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사개추위의 형소법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을 때 일선 검사들이 집단 행동을 벌이며 반발하던 것이 위기의식에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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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사개추위의 형소법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을 때 일선 검사들이 집단 행동을 벌이며 반발하던 것이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방어 차원의 움직임이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공세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동안 사법개혁 논의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법원에 비해서 열세였던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안에 사법정책실을 두고 십수년간 연구를 해왔고 장기연수 법관들이 낸 연구 보고서들이 축적이 되어 있는데 상대적으로 검찰은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것들이 없었습니다. ■ 검찰, 사법개혁 관련 뒤늦게 연구팀 구성 판사들과는 달리 검사는 뭔가 활동적이고, 연구와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검사들 스스로에게도 깊이 박혀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검찰 안에는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박사학위가 있더라도 이른바 주요 대학에서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부하는 검사는 아무래도 조직 생활에서는 뒤쳐지게 마련이고, 내놓고 공부하는 용기있는(?) 검사도 흔치 않았습니다.(검사들 사이에서는 역시 폭탄주가 문제라는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판사들도 적지 않게 마십니다) 그런데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축적된 연구 성과나 논리 등에서 법원에 밀리는 상황이 되고, 더구나 그것이 검찰의 정체성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되자 생각이 크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제대로 된 연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우선 나름대로 공부가 되어 있는 검사들을 차출해서 대응팀을 꾸린 겁니다. 지금 대검 안에는 일선 지검 차장급을 단장으로 검찰정책 기획단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그 안에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한 연구팀이 꾸려져 있습니다. 또 법무부에도 이와 유사한 팀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실은 법무부에 있는 모든 검사가 사실상 대응팀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별로도 고검 단위로 검사를 차출해 대검에 보내는 등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지난번 형소법 개정 초안을 둘러싼 갈등 이후에 급조된 겁니다. 그 전에는 일부 업무상 관련된 검사들끼리 논의를 하고 대책을 만들어 왔지요. 급조된 것이긴 하지만 마치 대형 사건 수사하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온 결과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듯 합니다. 31일에 열린 공청회는 일종의 출정식으로 보였습니다. ■ 이번 공청회는 검찰의 형소법 관련 출정식?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형사사법절차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는 법원측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개추위 소속 전문위원만 와서 공청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대신에 참석자는 주제발표를 대검 검찰정책 기획단의 연구팀장이 맡고, 서석호 대한변협 재무이사, 장주영 민변 사무총장, 이미경 성폭력상담소장, 이승호 건국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판사 출신인 방희선 변호사, 심재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가 지정토론자로 나왔습니다. 사회는 고려대 김일수 교수가 맡았고 김종빈 검찰총장도 인사말을 한 뒤 주제발표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법원 관계자가 빠지기는 했지만 공청회로서의 외양은 충족시키는데 성공한 듯 보입니다. 주장도 그렇습니다. 지난달 이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었을 때에는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였는데(그 때는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받는데 주력한 듯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 소송경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효율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놓는 등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많이 쏟아냈습니다. 이른바 조서재판을 하게 된 것이 검찰 책임이라기보다는 법원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는 직설적인 주장도 나왔습니다. 더구나 검찰은 오늘 공청회장에서 참석자들에게 사개추위 안에 관한 검찰의 의견을 담은 소책자도 배부했습니다. 사개추위의 초안이 피고인만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이 무력해지고 범죄인 처벌은 어려워진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이런 자료는 언론은 물론 관계기관 등에도 보내질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앞으로는 대국민 홍보전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게 검찰의 생각입니다. 지금 사개추위의 형소법 소위는 다음달까지 단일안을 마련한다는 일정하에 논의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7월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사개추위의 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정에 비춰본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런 공청회나 홍보전 같은 것은 요즘 말로 좀 생뚱맞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막바지 결론을 내리려는 참에 연구팀 새로 꾸리고 공청회 열고 하는 것이 그렇게 아귀가 맞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라도 이런 움직임이 일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법제도를 이루고 있는 큰 축은 법원과 검찰과 변호사, 그리고 법학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네 기둥 위에 우리의 법질서라고 하는 집이 얹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는 법원과 일부 변호사, 일부 학자들 중심으로 흘러온 것이 사실입니다. 너무나 전문적인 내용이어서(사실 그렇게 전문적으로만 말해야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동의와 합의는 고사하고 우리 사법 시스템을 지탱하는 네 기둥 사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사법 개혁 논의이기 때문입니다. ■ 사법개혁 논의, 일방적으로 흘러서는 안 돼 검찰의 주장이 다 옳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 쪽의 얘기만으로 논의가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 저런 주장이 좀 더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갈등도 빚고, 그 와중에 문제가 뭔지, 어느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당연히 많아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국민들은 그런 갈등 속에서 사안 자체를 더 용이하게 인식할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왕 이렇게 판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면 평검사들이 언젠가 얘기했던 것처럼 밀실 야합을 하지 않고, 제대로 공론의 장에서 각종 문제가 논의되면 좋을 듯 합니다. 너무 시한에 쫓기지 말고, 좀 더 진중한 논의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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