 존 톰슨이 어깨 이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데 이어 31일엔 햄튼이, 6월 14일엔 팀 허드슨이 각각 부상자 명단에 오릅니다.

선발 투수 다섯 명 가운데 세 명이 빠진 최악의 상황. 줄줄이 땜빵 투수들이 선발로 나섰습니다. (현재 기아에서 뛰고 있는 세스 그레이싱어도 6월 5일에 긴급 수혈돼 선발로 투입됐습니다)

여기에 마무리로 데려온 데니 콜브마저 최악의 부진에 빠져 5월 말에 클로저 자리를 내놓게 됩니다.올시즌 애틀랜타에서 마운드에 올라본 투수는 모두 21명. 바비 콕스 감독이 '투수들 이름 외우기가 힘든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습니다. 보통의 팀이라면 이 정도면 시즌을 접어야 할 치명타가 되겠지요.

그런데 애틀랜타의 팀방어율은 놀랍게도 내셔널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습니다. 7월초에는 한 때 팀 최소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지요.

이쯤 되면 메이저리그에 관심 있으신 팬들은, 애틀랜타의 투수코치 레오 마조니의 놀라운 마술에 다시 한번 찬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지난해 초, 봉중근이 애틀랜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올랜도에 있는 애틀랜타의 스프링캠프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애틀랜타의 캠프는 올랜도 디즈니랜드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죠. 마조니 코치도 훈련을 지켜 보는 둥 마는 둥, 동년배의 할머니 할아버지 야구팬들과 수다에 정신이 없더군요. 잠시 인터뷰도 했었는데, 손자 가르치는 듯한 말투가 재미있었더랬습니다.

당시엔 봉중근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 여부가 관심사였습니다. 마조니에게 물어 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 오더군요. "본인이 잘 하면 선발 투수가 될 것이다. 내가 할 일은 봉같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계속 만들어내는 일이다."

 

봉중근은 2004시즌에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죠. 봉중근의 자리를 꿰찬 투수는 이전 5년 동안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다 애틀랜타까지 흘러온 재럿 라이트였죠. 마조니 투수코치의 손을 통해 '재생된' 라이트는 15승 8패, 방어율 3.28으로 멋지게 재기합니다. 올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FA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마조니의 품을 떠난 라이트는 또다시 부상의 악령에 시달리며 무너졌습니다.(사진 왼쪽. '투수 왕국' 애틀랜타의 수호신 레오 마조니 투수 코치)

마조니의 '매직 터치'의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면... (출처 mlb.com)

* 92년, 브레이브스는 팀 통산 최다인 24회의 완봉승을 기록합니다. 톰 글래빈은 생애 첫 사이영상을 받았습니다.

* 93년, 애틀랜타의 선발 투수 네 명이 220 이상, 35회 이상의 선발 등판을 기록했습니다.

* 95년, 그렉 매덕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사이영상 4회 수상자가 됩니다.

* 99년에 애틀랜타의 선발 투수 다섯 명은 모두 16승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매덕스-스몰츠-글래빈-니글-밀우드)

* 2002년에 애틀랜타의 팀방어율은 무려 3.13이었습니다. 올시즌 8월 16일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보다 낮은 방어율을 기록 중인 투수는 네 명 뿐이지요. 그해 애틀랜타 불펜진의 방어율은 2.60이었습니다.

* 그 해 크리스 해먼드는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0.95) 1900년 이후, 7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단 세 명 뿐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해먼드는 이전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1이닝도 던지지 않았습니다.

* 2003년 애틀랜타로 이적해 온 러스 오르티즈는 그 해에 21승을 올리며 사이영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오르티즈는 '마조니 치하'에서 20승을 기록한 아홉번째 투수였습니다.

* 쿠어스필드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낸 마이크 햄튼은 애틀랜타에 오자마자 14승을 올리며 재기합니다.

* 애틀랜타의 투수진은 92년부터 2002년까지 메이저리그 팀 방어율에서 2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2003년에 잠시 쉰 뒤, 2004년에 다시 메이저리그 팀방어율 선두를 되찾았습니다.

애틀랜타의 홈 구장인 터너 필드는 투수에게 아주 조금 유리한 구장입니다. (파크 팩터가 98-100 사이로 나옵니다.) 올시즌 애틀랜타의 수비진은 평균보다 아주 조금 나은 편이지요. (지난번 글에 소개했었던 DE-Defensive Efficiency가 전체 12위) 그렇다면 애틀랜타 투수들의 놀라운 성적은 마조니의 공이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마조니 코치는 자신의 투수 지도법을 정리해 'Pitch like a pro'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마조니 코치가 가장 강조하는 건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라'는 것입니다. 쉴 때도 공을 가지고 놀고, 틈날 때마다 살살이라도 던지면 공에 대한 감각과 어깨의 힘이 좋아진다는 거지요. 선동열 삼성 감독이 지난해 삼성의 투수코치로 부임한 뒤 삼성 투수진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선 감독의 훈련법이 '최대한 많이 던지기'였던 걸 떠올리면 마조니 코치와 비슷한 부분이 있네요.

애틀랜타의 예를 보면, 세이버메트릭스 같은 통계툴 대신 뛰어난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의 힘으로도 명문 구단을 건설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야구는 세이버메트릭스의 분석과 전통적 지혜를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는 거겠죠. 테오 엡스타인 단장의 세이버메트릭스적 방법으로 무장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3년째 정규 시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지요. 그런데 지난해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는, 카디널스 타자들을 속속들이 분석한 스카우트 팀의 분석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기사 참조 https://www.boston.com/sports/baseball/redsox/articles/2004/10/25/theyre_scout_m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