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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겨울을 녹이는 천사

박정무

입력 : 2005.02.19 19:42|수정 : 2005.02.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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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오늘(19일) 테마기획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 방치된 치매 노인들을 가족처럼 정성껏 돌봐온 한 부부의 얘기입니다.

박정무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 창신동에서 의류 제조업을 하고 있는 차경남, 김혜영씨 부부.

차씨 부부는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틈만 나면 찾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 가세요?) 꼭 들를데가 있어요.]

바로 관절염과 치매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두 할머니의 집입니다.

차씨 부부는 문안을 여쭙자마자 정성껏 안마를 해드리고 식사준비도 합니다.

끼니를 제때 챙기기도 힘들었던 두 할머니는 차씨 부부의 정성에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듯 합니다.

[김혜영 : 말로는 제대로 표현을 못하고 자꾸 우시기만 하는데 너무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나들이도 차씨 부부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차씨 부부가 할머니들을 보살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80대 두 할머니가 2평 남짓한 차가운 방에 방치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섭니다.

[차경남 : 당시 찬 물만 나오고요. 두분이서 하루 한끼 라면만 드시고 해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지요.]

차씨 부부는 넉넉지 않은 주머니를 털어 온수기와 가스레인지를 설치했습니다.

힘들고 지치게 돼 자식들 조차 꺼린다는 치매치료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부부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할머니들의 병세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백옥진(82) : 말할 것도 없어.우리를 살린 거야. 1년이 넘도록(방치돼 있었어) 저거 다 아무것도 없었어 ]

차씨 부부의 작은 이웃 사랑이 을씨년스런 겨울의 끝자락을 훈훈한 온기로 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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