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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 "금감원에 민원 넣으면 오히려 손해"

남승모

입력 : 2005.02.23 19:57|수정 : 2005.02.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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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금융기관에 대한 불만을 신고받는 금융감독원 민원실이 오히려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신고를 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말, 왜 나오는지.

기동취재 남승모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안준필 씨는 입원한 지 반년이 되도록 보험금을 받지 못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민원을 접수하기가 무섭게 보험사는 소송을 걸었고 병원에서는 강제 퇴원을 당했습니다.

기대를 걸었던 금감원에서 받은 거라곤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는 통지서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안준필/금감원 민원실 이용자 : 생활이 너무 어렵고 막막해 호소를 하려고 금감원을 찾아갔는데 어떻게 해결은 안되고 반대로 소송을 하게 만드나?]

문제는 금융기관과 다투는 피해자들의 민원 상담을 금융기관 직원들이 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의 상담 직원 33명 가운데 24명이 이렇게 금융기관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입니다.

상담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금감원 민원실 상담원/금융기관 파견자 : 저는 접수만 하면 끝난 거예요. (그럼 서류처리한 사람을 만나게 해줘요.) 상담해서 될 일이 아니라니까요. 일단 인터넷으로 접수하시면...]

이렇다보니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금감원에 민원을 내면 나의 억울함이 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험회사에서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감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직원 : 효율성 측면에서 '상담은 금융사 직원들이 맡도록 하는 게 보다 더 나을 것이다'라는 판단하에 상담은 모두 금융사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어요.]

명백한 말 바꾸기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2000년 SBS 취재로 민원실 운영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자 문제점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조경영/금감원 소비자보호실 실장 : 앞으로는 파견직원 대신에 우리 직원들을 전문 상담요원으로 채용해서 대처해 나갈 계획입니다.]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큰 소리입니다.

[금융감독원 직원 : 이게 그렇게 중요한 사안입니까? '어이없게도 보험사 직원들이 상담을 맡고 있다' 이런 말 자체가 저는 취재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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