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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음악을 '보여주다'

김수현

입력 : 2005.07.23 14:05

안녕하세요. 정말 덥습니다. 한여름을 실감하게 하는 몇 일이 지났습니다. 밖에서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방 지쳐서, 마음 같아선 휴가를 내고 며칠 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9월에 늦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터라, 그럴 수도 없고...... 여러분은 어떻게


안녕하세요. 정말 덥습니다. 한여름을 실감하게 하는 몇 일이 지났습니다. 밖에서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방 지쳐서, 마음 같아선 휴가를 내고 며칠 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9월에 늦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터라, 그럴 수도 없고......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지하철 1호선' 2700회 공연


지난 19일, 김민기 씨가 번안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지난 19일 공연 2700회를 맞이했습니다. 1994년에 초연된 이후 11년 2개월만인데요. 그동안 관객 54만 명이 이 공연에 다녀갔습니다.

‘지하철 1호선’은 2700회 공연을 특별한 무대로 마련했습니다. 바로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연 것입니다. ‘지하철 1호선’은 이전에도 장애인들을 위해 공연한 경험이 많지만, 청각 장애인들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음악이 많은 뮤지컬을 청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학전 소극장을 찾았습니다.

‘지하철 1호선’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대사 자막을 구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크린에 청각 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글 자막을 띄우고, 수화 통역사도 무대 한쪽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음악을 보여주는' 수화 통역

수화 통역을 맡은 고경희·김정순 씨의 통역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리듬을 타며 흥겹게 수화 통역하는 것을 보니, 음악이 ‘보였습니다’. 물어보니 작품을 여러 번 보면서 거의 통째로 외웠다고 합니다. 단순히 내용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수화 통역 자체가 ‘연기’였습니다. 노래 없이 반주만 계속될 때는 악기 연주하는 몸짓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물어보니 전문적인 공연 통역을 위해 따로 연기 공부도 한다고 합니다.

관객 중에는 생전 처음 뮤지컬을 본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밴드 ‘무임승차’의 연주와 배우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는 않더라도 음악의 ‘진동’이 몸으로 느껴지고, 한글 자막으로는 내용을 파악하고, 수화 통역사의 몸짓으로 내용 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탈 수 있어서, 처음 보는 뮤지컬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음악이 없는 뮤지컬'

쉬는 시간에 김민기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오늘 특별한 관객들이 와주셔서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만은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공연보다는, 관객을 보고 있었다’면서, 특별한 감회를 피력했습니다. “‘음악이 없는 뮤지컬’을 보고 계신, 저 관객들을 또 내가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인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하철 1호선’을 수없이 봤지만, 볼 때마다 재미있습니다. 이번에는 얼마 전 팀이 바뀌어 처음 보는 젊은 배우들이었는데(가장 어린 배우가 85년생이랍니다), 무르익은 연기의 노련함은 없었지만, 젊음과 열정이 느껴져서 또 좋았습니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동

‘지하철 1호선’은 내년에 3천회 운행을 돌파합니다. 지금까지 11년 이상 공연되는 동안에도 이 작품은 여러 차례 세태를 반영해 수정됐습니다. 지금 공연되는 버전은 ‘IMF 체제’ 즈음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 몇 년 사이 또 서울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도 한참 지났고, 이 뮤지컬의 주요 무대인 ‘청량리 588‘의 풍경이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더라도 이 뮤지컬이 관객에게 주는 웃음과 감동, 눈물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뮤지컬은 ‘안경’이 ‘저주한다’고 노래하는 대도시 서울의 모습을 암울하게 그려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의 ‘따뜻함’, 그 희망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뮤지컬을 볼 때마다, ‘산다는 게 참 좋구나, 아가야’라고 말하는 포장마차 곰보 할매의 노래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됩니다.

이런 감동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날 공연을 본청각 장애인 관객들도, 배우들의 열연과 수화 통역사의 열성적인 통역을 통해, 그 감동을 전해받았을 겁니다. 또 그래서 ‘지하철 1호선’이 독일에서, 일본에서, 홍콩에서, 중국에서, 공연될 때마다 외국인 관객들의 마음까지 움직였을 겁니다.

또 뵙겠습니다. 건강하게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김민기 씨의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제 블로그(https://ublog.sbs.co.kr/shkim0423)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지난 번 메일에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숲속 놀이창고’의 연출을 맡은 양경희 씨 이름을, ‘송경희’라고 잘못 쓴 것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송경희’라는 이름이 있어서 잠깐 혼동한 것 같습니다. 양경희 씨께, 그리고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