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BR 지중해 문명기 4권BR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7장. 아에네이드와 로마의 건국 BR 1. 베르길리우스와 아에네이드 2. 아에네아스,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7장. 아에네이드와 로마의 건국 1. 베르길리우스와 아에네이드 2. 아에네아스, 트로이 탈출 3. 카르타고와 디도 4. 아스카니우스 5. 로물루스, 로마건국--오늘이야기 6. 브루투스와 공화정 7. 옥타비아누스와 황제정 5. 로물루스, 로마건국
[아에네이드]에는 제우스가 아프로디테에게 로마의 직접 조상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제우스 왈(曰). "트로이의 피를 이은 여인 일리아(레아)가 아레스와 관계해 쌍둥이 아들을 낳을 텐데... 쌍둥이는 황갈색 털로 뒤덮인 암늑대의 젖을 먹고 자랄 것이다. 쌍둥이 가운데 로물루스(Romulus)라는 아이가 자라나 권력을 잡게 돼 있어. 그의 이름을 따 로마(Roma)라는 도시가 생기고 로마 백성들이 번성하게 될 거야... 이들에게는 시간이나 공간적인 제한이 없어. 그들은 자기 힘이 닿는 데까지 무한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지. 지금은 헤라가 트로이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하지만, 그때 쯤 되면 화가 풀려서 괴롭히는 일이 없을 테니 걱정없지. 트로이의 후손, 로마의 이익을 생각하는 신으로 바뀌는 것이지. 토가를 입은 종족을 도울 거야. 때가 되면 이런 일들이 실현될 텐데. 트로이의 자손 로마인들은 아카이아 연합군의 자손들을 지배하게 되지..."
베르길리우스는 [아에네이드]를 통해 로마인의 신성함과 우수성을 강조하고, 유구한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고 싶어했다. 앞서 인용한 대목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토가를 입은 민족(우리로 치면 흰색 한복을 입은 민족)이 경계없이 마음대로 세계를 통치할 것이란 예시를 받았다고 적는데, 그것도 최고신 제우스의 입을 빌어 절대성을 부여한다. 자기네 로마민족이 그렇게 위대하다는 것이다. 당시 분위기로는 그럴 만도 하다. 로마를 대적할 누군가도 그때 유럽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지중해를 수백년간 지배하던 그리스 민족의 헬레니즘 세계를 완전히 정복한 상태였고, 서지중해의 주인공 카르타고 역시 무너트렸다. 베르길리우스는 이를 [아에네이드] 속에 "아킬레스나 디오메데스 같은 아카이아 연합군의 자손들을 지배한다", 혹은 "아에네아스가 디도 곁에 머물러 함께 살 수 없다"등의 표현으로 로마가 정복할 땅임을 강조한다. 로마 주변으로 존재하던 나머지 종족들도 대부분 제압되거나 너무 멀어 의미가 없는 상태였으니 욱일승천하는 로마의 기세란...
쉽게 요즘 미국의 위상과 비교해 보자. 1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을 굴복시키고, 2차 세계 대전에서 다시 독일과 일본을 무력화 시켰다. 이후 소련과 경쟁했지만, 소련이 체제 모순으로 자멸하는 바람에 지구촌의 절대 권력자로 올라섰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나 이라크전에서 드러나듯이 누가 미국의 의사를 거스를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 미국의 어느 애국주의 작가나 미국 숭배주의자가 "미국은 신이 주신 나라요, 영원히 권력을 누릴 것"이라고 쓴다고 해서 크게 의심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 미국은 성경책에 손을 얹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미국 권력의 정당성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로마인이 제우스의 입을 빌어 로마권력의 정당성을 차지하려 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이 절대적이듯이 당시 로마사회에서 제우스는 같은 개념이었다.
◆2. 로물루스와 레무스
일리아(레아)라는 아에네아스의 후손이 전쟁의 신 아레스와 결합해 쌍둥이를 낳고, 쌍둥이 가운데 한명이 로마를 건국했다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아스카니우스가 건설한 알바롱가의 왕 누미토르. 아에네아스의 후손인 그(일설에는 16대손)에게는 일리아(레아) 실비아라는 딸이 있었다. 누미토르의 동생 아물리우스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레아를 '불의 여신' 헤스티아(베스타) 신전의 여신관으로 삼았다. 문제는 헤스티아 신전의 여신관은 양가집 여성 가운데 선발해 수십년간 처녀의 몸으로 신전을 돌봐야 했다는 점. 결혼하지 않고 처녀로 늙어야 하니, 여신관 임무를 마친다 해도 너무 늦어 자식을 낳지 못하고 만다. 레아가 그렇게 되면 이는 누미토르의 대가 끊기는 것이고, 아물리우스의 권력이 공고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은 아물리우스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미모가 빼어났던 레아. 레아가 제사 의식을 위해 샘에 물을 뜨러 갔을 때 아레스(마르스)가 그녀를 유혹했다. 제우스가 예정해 놓은 신의 유혹을 인간이 거부하기는 어려운 법. 레아는 그만 아레스에게 몸을 허락하고 말았다. 일설에는 레아가 피곤해 숲에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 슬그머니 아레스가 범했다는 설도 있다. 레아의 배가 불러 오고... 달이 차 쌍둥이를 낳았다. 형 로물루스(Romulus)와 동생 레무스(Remus)다. 아물리우스는 레아의 핏줄, 즉 누미토르의 핏줄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인들을 시켜 쌍둥이 형제를 바구니에 담아 내다 버리도록 했다. 강(로마를 관통하는 티베레)물에 떠내려가던 바구니는 숲 나무에 걸렸다. 그장소가 알바롱가 근처인 오늘날 로마의 포럼과 카피톨리나 언덕 사이다.
