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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입력 : 2005.06.05 18:59

오늘은 6월 5일입니다. 내일이 현충일이군요. 지난 1일 연합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전 국립묘지 참배 기사입니다. 제목이 "전두환 前대통령 대전현충원 참배"입니다.


오늘은 6월 5일입니다. 내일이 현충일이군요. 지난 1일 연합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전 국립묘지 참배 기사입니다. 제목이 "전두환 前대통령 대전현충원 참배"입니다.

(대전=연합뉴스) 조OO 기자 =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은 현충일을 닷새 앞둔 1일 오전 측근 40여 명과 함께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 장인 이규동씨와 12.12사태 주역 유학성씨 등의 묘소를 참배했다.

또 다음 기사는 오늘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올라온 스케치성 기사입니다. 제목은 "쓸쓸히 현충일 맞는 '무후선열' 영령들"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OO 기자 = 지난 3일 오후 16만5천여명의 국가유공자들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제50회 현충일을 사흘이나 앞두고 있었지만 현충원 곳곳에는 미리 참배를 온 유족들이나 현충일 추념식 행사 관계자들로 벌써부터 북적대고 있었다.

공통점은 '국립현충원'과 '국립묘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앞의 기사는 제목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전현충원'을 참배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전국립묘지'를 참배했다고 해야 맞습니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국가유공자들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 아니라 역시 '국립묘지'라고 써야 합니다. 그 다움에도 '현충원 곳곳'이 아니라 '국립묘지 곳곳'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맘때면 사실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신문이나 방송에는 현충원을 참배한다는 식의 기사가 심심찮게 실립니다. 대부분은 현충원이 국립묘지를 잘못 쓴 거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왜 그런지 설명을 드리죠. 대통령령인 국립묘지령 제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조 (설치) 군인·군무원으로서 사망한 자와 국가에 유공한 자의 유골 또는 시체를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을 영구히 추앙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 소속하에 국립묘지(이하 "묘지"라 한다)를 둔다.

다음은 국립묘지령 제9조입니다.

제9조 (국립현충원) 묘지를 관리하게 하기 위하여 국립 현충원을 두되, 그 조직과 정원은 따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개정 1996. 6. 1)

이들 규정을 살펴보면 국립현충원은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기관을 이르는 말이라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국립현충원의 원래 이름은 '국립묘지관리소'였습니다. 실제로 국립현충원 인터넷 사이트에 가보면 1996년 6월 1일에 국립묘지관리소에서 국립현충원으로 기관명칭이 바뀌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보면 한 쪽 기둥에는 국립묘지라는 현판이 있고 다른 기둥에 국립현충원이라는 현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1996년에 국립묘지관리소가 국립현충원으로 바뀐 것을 두고 아예 국립묘지가 국립현충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 국립묘지보다는 국립현충원이 더 고상해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왜 국립묘지라는 말 대신에 국립현충원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요. 저는 조금만 확인해보면 알 일이고 더구나 엄연히 잘못된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현충원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배경에는 '묘지'라는 말에 대한 일반인의 거부감과 'OO院'이라는 명칭이 뭔가 있어보인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잘못된 생각에는 공공기관이나 인터넷 등의 잘못된 정보도 한 몫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를테면 도로 표지판 가운데 물론 제대로 된 것도 있지만 종종 '국립묘지' 대신 '국립현충원(National Cemetery)'이라고 된 것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로는 묘지를 뜻하는 Cemetery를 제대로 써 놨다는 겁니다.

인터넷 정보도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가운데 네이버가 제공하는 백과사전 서비스에서 국립현충원을 찾아 봤습니다.

국립현충원 [國立顯忠院, National Memorial Board]

요약 : 국가나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안장되어 있는 묘지.

본문 : 1955년 7월 15일 국군묘지로 창설되어 전사 또는 순직군인과 군무원 및 종군자의 영현을 안장하였으나, 10년 후인 1965년 3월 30일 국립묘지로 승격되어 국가원수, 애국지사,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비롯하여 국가유공자, 경찰관, 전투에 참가한 향토예비군 등이 추가 안장되었다. 1996년 6월 1일 국립묘지관리소라는 관리기관 명칭이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계속된 안장으로 서울의 국립현충원이 만장되자, 1979년 국립대전현충원을 창설하여 그곳에 안장하고 있다.

요약문을 보면 분명히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본문을 보면 기관명이 바뀌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도 '국립현충원이 만장'되었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창설하여 그곳에 안장하고 있다'는 등 잘못된 설명이 나옵니다. 모두 '현충원'을 '묘지'로 바꾸어야 맞습니다. 대신에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국립묘지를 치면 '국립현충원' 항목으로 연결됩니다.

저희 SBS 뉴스에서도 종종 국립묘지 대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는 기사가 방송된 게 사실입니다. 내부적으로 그게 잘못됐다는 걸 몇 번인가 공지했는데도 잘 안 되더군요. 일부는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으면 그렇게 쓰는 게 뭐가 나쁘냐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지적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그런데 이번에는 적어도 SBS에서는 '현충원'과 '묘지'의 오기 문제가 제대로 고쳐지려나 봅니다. 어제 한 후배가 현충일을 앞두고 기사에 참고하라고 국립현충원(이건 맞습니다)에 문의한 결과를 저희 내부 게시판에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국립현충원에 문의한 결과는 이렇다고 합니다. "현행 규정상 '국립현충원'은 관리사무소만을 뜻한다. 따라서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는 표현은 옳지 않고,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했다'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라는 겁니다.

■ 아예 국립묘지를 국립현충원으로 바꾼다고?

그런데 이 후배의 취재 내용에는 제가 몰랐던 것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남극 세종기지에 있던 전재규 연구원의 사망 이후 현재 관련 법령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개정안 시안에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자체를 '국립 현충원'으로, 대전 국립묘지는 '국립 대전 현충원'으로 명시하고 있답니다. 이 개정안이 깔고 있는 생각도 앞서 제가 말씀드린 묘지에 대한 거부감일까요... 어쨌든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말 묘지가 아니라 현충원을 참배해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