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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스킬라, 칼립소, 키르케

김문환

입력 : 2005.05.20 11:22

지중해 문명기 4권BR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6장. 오디세이아와 귀환 BR 1. 텔레마코스 2. 목욕 문화 3. 키클로페스 4. 세이렌 5. 스킬라, 칼립소


-- 지중해 문명기 4권--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6장. 오디세이아와 귀환


1. 텔레마코스

2. 목욕 문화

3. 키클로페스

4. 세이렌

5. 스킬라, 칼립소, 키르케--오늘 이야기

6. 페니키아

7. 페넬로페

8. 상봉과 최후

5. 스킬라, 칼립소, 키르케

◆1. 스킬라

아름다운 여인에서 새가 된 세이레네스 3자매 이야기를 앞서 살펴봤다. 그리스 신화에는 하루 아침에 절세가인에서 천하의 괴물로 변하는 경우가 또 있다. 스킬라도 그중 하나다. 스킬라는 원래 한번 보면 누구라도 반해버리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포세이돈의 아들로 나중에 바다의 신이 된 글라우코스도 스킬라를 보고는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스킬라는 글라우코스의 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라우코스는 화가 났다. 바다의 요녀(妖女) 키르케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부탁했고, 키르케는 스킬라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일설에는 키르케 역시 글라우코스를 사랑했는데, 글라우코스가 자신에게는 눈길도 주지않고 스킬라만 좋아하자 스킬라를 추녀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자신을 거들떠 보지 않은 글라우코스에 대한 복수인데... 글쎄 사랑하는 이로부터 퇴짜맞을 때 그 굴욕감과 좌절감이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엉뚱하게 죄없는 사람에게 보복을 해서야...

그렇다면 스킬라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단 말인가? 스킬라의 아름다운 상체는 그대로 남았다. 빼어난 미모의 얼굴과 매혹적인 상반신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 하반신이... 아! 남자든 여자든 인간은 하반신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는 것인데... 키르케는 스킬라의 하반신을 개로 만들었다. 정확히 사타구니에서 6마리의 개가 태어났다. 개들은 무척이나 사나워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본의 아니게 괴물이 된 스킬라. 그녀가 괴물로 변한 이유는 글라우코스 때문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그의 아버지 포세이돈 탓이라는 데... 여색을 무척 밝혔던 포세이돈이 스킬라를 사랑하자, 아내인 암피트리테가 스킬라를 추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킬라 모자이크. 키프러스의 고대 로마 문명 유적지 파포스에 남아있는 자갈 모자이크다. 스킬라의 하반신 좌우로 개의 모습이 보인다. 스킬라가 미녀라는 통설과 달리 괴기한 인상이다. 키프러스는 오늘날 그리스어를 사용하며 그리스 정교를 신봉하는 그리스 문명권이다. 고대 유적도 다수 남아 있는데, 선사시대부터 그리스 로마를 거치며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탐방객을 맞는다. ⓒ김문환

스킬라는 메시나 해협에 살았다. 메시나 해협이라면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를 연결하는 가장 짧은 항로를 말한다. 오늘날도 이탈리아 본토에서 시칠리아로 가려면 비행기로 가지 않을 경우 기차로 나폴리를 거쳐 남쪽으로 한없이 지중해를 끼고 달리다 메시나 해협을 건넌다. 해협을 건널 때는 기차가 통째로 배에 올라타는 진풍경을 접하는데...(프랑스와 영국 사이 도버해협을, 프랑스인들의 명칭 깔레 해협을, 건널 때는 지하 터널이 있어서 기차가 그냥 통과하고, 버스는 기차에 올라타거나 배에 올라타고 건넌다) 메시나 해협은 옛부터 그리스에서 온 배들이 이탈리아 남서부 지방으로 가기 위해 꼭 지나야 하는 요충지였다. 이런 곳에 살았으니, 괴물 스킬라의 먹이감은 모자라지 않았다. 배가 지날 때 마다 선원을 잡아 먹거나 배를 통째로 삼켰으니 말이다. 스킬라의 다리에 난 6마리의 거대한 개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결과다.

