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부채 사랑으로 위암 극복
<앵커>
에어컨과 선풍기에 밀려나면서 요즘은 주변에서 부채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요, 오늘(16일) 테마기획은 40년동안 한결같이 우리 전통부채를 만들어 온 한 장인을 만나봅니다.
권영인기자입니다.
<기자>
촘촘하게 댓살을 댄 한지 위에 한 폭 그림을 얹은 부채가 운치를 더합니다.
수백 개의 꿩 깃털로 만든 부채는 쏟은 정성만큼이나 화려합니다.
모두 경남 통영의 구영환씨가 만든 통영미선입니다.
[구영환/경남
통영 : 버들 붕어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꼬리 미'자, '부채 선' 그래서 미선입니다.]
통영미선은 조선시대 임금의 하사품으로 쓰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중국부채와 에어컨에 밀려 구씨 혼자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릴 적 한 스님에게 배워 만들기 시작한 지 어느덧 40년.
[구영환
: 먹을 것도 있고, 놀이터도 되고, 가면 글도 하나 가르쳐 주고 그러니까 배우게
되는 동기가 된거죠.]
부채 만들기는 좋은 손잡이를 고르는 데서 시작합니다.
조심스레 깎으면서 통영 미선의 특징인 손잡이의 다양함을 살려냅니다.
[구영환
: 자다가도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다가 반짝해서 그 모양 한번 해볼까 메모했다가
다음날 하기도 하고...]
얇디얇게 가른 부채살을 열 시간 동안 삶아 두 달을 말리고, 부채살 백여 개를 붙여 알맞은 손잡이를 골라 이으면 미선의 아름다운 자태를 갖추게 됩니다.
아무리 덥고 바빠도 천천히 바람을 부칠 줄 아는 여유가 부채의 멋이라는 구 씨.
지난해 위암 수술로 위를 절반 넘게 잘라냈지만, 그나마 외길 부채사랑으로 병마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구영환
: 제가 좋아서 만드는 직업이다보니 싫증이 없으니까 기력이 있을 때까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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