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강원도를 다녀왔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산골 고등학교 몇 곳을 취재했는데, 대학 입시정책이 바뀌면서 함께 변하고 있는 산골 학교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BR 강원도 횡성에 있는 횡성고등학교는 지난 20년 동안 신입생 충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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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에 있는 횡성고등학교는 지난 20년 동안 신입생 충원에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학교입니다. 소위 말하는 미달 학교죠. 횡성 지역에 학생이 워낙 없기도 없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또 중학교를 졸업할 때 상당수의 학생들이 주변에 있는 원주나 춘천 같은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미달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합니다.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학생들은 어김없이 시골을 떠났는데, 횡성고 선생님들은 이런 현상에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이랬던 횡성고등학교가 지난해 입시에서 20년 만에 ‘미달’ 딱지를 떼어 냈습니다. 신입생 충원이 100%를 초과했을 뿐 아니라, 같은 지역의 횡성중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도 상당수 횡성고로 진학했다고 합니다.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까지는 횡성중학교 1등에서 40등까지 학생들은 모두 원주나 춘천 쪽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하는군요) 가장 큰 이유는 2008학년도 대학 입시가 내신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내신 성적의 비중이 높아지는 새 대학입시에서 가능한 경쟁이 덜 한 고등학교에서 유리한 내신을 챙기겠다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랫동안 미달에 지치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도시 학교에 빼앗긴다는 박탈감에 시달렸던 횡성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뭔가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강원도에 있는 평창고등학교도 요즘 분위기가 좋습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20년 만에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습니다. 평창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합격한 김 모 학생은 서울대가 시행하고 있는 ‘지역 균형 선발제’라는 전형을 통해 합격했습니다. 지역 균형 선발제도는 학생들이 낙후 지역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사교육 등의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학생의 잠재력이 높이 평가된다면 후한 점수를 주는 전형으로 현재 전체 정원의 20% 가량을 이 제도를 통해 뽑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오는 2008학년도까지 이 ‘지역 균형 선발’ 전형을 30%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대부분의 다른 대학들은 내년부터 현재 3%인 농어촌 전형을 4%로 늘리기로 하는 등 지방 학생들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골에 있는 학교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서울대 등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발견한 교사와 학생들은 요즘 공부할 맛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뜸 했던 동문회나 지역의 각종 단체에서도 고등학교를 밀어주자는 움직임도 훨씬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유리한 조건을 노리고 도시에서 지방으로 전학을 하는 약삭빠른 학생들도 역시(?) 있었는데, 좀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대입전형들이 본래의 의도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대학, 고등학교에서 신경을 좀 써 준다면 침체된 지방 학교들이 충분히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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