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명기 4권BR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7장. 아에네이드와 로마의 건국 BR 1. 베르길리우스와 아에네이드 2. 아에네아스, 트로이 탈출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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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 문명기 4권--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7장. 아에네이드와 로마의 건국 1. 베르길리우스와 아에네이드 2. 아에네아스, 트로이 탈출--오늘 이야기 3. 카르타고와 디도 4. 아스카니우스 5. 로물루스와 레무스, 로마건국 6. 부르투스와 공화정 7. 옥타비아누스와 황제정
2. 아에네아스 트로이 탈출
◆1. 아에네아스, 탈출
아에네아스 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사람이 또 있을까? 어머니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니 말이다. 물론 대한의 남아 가운데 자기 어머니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평생을 들일, 집안일에 시달리며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린 손발과 구부정한 허리, 햇볕에 그을려 검버섯 가득 쭈글쭈글해진 피부. 그러나, 어머니라는 이름 하나에 그 모든 추함은 사라지고 오직 순수하고 고결한 자기 희생적 사랑과 아름다움만이 향기를 내뿜는다. 어찌 한국사람들 정서만 그렇다 할 수 있으리오. 인간의 탈을 쓴 누구라도 생김새나 피부색에 관계없이 한마음 이리라. 아무튼, 아프로디테가 미남자 많기로 소문난 트로이 이다산에서 안키세스를 만나 한눈에 반한 뒤 살림을 차린 끝에 태어난 자식이 아에네아스다. 제우스의 후손이기도 한 그가 트로이를 탈출해 로마의 조상이 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자.
어머니가 올림포스 정상의 하늘로 돌아간 뒤 아에네아스는 어머니 없이 커야했다. 심봉사가 심청이 젖동냥 하듯이 아버지 안키세스가 그를 여동생네 집에 맡겨 길렀다. 매부 알카토스가 맡아 교육을 잘 시켜준 덕분에 아에네아스는 다행히 문무를 갖춘 트로이의 비중있는 인물로 자라줬다. 이 때문에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크레우사와 결혼해 트로이 왕국 부마가 될 수 있었다. 트로이 전쟁기간 중에는 트로이 편에서 열심히 싸웠다. 이다산에서 소떼를 키우던중 아킬레스의 공격을 받기도 했고, 아카이아 연합군의 용장 디오메데스와 싸우다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렇게 싸우다 트로이가 함락될 때는 어머니의 도움을 얻어 트로이를 빠져나가는데,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트로이의 지도자 헥토르가 죽은 뒤 아카이아 연합군이 아테나 여신의 지시로 목마를 만들어 보내고 이를 막으려던 라오콘 3부자 참살 사건이 터진다. 이소식을 전해들은 아에네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는 트로이가 신들로부터 버림받았음을 알아챘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아들 아에네아스에게 가족과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트로이를 떠나라고 충고했다. 어머니 아프로디테도 그렇게 하라고 지침을 내리니, 아에네아스는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 부자지간의 정을 [아에네이드]의 기록을 통해 잠시 살펴본다.
늙은 안키세스. "아들아! 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이곳을 빨리 떠나라. 나는 살만큼 살았다. 예전에 트로이가 멸망당하는 순간도 지켜보았단다. 헤라클레스가 와서 라오메돈왕을 처치할 때 말야. 어린 나이에 충격이 컸었지. 그러나, 이제 내가 무슨 여한이 더 있겠느냐. 몸이 불편한 나는 네 피난길에 짐만 될 뿐. 나를 두고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가거라. 나는 이곳에서 포로가 돼 죽음을 맞겠지... 그러나, 괜찮단다. 아들아." 아에네아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그럴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저희의 정신적인 지주이십니다. 함께 가시지요. 아버지가 안가시면 저도 피난가지 않고, 전쟁터로 나가 싸우다 죽을 겁니다." 그러자, 아에네아스의 아내 크레우사와 아들 아스카니우스가 아에아네스에게 가지 말라면서 울고불고 매달린다. 보다 못한 안키세스, "그래. 너희가 정 그렇다면 따라가지." 아에네아스가 등을 내밀고, 안키세스가 아에네아스의 등에 업히면서 이역만리 피난길이 시작된다.
한때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사랑에 빠트릴 정도로 미남자였지만, 이제는 늙어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를 들쳐 업고,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손에 잡고, 프리아모스왕의 딸인 트로이 공주이자 자신의 아내 크레우사를 뒤따르게 한 뒤 아에네아스는 이다산으로 내달렸다.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영화 [트로이]에서는 트로이 함락 순간 앳된 청년 모습의 아에네아스가 피난민 틈에 끼어 빠져나가는 것으로 그렸는데, 신화와는 한창 거리가 있는 설정이다. 어느 전쟁에서나 마찬가지지만, 학살을 피해 탈출한 피난민은 한 가족만이 아니다. 아에네아스는 나중에 카르타고에서 디도를 만나 회고하면서 탈출 당시 구체적인 규모를 설명해 준다. [아에네이드]에 이 장면이 언급된다. 아에네아스 왈. "우리는 20척의 배에 나눠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나의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인도해 주신 대로 나갔죠. 그러나, 비바람에 휘둘리다 결국 7척의 배만 남고 말았답니다." 여기서 아에네아스가 데리고 탈출한 트로이 사람의 규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B.C 5c 페르시아 전쟁당시 그리스의 함선은 2백여명을 태울 수 있었다. 그보다 훨씬 전 트로이 전쟁시기 이므로 규모가 작아서 반정도 100여명을 태운다고 치면, 결국 20척에 100명씩. 2천여명이 트로이를 탈출한 셈이 된다. 그중 반이상은 풍랑을 만나 바다에 수장 된 것이고...