오디세이아에는 오디세우스가 키르케로부터 스킬라에 대해 듣는 대목이 나온다. 전설상에 스킬라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키르케가 사랑하는 연인 오디세우스의 몸에 기대 들려주는 스킬라의 모습은? "괴물 몸뚱이에서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지요. 누구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데... 다리는 12개이고, 그중 6개의 다리는 발목이 길며 머리가 달렸어요. 머리에는 두껍고 큰 이빨이 촘촘히 박혀 있답니다. 그 이빨로 물고기를 잡아 먹는데요... 스킬라의 곁을 지날 때 절대 싸울 생각일랑 마세요. 용기는 무모한 것. 무조건 도망가세요..." 그러나, 결국 오디세우스는 스킬라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그의 부하 선원 6명이 스킬라에게 잡아 먹혔다.

◆2. 칼립소

오디세이아를 읽으면 오디세우스가 여러 여신으로부터 사랑받는 복많은 남자로 묘사된다. 칼립소는 그중 대표격이다. 칼립소는 바다의 요정 네레이데스(Nereids, 네레이즈) 50명 가운데 한명이다.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의 딸이란 얘기다.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딸, 혹은 헬리오스와 페르세이스의 딸이라는 설도 있다. 칼립소가 살던 곳은 지중해 서쪽 끝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지브롤터(Gibraltar,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위치해 스페인땅에 붙었지만, 영국의 직할 식민지. 움마야 왕조때 북아프리카를 휩쓴 이슬람 세력이 오늘날 모로코 베르베르족 출신 타릭 장군에게 바다 건너 이베리아 반도의 고트족 기독교 국가를 점령토록 했다. 이때 이슬람어로 타릭 장군의 이름을 따 '쟈발 타릭'[타릭의 산]으로 불린 게 기원)해협 즉, 그리스 시대 용어로는 '헤라클레스의 기둥' 근처였다.

칼립소가 살던 섬을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브롤터에서 아프리카쪽 섬이다. 북아프리카 연안 모로코 북단의 세우타(Ceuta, 오늘날 모로코 땅에 있는 스페인 영토) 앞바다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에 아프리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해안 자체의 아름다움과 순수한 이미지, 기후조건으로 보면 유럽쪽 지중해안 보다 북아프리카쪽 지중해안이 훨씬 아름답다. 아무튼 칼립소가 살던 섬의 이름은 오이기아. 이런 내용을 근거로 오디세이아 연구학자들은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항해 항로를 그리스 중심의 에게해 연안에 멈추지 않고, 지중해 전역 나아가 지브롤터 해협 건너 대서양과 그린랜드로 확대시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바다의 요정 네레이데스 50명 가운데 한명인 칼립소는 이정도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사진은 폼페이에서 발굴한 강의 요정 그림이다. 로마시대 프레스코화. 루브르 ⓒ김문환

칼립소라는 이름은 우리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오히려 친숙하게 들어왔는데... 바로 음악이다. 아름다운 바다의 요정 칼립소가 살던 곳은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가 만나는 지점.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17c 이후 대서양 서인도 제도로 잡혀간 흑인 노예들의 고향 서,중앙아프리카다.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다 서인도 제도로 끌려와 사탕수수 농장에 혼을 묻은 흑인 노예의 후예들이 만들어낸 음악의 한 장르. 즉, 서,중앙 아프리카 기원 서인도 제도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 칼립소다. [칼립소]하면 흑인 해리 벨라폰테의 '마틸다'가 떠오르지만... 테티스와 함께 토성의 위성 이름인 칼립소는 그리스 신화(오디세이아)속 바다의 요정 칼립소에서 따온 말이고.

오이기아 섬의 주인공 칼립소는 천상의 미인이었다. 문제는 이 아름다운 여신이 그만 인간 오디세우스를 깊이 사랑하게 된 것. 아! 불사의 여신과 필사의 인간이 사랑하게 되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남편이 머지 않아 죽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난파당해 자신의 섬에 표류한 오디세우스를 칼립소는 끔찍이도 사랑했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겠다는 오디세우스를 강제로 붙잡아 두며 자신의 남편이 돼 달라고 매달렸다. 남편이 돼 주면 영생의 신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 여기서 넘어가지 않는다면 얼마나 자기 아내에 충실한 남자란 말인가! 아내는 머지않아 죽을 팔자요, 자신도 죽는데... 그림보다 아름다운 여신과 영원토록 함께 살수 있는 기회. 이를 놓치면 어리석은 바보인가? 아니면, 신의 없는 사랑의 배신자인가?

