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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의 열자"-양대노총 손잡다

이현식

입력 : 2005.03.22 08:08

민주노총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다음주초 한국노총을 방문하겠다고 하더니, 당장 월요일 오전에 이수호 위원장과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한국노총을 방문했습니다.


민주노총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다음주초 한국노총을 방문하겠다'고 하더니, 당장 월요일 오전에 이수호 위원장과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한국노총을 방문했습니다.

회의는 1시간이 좀 넘게 진행됐습니다. 점심시간까지 이어지길래,밖에 있던 기자들은 '뭐, 의견차가 썩 잘 안좁혀지나보네.'했는데, 곧 양측대변인이 나왔습니다.

최근 자주 얼굴을 본 이수봉 민노총 대변인에게 "누가 발표하세요?"했더니 "위원장님이 할까 생각중"이랍니다.
별로 할 얘기가 없으면 대변인 시키고 위원장은 먼저 빠질텐데, 뭔가 그래도 내놓을 성과물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진속 좌측 모자쓴 사람이 이수호 민노총 위원장. 손에 흰 종이를 든 사람이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입니다.)

양측이 내놓은 합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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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노총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전략적 관점에서 길게 바라보고 양대노총의 연대와 공조를 꾸려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관련 정부 입법안에 대한 대응 방침과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 문제 등 노동계 당면 현안에 대해 우호적이면서도 허심탄회한 분위기속에서 논의를 해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양대노총은 조속한 시일 내에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2. 양대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 교섭절차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3. 이러한 양대노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비정규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양대노총은 강력한 연대투쟁을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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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노사정대표자회의'란 무엇인가부터 말씀드리죠.

이 회의는 노동계,사용자,정부 3측의 대표자 6인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위원장, 노동부장관과 노사정위원장, 그리고 재계측에서 경총과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합니다. (사진은 지난해 6월의 첫 회의입니다.)

원래 '노사정 대화'라하면, 노사정'위원회'가 원단입니다. 그러나..지난번 글에 말씀드렸던가요? 민주노총 조직내부에는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상당한 반감이 있습니다. 98년 1기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갔더니, 정부가 제멋대로 중요한 결정(정리해고 문제 등)을 내리고, 민주노총은 들러리나 서 준 꼴이 되었더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비정규직문제 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교섭에 나설 필요를 느꼈지만 조직내부의 반감때문에 기존 노사정'위원회'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다른 형식의 회의체 설치를 사.정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노사정대표자회의, 이른바 '6자회의'입니다.

이 회의의 의제는 '노사정위원회 개편방안'과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입니다.

현재 정(=노동부), 사(=경총 등) 양측은 이 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문제, 다시말해 이미 국회에 계류중인 정부의 비정규직관련 법안을 뜯어고치는 문제를 논의하는데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2년이상을 협의해온 문제를 이제와서 또 붙들고 앉아봐야 더 나올 얘기도 없고, 뭣보다 더이상 법안처리를 미루면 올여름부터 비정규직 관련 노사분쟁이 터져나올때 비정규직을 보호할 장치가 없게 된다는 이유입니다.

민주노총도 이런 사정을 뻔히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금요일 회견에서 이수호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자. 의제는 '비정규직 법안' 문제다. 이 법안에 문제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정부도 알것이다. 그렇다면 고쳐야 한다. 국회에 보낸 안을 일단 철회해라. 싫으면 정부는 빠져라. 대신 정당이 들어와라.'

이에 대해 정부와 사측은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을 보였습니다. '정말 대화를 하자는 것이냐'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저건 투쟁 명분쌓기용 아니냐. 안되는 걸 주장해놓고, 나중에 가서 정부와 사측을 욕하면 5백명 모일 총파업에 5천명 모이게 되는거 아니냐'는 식이었죠.

그런데, 사흘이 지나 한국노총과 함께 한 오늘 회견에선,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더욱 유화적인 제스처가 엿보입니다. 우선, '..싫으면 정부는 빠져라. 우린 정치권을 상대하겠다'가 빠졌습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기존 틀에 대한 존중이랄까..그런 것이 더 강해졌습니다. 노사정위 실무자는 이것을 '한국노총이 설득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난 금요일 제안만 갖고는 사.정에서 시큰둥하니까, 일단 대표6자회의에 들어와라. 그러면 의제 부분에 있어서도 일보진전된 교섭이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이용득위원장이 말했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의제 부분과 관련해서도, 일단 민주노총은 한발을 뺀듯한 모습입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비정규직법안의 내용을 수정하자는게 아니라, 그런 논의를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할 지, 즉 어떤 틀에서 다룰지'를 논의하자는 것이죠.

노동계는 기존입장보다 상당히 많이 양보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공을 정부와 정치권으로 넘겼습니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교섭만 충실히 한다면, 4월국회에서의 법안처리에 무조건 반대하는게 아니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만나고 하면, 보름에서 20일만에 충분히 교섭 다 하고 4월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총력투쟁으로 맞서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아무런 교섭없이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에 한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민주노총과의 온도차가 상당히 많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민노총의 총파업 돌입조건은 훨씬 강경합니다.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도 아니고, '환경노동위 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면' 바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민노총의 입장입니다. 4월1일 경고총파업 방침도 오늘 이시점 현재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민노총과 한노총은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얼마뒤 드러날 이런차이보다는 현시점의 의견일치를 누차 강조했습니다. 넘겨받은 공을 정부와 여당이 되찼을 때, 양대노총이 어떻게 받아낼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