신화는 여기서 절정을 이룬다. 갑자기 숲에서 늑대가 나와 쌍둥이 형제를 데려가서는 자기 새끼들과 똑같이 젖을 먹여 키웠다. 늑대는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아레스가 보낸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로마인들의 수작을 잠깐 짚고 넘어가자. 아프로디테의 자손에 슬쩍 전쟁의 신 아레스를 끼워 넣은 의도. 당시 로마는 군사력을 동원해 압도적인 문명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헬레니즘 세계를 굴복시켰다. 그리고, 고분고분하지 않던 주변 민족들을 밀어냈다. 전쟁으로 패권을 차지한 로마. 그리스 신화에서 별 인기 없이 난폭한 성정으로만 비쳐지던 전쟁의 신 아레스가 로마에서 왜 필요한 신이 됐는지 설명된다. 로마인들은 아레스를 자신들의 조상에 포함시켜 강력한 군대의 소유자요, 전쟁에서 승리만을 거두는 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3. 로마의 건국
늑대 젖으로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 형제를 양치기 파우스툴루스가 데려가 키웠다. 어른으로 자란 형제. 하루는 레무스가 알바롱가의 왕인 아물리우스의 양을 습격하다가 붙잡혀 갔다. 형 로물루스는 양치기인 양아버지 파우스툴루스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전해 들었다. 자신들에게 왕권의 정통성이 있다는 것. 그는 친구들을 데리고 동생을 구하러 떠났다. 아물리우스왕을 죽이고 일단 외할아버지 누미토르에게 왕위를 돌려줬다. 그리고는 외할아버지 나라 옆에 새도시를 세웠다. 자신들이 물에 떠내려 와 처음 멈췄던 그 자리다. 오늘날 로마 팔라티노 언덕.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왕이 둘이 될 수는 없는 법.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각자 영역을 만들고, 쟁기로 밭을 갈고 농사를 지어 승부를 가르기로 했다. 형이 농사 지은 땅에는 새가 12마리 날아들고, 동생이 농사 지은 곳에는 새가 6마리만 날아왔다. 새는 신의 계시다. 화가 난 동생 레무스가 경계를 넘었고, 인정머리 없는 형 로물루스는 동생을 죽이는 것으로 지배권 문제가 마무리 됐다. 도시는 로물루스의 차지가 됐고,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 로마로 붙였다. 이날이 바로 B.C 753년 4월 21일이라고 로마인들은 믿는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로물루스를 추종하며 마을을 일군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 여자가 없었다. 로물루스가 택한 방법은 범죄에 가깝다. 근처 사비니 부족의 여인들을 납치해 결혼한 것. 큰 축제를 벌인다고 소문을 냈다. 축제의 하일라이트는 전차 경주. 근처 사비니 부족 남성들은 아내와 딸등 을 데리고 축제에 참석했다. 그런데, 축제가 시작돼 남자들이 경주를 벌이는 동안 로물루스 일행은 축제장에 온 여자 가운데 젊은 여자들만 모조리 납치해 줄행랑을 놨다. 유부녀는 딱 한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처녀였다고 하는데... 유부녀의 경우는 정말 비극이었다. 숫자는? 30명이라는 설과 527명, 혹은 683명 이라는 설도 전한다.
여자를 잃은 사비니 부족은 티투스 타티우스왕을 중심으로 전쟁을 걸어왔다. 싸움은 로물루스 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로물루스는 제우스에게 간청했고, 제우스가 그의 청을 들어 두 부족이 휴전하고 평화조약을 맺도록 해줬다. 이때 로물루스의 나이 21살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도 전한다. 납치된 여인들이 슬기롭게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미 남자들과 동침한 몸. 남편도 살리고 친정집도 살리는 양자 공생의 차원에서 싸움을 말렸다는 것이다. 여인들이 전쟁을 중단 시킨 것인데... 요즘 이라크전 좀 중지시킬 여인들은 없을까? 미국무장관 라이스가 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로물루스 일족과 사비니족이 연합해 세운 나라 로마. 처음 타티우스왕과 로물루스가 공동으로 통치했지만, 타티우스가 죽으면서 로물루스 단독 통치로 체제가 바뀌었다. 로물루스는 33년을 다스렸다. 그리고는 54살에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전설에 따르면 로물루스의 죽음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군대를 점검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일식과 함께 엄청난 폭풍우가 몰려왔고, 그 와중에 로물루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신이 된 것일까? 한편, 로물루스가 로마의 아들이라는 설도 전한다. 여기서 잠깐 텔레마코스 신화를 돌이켜 보자.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죽은 뒤 텔레마코스는 한때 아버지와 사랑을 나눴던 요정 키르케와 결합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여기서 로마가 태어났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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