◆2. 아아네아스 라티움의 왕이 되다
아에네아스의 탈출 과정에 주민들만 죽은 게 아니었다. 아에네아스의 아내 크레우사. 그녀는 먼 바다로 빠져나가기도 전에 트로이에서 실종됐다. 아에네아스 가족이 밤새 달린 끝에 트로이에서 꽤 떨어진 지점에 이르렀다. 멀리서 동이 텄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훤히 밝은 세상에 크레우사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아에네아스는 그제서야 땅을 쳤다. 아버지를 설득해 데려오고 아들 손만 잡고 달리다 아내를 챙겨보지 못한 것이다. 아에네아스는 자기 탓인양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가족들을 안전지대에 숨겨 놓고, 온 길을 되돌아 갔다. 아내가 혹시 길가에 쓰러져 있지 않을까 해서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 이런 비극이.
통곡하는 아에네아스 앞에 아내 크레우사의 영혼이 나타났다. "사랑하는 내 남편, 아에네아스여! 슬피 울지 마세요. 그동안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죠. 그러나, 이제 저랑은 갈 길이 다르답니다. 어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당신의 백성들 곁으로 가세요. 그들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당신이 새롭게 정착할 땅에 당신을 원하는 새로운 왕국과 왕의 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서 가서 그들을 만나셔야 합니다." 아에네아스가 신천지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복선(伏線)이다. 아에네아스는 3번이나 팔로 아내의 영혼을 안아보려 애썼지만 모두 허사였다. 아에네아스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길을 떠났다. 아내와의 이별.
가족과 트로이 백성을 데리고 방랑길에 오른 아에네아스. 트라키아, 이타카, 크레타를 거쳐 부트로톤에서 뜻밖에 안드로마케와 헬레노스를 만난다. 안드로마케는 네오프톨레모스가 첩으로 삼은 헥토르의 아내가 아닌가! 헬레노스는 트로이 왕자로 헬레네를 차지하지 못하자 화가나 조국을 배반하고 아카이아 연합군을 돕다 네오프톨레모스의 가신이 된 사람. 네오프톨레모스가 암살 된 뒤 둘은 결혼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처가쪽 식구들을 만나 조국 잃은 외로움을 달랜 뒤 다시 방랑을 떠나는 아에네아스. 이번에는 시칠리아를 돌아 이탈리아 반도로 들어가려다 시칠리아에서 그만 아버지 안키세스를 잃는다. 노쇠해 죽은 것이다. 비록 늙었지만, 아에네아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였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슬픔 속에 아버지를 묻고 이탈리아로 들어가다 북아프리카로 표류한 아에네아스. 카르타고에 도착해 여왕 디도를 만나는데...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카르타고는 헤라가 사랑했던 도시다. 헤라의 노여움으로 망한 트로이 출신의 아에네아스는 카르타고에 머무를 수 없었다. 카르타고를 떠난 아에네아스는 이탈리아 반도 쿠마에서 저승으로 내려갈 기회를 얻어 아버지의 영혼을 만난다. 아버지의 영혼은 아에네아스에게 장차 로마의 조상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아에네아스는 이탈리아 반도 중부 라티움의 티베르 강가에 도착해 7년간의 방랑을 접는다. 라티움의 왕 라티누스는 아에네아스를 보고 한눈에 왕의 재목임을 알아본다. 그래서, 아름다운 자신의 딸 라비니아를 아에네아스와 결혼시키려 했다. 그러나, 근처 루툴리아인들이 이를 시기했다. 특히, 루툴리아 왕인 투르누스는 라비니아를 사랑해 그녀에게 청혼한 상태였다. 싸움은 불가피한 것.
트로이인들과
루툴리아인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아에네아스가 투르누스를 칼로
제압해 죽이고 라비니아를 차지한다. 그리고 라티움의 지배자가 되고,
도시 이름은 아내의 이름을 따 라비니움으로 명명했다. 결국, 아에네아스는
트로이 유민들을 이끌고 이민족과 합세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마치 고구려가 멸망한 뒤 유장인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을 모아
말갈족과 발해를 세운 것과 같다. 발해가 해동성국이 된 것처럼 아에네아스의
후손이 세운 나라도 역사에 길이 남는 제국이 되는데... 로마. 로마인들은
이런 내용의 [아에네이드]를 통해 자신들이 그리스 문명권에 뒤지지
않는 오래된 역사적 근원을 가진 민족이고, 또 제우스나 아프로디테
같은 신들의 후예임을 강조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스와 카르타고를
짓밟는 야만성을 정당화 시키는 구실로도 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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