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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리더] 대 이은 '막걸리 사랑'

정호선

입력 : 2005.07.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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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의 한 탁주 공장.

쌀을 쪄낸 누룩을 몇개월씩 발효시키고 가라앉은 찌꺼기를 걸러내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현대적인 공정으로 막걸리가 생산됩니다.

완성된 술은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병에 차곡차곡 담겨 포장까지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현대식 막걸리 공장을 만든 사람은 40대 여사장 배혜정씨.

[배혜정 사장 : 탁주시장에서 고급화를 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자동화하고 제조과정에 맞는 설비가 있어야 합니다. 발명품이 나와야 하는 것이죠.]

이 공장을 짓기까지 주변의 반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통탁주 시장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배혜정 사장 : 만류를 많이 했죠. 어차피 안될 일이니까..그냥 조용히 집에서 편안하게 있는 게 어떠냐는 권유도 많이 해..]

하지만 배 사장은 전통탁주를 고급화, 현대화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배혜정 사장 : 분쇄를 하고 체로 치고, 또 균질기에 들어가게 되면 세분화된 공정을 거쳐 더 고급화를 한다.]

배사장은 2년 전 꼭 같은 막걸리 사업으로 망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사업을 숙명이자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기의 바탕에는 국순당 배상면 회장의 외동딸로써 가업을 잇는다는 신념이 깔려있습니다.

[배혜정 사장 : 저는 집안에서 술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죠. 늦게 사업을 시작했는데도 도전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을 안 했죠.]

오빠인 배중호씨가 국순당 사장을 맡고 있고 남동생인 배영호씨는 배상면주가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사장은 형제들과는 전혀 다른 막걸리를 택했고 그래서 유통도 마케팅도 도움을 받지 않을 것이고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혜정 사장 : 내가 만약에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한다면 이 업계에 뛰어들지 말아야..아직까지도 오빠나 동생한테 팔아달라고 얘기해본 적도 없을 뿐더러..]

다만 그녀의 막걸리 사업에 정신적 뒷받침이 되고 있는 분은 아버지인 배상면 회장.

[배상면 회장 : 사실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뭐냐면 막걸리 연구를 50~60년간 했는데 성공을 못했어요.]

자신이 못다한 꿈을 이어가는 딸이기에 배상면 회장도 배사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배사장은 지금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아버지를 찾아 머리를 맞댑니다.

[배상면 회장 : 하도 고생을 해서 그만둘까 했거든. 그러니 그래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는거야..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하는 의지는 있다는 거야..]

2년 전 막걸리의 걸쭉한 맛을 지닌 고급화된 제품을 개발하고도 실패를 했다는 것은 아직도 뼈아픈 기억입니다.

그러나 그 실패를 통해 막걸리 시장을 기본부터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배혜정 사장 : 이걸 약주시장에서 팔아야 되는건지, 막걸리 시장에서 팔아야 되는건지 내 스스로도 혼돈스러웠어요. 그러다보니니 전략이 부재했고 전부 실패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막걸리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기로 했습니다.

[배혜정 사장 : 연배가 있는 사람들만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 때문에 젊은 계층이 탁주 맛을 잘 몰라..젊은 계층을 위한 맛, 디자인, 먹는 방법을 개발해서..]

이를 위해 포장을 고급화하고 과일성분을 첨가해 주 소비계층을 젊은층으로 잡았습니다.

또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려 장기적인 지구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일본으로부터 주문이 크게 늘어 몇 달새 20만 달러어치가 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배혜정 사장 : 쌀로 만들지 않았습니까..공통적으로..그래서 맛이 낯설거나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차별화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양조장에서 맡았던 누룩향기에 인생의 좌표를 설정한 여인, 배혜정.

우리 막걸리가 결코 막되먹은 술이 아니고 양반의 여유가 배어있다고 해서 '부자'로 이름을 붙이고 전통을 되찾고자 하는 40대 여사장, 배혜정.

어느 나라보다 긴 역사에도 변변한 술 하나 없다는 좌절감이 그 녀의 손끝에서 멋진 술향기로 빚어질 것을 기대해 봅니다.

[배혜정 사장 : 이왕 시작한 탁주의 고급화라는 명제를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지 품질을 최우선하는 대한민국에서 먹을만한 술을 만들겠다. 품질로 신용을 얻는 소박한 사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