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의사가 되는 새로운 방법

이병희

입력 : 2005.06.20 14:39

요즘 의학, 치의학전문대학원 관련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에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이뤄진 의학교육 체제를 ‘4+4’ 체제의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교육부와 이를 반대하는 일부 의과대학의 신경전을 다룬 내용들이


요즘 의학, 치의학전문대학원 관련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에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이뤄진 의학교육 체제를 ‘4+4’ 체제의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교육부와 이를 반대하는 일부 의과대학의 신경전을 다룬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달 초, 교육부는 전국의 의과대학들로부터 전문대학원 전환 신청을 받았는데, 그 결과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전국에 있는 41개 의과대학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15개 대학만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치의대는 11개 가운데 6개 대학이 전환 신청) 당분간은 반쪽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4개 의학전문대학원과 5개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신입생 5백 명을 선발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바뀐 제도에서 의사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인천에 있는 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찾았습니다. 요즘 첫 학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 학생들은 무척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전공수업이 한창인 강의실을 찾았는데... 다양한 전공, 다양한 연령대를 가진 학생들이 한 데 모여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바로 들더군요.


이 의학전문대학원에는 생물학과와 화학과 등 이학계통을 전공한 학생들이 절반 정도, 공학계열을 전공한 학생이 30% 정도였고,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한 학생들도 일부 있었습니다. 서른 살이 넘어 의학도의 길을 택한 학생도 꽤 됐는데, 44살에 입학한 신입생도 있었습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 박사를 마친 김봉섭씨는 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김봉섭씨는 박사과정을 마친 후 한 연구소에서 2년 정도 근무하다가, 자립형 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후 기회가 닿게 돼서 의학도의 길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전문대학원 4년을 마치고,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모두 마치면 김씨는 53살이 됩니다. 솔직히 53살에 의사가 돼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겨 물어봤더니.... 김씨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 70대까지는 일하는 게 일상적인 시대가 올 테고, 노인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의사로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이 길을 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의과대학으로 입학하지 않고, 각자 다른 전공을 공부하다 의학도의 길로 접어든 학생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두려움과 약간의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생소한 의학용어, 방대한 공부분량을 처음 접한 학생들은 학기 초에 큰 벽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새 공부에 익숙해진 자신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하더군요.


교육부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의료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학’ 이라는 학문은 ‘응용학’ 이기 때문에 대단한 창의성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연구하고, 창조해내기 보다는 오히려 암기할 것이 많은 학문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책상에 붙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인내력과 체력이 더 필요한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때문에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했더라도 4년 동안 의학 전공수업을 철저히 이수하면 충분히 전문성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면 현재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고등학생과 재수생들의 과열 경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점도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좀 한다 하는 학생들은 의대와 법대를 목표로 삼고 죽어라 공부하는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그저 의사, 판사가 좋다니까 그저 공부하는 학생도 상당수 있겠죠. 실제로 지방의 의과대학의 합격선이 서울대 일부 이공계 학과보다 높아진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일부 학과에만 매달리는 과열현상은 국가적인 낭비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 기존 6년제보다 무려 2년이나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오히려 낭비라는 지적입니다. 또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이 기존의 의학과(본과) 커리큘럼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등록금이 천만 원으로 거의 2배에 달하는 점도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애초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사로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질 거라고 전망했지만 비싼 등록금 때문에 일부 부유층 자제만 의사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또 의사가 되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과열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의사가 되기 위해 전문대학원에 목을 매는 많은 대학생들의 과열 현상은 또 어떻게 할 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제 이후 60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예과 2년, 본과 4년의 의학교육 체제. 앞으로 몇 년 간은 어쩔 수 없이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와 따로 따로 운영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새로운 방법으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인데,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제1기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인턴을 거치고, 레지던트를 거치면서 과연 기존의 의사들과 동등한 자질을 가진 의사로 태어날 수 있느냐? 여기에서 전문대학원의 성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의학 교육 본연의 임무인 ‘실력 있는 의사’를 양성하지 못하면 그 것은 실패한 제도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