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은 휴가철이기도 하지만, 농사일도 한창 바쁜 농번기입니다. 그런 농민들이
밤잠까지설쳐가며 야생 동물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피해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고 합니다.
권영인 기자입니다.
<기자>
늦은 밤 지리산 자락.
멧돼지가 인기척에 놀라 부리나케 달아납니다.
고구마 밭은 난장판이 돼버렸습니다.
논에서는 고라니들이 어린 모를 짓밟으며 뛰어다닙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불침번을 서봐도 속수무책입니다.
[이전용/고구마
재배 농민 : 사람이 나와 있으면 고구마를 파먹지 않는데, 2시나 돼서 들어가면 (멧돼지가)
새벽에 내려와서 다 파먹어요. 피해가 너무 심해서....]
과수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출하를 앞둔 복숭아들이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고, 멧돼지가 부러뜨린 가지가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습니다.
7년동안 키웠던 배 과수원을 멧돼지 떼 습격에 망친 농민은 3천평 과수원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이한경
/ 농민
: 한 10년 넘게 투자했으니까요. 농사가 되야지...(그런데요?) 그런데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결국, 사냥개와 엽총이 동원됐습니다.
필사적으로 달아나던 멧돼지도 포수에게 덜미가 잡히고 맙니다.
문제는 피해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윤희균 / 경남수렵협회 유해조수구제반 : 지금 이렇게 해봐야 일시적이고, 앞으로 곡식이 익어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멧돼지 피해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책은 일시적인 수렵허가가 거의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허가받기까지 며칠씩 걸려 피해만 남기고 달아나 버리기 일쑤입니다.
일부 지자체가 지원금과 보상대책을 마련했지만 농민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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