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앞둔 지난 주. 프랑스 전역의 학교에서 카니발 축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말로는 <사육제>라고 번역된 이 카니발(canaval, 불어로는 canaval)때는 학생과 학부모,그리고 선생님들 모두가 가면과 복장으로 변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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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앞둔 지난 주. 프랑스 전역의 학교에서 카니발 축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말로는 <사육제>라고 번역된 이 카니발(carnaval, 불어로는 carnaval)때는 학생과 학부모,그리고 선생님들 모두가 가면과 복장으로 변장을 하고 행진을 한 뒤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즐기는 날입니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예수의 단식을 기려 단식에 앞서 먹고 즐기는 행사라고 합니다. 저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있었던 카니발에 참석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보자기 두른 기사 변장을 하고 오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별로 아이디어가 없던 저는 아이 장난감 중에서 기사의 투구와 방패,칼을 택했습니다. 옷도 사거나 만들어 줘야 하는데 사려면 너무 비쌀 것 같고 만들자니 재주도 없어서 제 스카프 하나를 망토처럼 둘러줬습니다. 어딘가 영화에서 본 듯도 해서. 기사 투구와 방패는 지난 해 서울에서 <할로윈 데이>때 샀던 것입니다. 유치원에서 <할로윈 데이>행사를 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해 할로윈 데이용품 파는 가게에서 산 겁니다.당시 가게에는 저와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땅히 살 것도 없고,너무 비싸고,손님들이 많아 제대로 고를 틈도 없이 허겁지겁 장만한 것이죠. '장사꾼들만 배부르게 해주는 이런 행사를 왜 해야할까?'하고 투덜거리면서 말입니다. 프랑스 카니발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예쁘다는 거였습니다. 원래 프랑스 아이들이 인형처럼 생긴데다가 다들 개성있는 변장들을 하고 오니 더욱 그랬습니다.제가 동화나라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 전시장 지난해의 좋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곳 아이들은 어떻게 꾸미고 왔을까 유심히 살펴봤습니다.물가가 비싸니 만큼 특별히 카니발을 위해 옷을 사거나 가면을 산 아이는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누구나 한벌 쯤은 갖고 있는 하얀 원피스(주로 생일날이나 교회,성당 등에 갈 때 입더군요.)를 많이 입었고 거기에 집에서 만든 고깔 모자,혹은 머리띠 등으로 장식을 했습니다. 요리할 때 입는 앞치마에 하얀 마분지와 샤워 캡으로 요리사 모자를 만든 멋진 아이디어도 있었고,태권도복과 유도복을 입고 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태권도복을 입고 온 아이는 우리 꼬마한테 배운 한국말로 저한테 "안녕"이라고 인사까지 하면서 옷을 보여줬습니다.) 로빈 훗 복장을 한 아이가 눈에 띄어 유심히 보니 부직포를 이용해 가운과 모자를 엄마가 직접 만든 것이었습니다. 마법사들이 쓰는 고깔 모자에 지팡이를 든 아이도 있고,역시 부직포로 만든 화려한 인디언 모자를 쓴 아이도 있었습니다. 행진을 마친 뒤 유치원으로 돌아와서 맞는 즐거운 간식 시간. 이번에도 엄마들의 솜씨 잔치였습니다.크레페라고 불리는 밀전병같은 음식, 집에서 구운 갖가지 빵과 과자,튀김(beignet라고 불리는 데 간식용으로는 파인애플이나 사과,바나나 같은 과일을 튀겨서 시럽을 발라 먹습니다.) 산 거라고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초컬릿,사탕,음료수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유치원 행사가 있을 때면 근처의 피자집,치킨집,김밥집,햄버거집이 한 몫 단단히 잡는 우리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저와 몇 분의 한국 어머니들은 한국식으로 하자며 김밥,잡채,전등을 만들어 내놨습니다. 저도 아마 서울에 있었으면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서 가져갔을 겁니다. 뭐든지 자기 손으로... 프랑스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곳 사람들은 무엇이던 손수 한다는 겁니다. 실내 장식,정원과 집 가꾸기는 기본이고 간단한 집 수리도 직접 합니다. 잡화점이라고 불리는 가게에 가면 갖가지 전기 콘센트와 스위치부터 수리를 위한 도구, 각종 나사못들,커튼과 커튼 고리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조립 가구점도 성황입니다. 인건비가 비싸고 물가도 비싸서 모든 것을 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직접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뒷받침 돼야겠죠.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쯤이면 퇴근하고,주말
이틀은 어김없이 놀고, 휴일 사이에 낀 날은 놀고,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도 놀고,예수와
관련된 날도 모두 놀고,그러면서도 우리보다 국민 소득은 몇 배나 높은 나라
프랑스. 여유있는 이들의 삶에 대한 부러움과 우리네 살림살이는
언제쯤 이렇게 좋아질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카니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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