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연애를 하고 계신가요? 아님 성공적인 연애를 통해 사랑의 결실을 얻은 상태인가요? 아님 연애의 실패로 실의에 빠져 계신가요? 마치 사춘기의 성장통을 겪듯이 선남선녀라면 누구나 하게 되고 또 하고
|
독특한 연애관을 가진 신세대의 발칙한 연애 수작을 그린 [연애의 목적]은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공중파 2개 채널에서 사이좋게 같은 시간대에 보여주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 나온 예고편을 보고 '오호라! 이것 봐라' 하는 맘이 들어 집사람과 함께 극장을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이유림(박해일)은 교생 실습나온 최홍(강혜정)을 보고 첫눈에 끌려 노골적인 작업을 시작합니다. 같이 자고 싶다거나 맘에 드니 사귀자는 말을 스스럼 없이 던지는 유림의 말과 행동에 홍은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호감(?)이 자리잡게 됩니다. 유림은 6년 동안 사귄 '부모같고 자식같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럼 없이 밝히고 홍이 벤츠를 몰고다니는 의사 선생님과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유림의 작업은 집요하고 거침이 없어 보입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이 커플은 마침내 일정 정도 성공 가도에 들어서 맘을 함께 보내고 유림은 홍의 아픈 과거까지 알게 되면서 이들 관계는 단순한 연애에서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애정행각이 보수적인 학교에 나쁜 소문으로 퍼지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박해일의 파격적인 변신입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조용하지만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이후 [질투는 나의 힘], [인어공주]에서는 준수한 용모에 걸맞는 역할을 맏았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술에 쩔은 불량교사로 학업에는 뒷전인채 연애라는 작업에만 몰두하면서 최양락 비슷한 말투로 노골적이고 저질스런 대사를 쏟아냅니다. 하지만 뻔뻔하고 가증스러워 보이는 대사를 그리 밉지 않아 보이도록 하는 것이 그의 연기력에 힘입은 것 아닐까 합니다. 이미 6년간 사귀고 있는 애인이 있는 몸에 상대방도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맘에 든다는 이유로 그토록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아마 현실이라면 상대방으로부터 뺨을 맞아도 여러대 맞았을 겁니다. 영화를 본 여성 관객들은 '박해일이니까 봐줄만 하고 용서가 된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유림의 캐릭터는 일반적인 남자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남자의 욕망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상황을 고려하고 즉 '이런 말을 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하나'하는 소심함으로 원활하게 표출되지 못하는 상황이죠. 바로 그런 욕망의 대리만족에 남자관객들은 최소한 중반까지는 입가에 엷은 미소까지 띠며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딱 5초만"이라는 대사가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많은 여성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남자인 제가 보기에도 좀 너무하다 싶은 측면이 있지만 감독은 현실에서 연애라는 것은 로맨스 소설처럼 아름답게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위해서 그런 반응까지 계산에 넣고 집어넣은 장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중반까지는 감각적인 대사와 웃지 못할 상황들로 에너지가 넘치다가 위기 부분에서는 다소 언짢고 불쾌한 느낌이어서 '아!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한계...??'하다가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시나리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상처받은 자와 상처를 아직 안 받은 자 사이의 연애담이며, 상처받은 사람이 연애에서는 늘 이기게 되어 있다. 단맛을 아는 자는 지고, 쓴맛을 아는 자는 이기는 게임이 연애'라는 지론을 밝혔는데 참으로 탁월한 통찰력이 아닐까 합니다. 남자들은 사랑의 결실에 대해 자신이 쟁취했다 또는 정복했다라는
단어로 규정하면서 우월감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마치 '18대 1로 붙었는데 말이지...'하는 식의 무용담처럼 뽐내듯이
자랑을 하곤 하는데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커플은 정복자인 남자와
피정복자인 여자들로만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과
더 나아가서 객관적으로 볼때 여자 쪽이 한 수 위인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미덕이 바로 결말 부분에 있습니다. (연애의
성공이 결혼으로 이어져 어느덧 20년 가까이 된 저같은 사람의 경우를
통시적인 관점에서 고찰해 볼때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