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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반대 촛불집회, 그 이후

이병희

입력 : 2005.05.09 15:26

지난주 토요일에는 서울과 일부 지방에서 내신등급제에 반대하는 고1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가하지 않았고, 별 탈 없이 조용히 끝났지만, 촛불집회 1주일 전부터 대입제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앞두


지난주 토요일에는 서울과 일부 지방에서 내신등급제에 반대하는 고1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가하지 않았고, 별 탈 없이 조용히 끝났지만, 촛불집회 1주일 전부터 대입제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교육당국은 물론 경찰과 언론 등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긴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교육담당 기자이기 때문에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몇 명 정도 모일 것 같으냐?’ 와 같은 가장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일반 집회와는 달리 주최 측의 실체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정확한 집회 참석인원과 집회내용 등을 취재할 곳이 마땅치 않더군요.


대입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생들의 원성은 언제나 터져 나왔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학생들의 불만이 올라오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현실에서 학생들의 항의 집회가 열린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바뀌기는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새 대입제도의 첫 적용을 받는 고1 학생들의 불만은 이렇습니다.


첫째, 많은 학생들이 상대평가로 바뀐 내신등급제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의 내신제도는 절대평가인 ‘수우미양가’ 방식입니다. 어떤 과목에서 90점 이상만 받으면 모든 학생이 함께 ‘수’를 받을 수 있는 화기애애한 제도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너도 좋은 점수 받고, 나도 좋은 점수 받으면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내신점수에 관한 한 같은 반 학생들끼리 굳이 경쟁자가 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내신등급제’는 이런 ‘윈-윈게임’ 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9등급으로 구분된 내신등급을 1등급부터 차례로 나눠 가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가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나도 잘 해야 하지만, 가능한 친구는 못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각 대학들의 본고사 움직임 때문입니다. 얼마 전 서울대가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대학별고사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는데,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내신에 과중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고1 학생들이 또 한 번 크게 놀랐습니다. 대학들은 새롭게 바뀌는 수능과 내신 9등급제로는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각 대학별로 논술이나 구술 등 자체적인 시험을 통해 똑똑한 학생을 뽑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내신과 수능 고지를 힘겹게 넘은 학생들 앞에 또 하나의 큰 언덕이 생기는 셈이니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다시 촛불집회로 넘어와서....


교육부는 지난주 토요일 촛불집회에 예상보다 적은 학생들이 모인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자칫 돌발 상황이라도 생기게 되면 새 대입제도의 골간이 흔들릴 정도의 큰 파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을 텐데... 그럴 만도 했겠지요. 교육부는 학생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를 당초 계획한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입제도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바뀐 새 대입제도는 학교와 교사는 경쟁하지 않고, 내신이라는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해 학생들만 경쟁으로 내모는 좋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자주(해방 이후 벌써 15번) 바뀌는 우리 대입제도가 문제라며, 이런 불확실성부터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의 학벌문제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의 현상을 놓고 해법이 이렇게 제각각일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현재 실타래처럼 엉켜 있습니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고1 학생들이 진짜 고민하는 이유가 뭔지, 또 무엇을 원하는 지 세심하게 헤아려서 다시는 학생들이 학교와 도서관 대신 길거리로 뛰쳐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