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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 3대 이어온 '종로양복점'

이병태

입력 : 2005.07.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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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대로변의 한 상가건물.

어지러운 간판들 사이로 양복점 간판이 눈길을 끕니다.

가파른 계단 너머, 입구를 장식한 숫자가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서는 이곳은 89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복점입니다.

열 평 남짓한 가게를 홀로 지키는 주인공은 3대째 가업을 대물림해오고 있는 이경주씨입니다.

기성복의 위세가 막강하지만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다는 자부심 하나로 그는 오늘도 맞춤양복을 짓고 있습니다 .

[이경주 대표/종로 양복점 : 기성복은 새로 치면 제비가 독수리 날개를 달고 다니는거. 그거 잘 안맞잖아요. 그런데 나는 제비에게 제비 날개를 만들어 주는거에요. 독수리에겐 독수리 날개를요.]

창업주 이두용 옹이 일본에서 양복기술을 배운 뒤 처음 문을 연 가게터는 보신각 옆 자리입니다.

당시 일본 양복점과 겨를 정도로 솜씨가 뛰어났던 창업주는 마케팅 기법도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였습니다.

[이경주 대표/종로 양복점 : 산업박람회 그런거 있는데 양복을 해서 입혀 가지고 그걸 선전하셨어요.]

당시, 가게 단골손님은 장안의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이었습니다.

[이경주 대표/종로 양복점 : 김두한씨, 이시영 부통령도 와서 하시고 뭐 그때는 정계의 유명하신 분들이 다 저희집에서 양복을 하셨으니까.]

창업주의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신용을 밑거름으로 가게는 성장세를 거듭했습니다.

지난 1928년에는 개성과 함흥에 지점을 개설하고 종업원 수가 100명을 넘을 정도로 명성을 누렸습니다 .

창업주의 뒤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은 부친 역시 여든살이 넘어서도 매일 가게를 지킬 정도로 남다른 자부심을 지닌 재단사였습니다.

지난 1994년 작고한 부친의 뒤를 이어 이사장이 3대째 가업을 대물림할 당시만해도 재단사는 촉망받는 직업이 아니었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경주 대표/종로 양복점 : 누군가 해야되는데 내가 해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고 그때부터 학원다니면서 기술배우고 아버지한테 배우고 해서 배우게 된거죠.]

부친의 손때가 묻은 가위처럼 그가 대대로 물려받은 경영철학은 고객에 대한 정성입니다.

[이경주 대표/종로 양복점 : 정성은 끝이 없다. 손님이 만족하는 옷을 해주는 것이 제일 잘한 옷이다 이렇게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양복이 고객에게 전해질때까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박음질 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백석 공장장/종로 양복점 작업장 : 여기는 다 손으로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게 다 표시가 나거든요. 그러니까 다른데 두어바늘 뜰거 여기는 서너바늘 더 뜨게 하시고 일일이 체크를 해요.]

이런 정성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단골손님 중심으로 9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비결입니다.

[이상길/단골고객 : 다른데 가서 맞추면 옷이 불편한 걸 느끼는데 여기서 맞추면 편안해요.]

그러나 오랜 명성도 세월의 변화를 비켜갈 순 없는 법!

80년대 중반이후 기성복의 위세에 밀리면서 한달에 이삼백 벌하던 일감이 요즘엔 10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야말로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김송본/경제 평론가 : 일단 시장 자체가 다변화되고 있는데 기술적인 전통을 지켜온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종로 양복점은 새로운 고객 확보전략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중입니다.

과연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오랜 전통을 잇고 싶은 그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이경주 대표/종로 양복점 : 자식이라도 안하면 조카라도 할 수 있게 그래서 200년, 300년 갈 수 있는 양복점을 만들어야죠.]

창업 100년을 눈앞에 두고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오래된 가게의 생명력은 핵심적인 역량은 고수하되 시대 변화에 따라서 변신해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