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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피폐는 사회 전반 이기주의 때문"

김정윤

입력 : 2005.07.11 13:30

서울대 평의원회 성명


<정부와 대학 간의 정책이견에 대한 서울대학교 평의원회의 입장>

서울대학교 최고 의결기구인 평의원회(의장 권욱현 교수)는 최근 정부와 대학의 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몇 가지 의견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이 의견은 2005년 7월 11일 아침 긴급 임원회의(의장, 부의장, 각 상임 위원장 및 각 위원회 간사)에서 숙의해 정리된 것이다.

먼저 정부와 국립대학 간의 대립 양상은 이유가 어디에 있든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이나 집단에는 인식과 견해를 달리 하는 입장이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같은 정부기관 간에도 정책적 이견이 무수히 있다. 정책이념 까지도 달리할 수 있다. 본 기관과 소속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16일 평의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대학의 자율권 제고를 위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일련의 정책적 입장 들-대학입시, 국립대학병원 관리 주체의 이전과 설치법 폐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립대학총장선거 관리 등-에 관해서 생각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일련의 문제에 봉착하면서 평의원회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

첫째, 국가와 대학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느냐이다.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정부는 먼저 균형자이고 보편자이며 중립자이어야 한다. 한편 연구와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학문의 모체인 대학은 ‘진리와 이성’을 존중하면서 ‘억측’을 배격하는 사명을 띠고 학문에 열중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학을 이해함에 있어서 간혹 억측에 기초한 주장을 배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희랍시대 이래 대학의 이성학, 제작학, 또는 기술학 어느 분야도 외부의 간섭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차제에 분명히 한다.

둘째, 시대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변해 현 정부가 표방하듯이 ‘분권과 자율’이 최상의 원리와 가치가 되어 감을 실감한다. 조직이자 기관의 성격은 무기체에서 유기체로, 그리고 문화적 실체에서 이젠 추상미술의 조합 같은 콜라주(변형)로 변해가고 있다. 한마디로 다양화 그 자체가 형상과 실질의 표본이 되었다. 이에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의 어느 존재라도 그 자체 다양한 개체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들이 엮는 네트워크로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책발상의 출발이어야 한다.

셋째, 어느 정부든 표방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는 것을 서울대학인들은 알고,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주장의 논거가 보편성을 결할 때는 동의할 수 없고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학인의 생리이자 현실참여 양식이다. 만에 하나 정부의 정책논리가 현대 산업사회의 원리인 ‘경쟁’이나 수월성 추구,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주장은 가설적 언술에 불과할 뿐, 옳지 않은 공리에서 도출되는 논리적 오류에 근거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회에는 단계별 선택과 방기 등 여과장치가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넷째, 만일 정부가 주장하듯이 공교육의 피폐가 대학입시제도의 잘못 때문이라면 그 제도를 고침으로서 해결해야 옳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공교육이 제 궤도를 잃은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펴 온 일부 교육정책의 잘못과 산업사회를 잘 못 이끌어간 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지 입시제도, 그것도 서울대학교 입시제도 하나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전체와 부분을 혼동해 논의가 분분해 진다. 주장은 잘못하면 자기모순까지 범한다. “조용히 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은 이미 조용하지 않은 사람이듯이, “엘리트 교육은 용납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자신이 엘리트이자 지배계급이다. 역설과 자가당착은 자칫 정책적 팽행선을 그을 수 있음을 경계한다.

다섯째, 서울대학인이 지금 간곡히 원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분야별 기관을 상호 협력해 모두 가 원하는 ‘정의로운 선진사회’를 건설하는데 일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의사회란 “능력과 노력을 들인 만큼 대접을 받는 사회”를 이른다. 갈등도 있지만 서로 자성해 고칠 것을 고치면서 도울 때 돕는 거버넌스가 정부와 대학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