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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씨의 도피 이유를 주목하는 이유

입력 : 2005.06.20 14:34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 8개월만에 귀국을 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특보 준비하느라 아예 밤을 새웠고 그 뒤로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동료 기자들끼리 이런 말을 했죠. “잘못은 김우중 씨가 저질렀는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 8개월만에 귀국을 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특보 준비하느라 아예 밤을 새웠고 그 뒤로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동료 기자들끼리 이런 말을 했죠. “잘못은 김우중 씨가 저질렀는데 고생은 우리가 한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1주일 사이에 체중이 3킬로그램 가까이 빠졌더군요.

지난번 글에서 김우중 씨에 대한 사면 주장이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희 SBS 법조팀에서는 김우중 씨의 해외 도피를 둘러싼 의혹을 조금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저희가 단독 취재했던 김우중 씨의 해외 도피 날짜와 경로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 "도피 날짜도 잘못 알았었다"- 중국에서 돌아왔다가 일본으로 나가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씨의 도피 경위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지난 1999년 10월 20일 중국 옌타이에서 열린 대우자동차 부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바로 도피길에 올랐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씨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해보니 그는 정상적으로 출장을 마치고 귀국을 했다가 다음날인 21일에 일본을 통해 출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확인 이전까지는 모든 언론이 ‘10월 20일 옌타이에서 잠적’했다고 몇 년 동안이나 오보를 써온 겁니다.

일부에서는 저희가 이런 내용을 보도한 것을 두고 혹시 SBS가 김우중 씨의 출국이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뭔가 배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김씨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않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절대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도에서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혹시 이런 보도를 통해 김씨가 자신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해외로 달아나 5년 8개월을 숨어지냈다는 식의 비난이 어려워질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규모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외화 밀반출이라고 하는 움직일 수 없는 경제 범죄에 대한 책임은 김씨의 것이지만 만약 김씨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고, 혹은 다른 어떤 동기에서 김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도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해외 도피 관련자들 책임도 물어야

지금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대우라고 하는 그룹을 해체하는 과정에 김우중 씨의 존재가 부담스러워 잠시 자리를 피해 달라고 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뭔가를 숨기기 위해, 또는 김씨 또는 대우그룹의 문제를 알면서 출국을 강권했다면 그건 그 자체가 범죄가 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또 당시 정경유착의 실상과도 연결이 된 것이겠지요.

이런 뜻에서 김씨의 도피 배경에 지금 관심을 갖는 겁니다. 김씨의 책임을 덜고 동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씨의 책임과는 별개로 정관계에서 대우의 부실화에 기여하고 그 와중에서 이익을 챙기다가 문제가 복잡해지니 뒷얘기를 알고 있는 김씨를 해외로 내보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론이 관심을 갖고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씨야 이렇게 뒤늦게나마 책임을 지게 됐지만 아직도 김씨의 해외 도피 덕분에 버젓이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어떻게 김씨의 책임을 더는 것이겠습니까.

김씨가 들어오자 정치권이 상당히 부산해 보입니다. 집권 여당 의원이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Red Notice) 상태인 김씨를 베트남에서 만나고 들어와 자랑스레 언론에 얘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씨의 사면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자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런 움직임이 모두 김씨의 해외 도피 과정에서의 배후와 대우 몰락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겁니다.

■ 검찰,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 계좌 추적한다"

다행이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앞당기겠다고 합니다. 당초 김씨에 대한 분식회계, 사기대출, 외화 밀반출 혐의 조사가 끝나고 나면 다른 부분 조사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우선 지금부터 계좌추적에 들어가겠다는 것이지요. 어느 야당의원 말대로 앞으로 한동안 밤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여럿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