칼립소는 시녀들의 정성스런 도움을 얻어 아름답게 치장하고 오디세우스와 동침했다. 시녀의 도움으로 발을 닦고 있는 그리스 시대 여인을 그린 도자기. 알테스 박물관 ⓒ김문환

칼립소에게 10년 혹은 7년간 감금(?)당해 밤이면 남편 구실하고 낮이면 빈둥거리며 놀던 오디세우스. 오매불망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생각을 지우지 않자, 마침내 칼립소도 마음을 고쳐 먹었다. 사랑이란게 강제로 구할 수는 없는 법이란 것을 깨달은 것인가? 아니면 남자가 너 하나 뿐이냐는 현실적인 계산을 한 것인가? 무엇보다 신들이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결정한 이상 칼립소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칼립소에게 보내 점잖게 오디세우스를 돌려 보내는 게 어떠냐고 암시하니... 사랑하는 이를 영원히 차지하고 싶었던 여인네 칼립소의 마음이야 오죽 했으랴마는, 뗏목이며 여러 물건까지 챙겨 보내준다. 최소 7년을 같이 사니 둘 사이에 자식이 태어난 것은 당연한 일. 아들의 이름은 라티노스.

◆3. 키르케

라티노스의 어머니는 칼립소가 아니라는 설도 전한다. 그럼 누구인가? 키르케. 키르케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페르세이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파시파에. 크레타 미노스 왕의 아내가 됐다가 황소를 사랑했던 여인 파시파에는 키르케의 여동생이다. 키르케는 이탈리아 북부 연안의 섬 아이아이아에서 살았다. 키르케는 각종 마법을 부리는 힘이 있었다. 오디세우스 일행이 아이아이아 섬에 도착해 그녀의 궁궐로 간 적이 있다. 이때 오디세우스의 부하 선원 가운데 상당수는 키르케가 준 술을 마셨다가 마법에 걸려 돼지로 변했다.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의 도움으로 마법에 걸리지 않는 신비의 약초 몰리(산삼쯤 됐나 보다)를 얻어 키르케의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칼로 케르케를 위협하는데...

돛대에 묶인 오디세우스. 두손을 끈으로 꽁꽁 묶고 부하선원들은 귀를 밀랍으로 막았다. 이렇게 해야 세이레네스에게 죽지않고 살아날 수 있었다. 이 비법을 알려준 여인이 바로 키르케다. 키르케 역시 오디세우스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알테스 박물관. B.C 5c 작품. ⓒ김문환

오디세우스가 칼로 키르케를 위협하자, 키르케는 말한다. "아! 그 어떤 남자도 나의 마법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그대는 마법에 걸리지 않는군요. 진정으로 용감한자. 헤르메스신이 알려준 오디세우스죠? 저랑 침대로 가시지요. 단꿈을 꾸어 보시자고요." 사실, 이렇게 단번에 침실로 가자고 유혹하는 여인을 만나는 것은 소설 속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건만... 키르케를 위협했다가 남편 대접을 받게 된 오디세우스. 1년간 붙잡혀 남편 구실을 했다고 한다. 이를 보고 혹시라도 남성들이 섣부르게 여자를 위협해 사랑을 얻을 생각일랑 말아야 한다. 신화속 이야기 일뿐이다.

키르케 역시 오디세우스를 돌려 보내려 하지 않았다. 사실 이대목은 오디세우스의 증언으로 나오는데, 자신의 연애담을 과대포장 하려는 의도에서 오디세우스가 좀 초를 친 것일 수도 있고... 키르케 역시 결국은 칼립소 처럼 오디세우스를 보내 주게 된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가 떠나기 전날 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물리친 뒤 오디세우스에게 기대 밤새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준다. 세이레네스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물론 스킬라의 위협을 물리치는 방법까지... 그렇게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곁을 떠났지만, 사랑의 씨앗을 남겼다. 아들 텔레고노스와 딸 카시포네. 아들은 훗날 이타카로 아버지를 찾아오는데, 너무나 비극적인 이 사건의 전모는 뒤에 다시 살핀다.

<서울디지털포럼 기자회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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