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매서운 강추위 속에서도 최근 한 달이 넘게 난방없이 지내온 아파트가 있습니다.
관리비를 둘러싸고 주민 대표들끼리 싸움이 붙으면서 고장난 난방 설비를 제때 고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중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67살 이영상 할아버지는 온기없는 방에서 8살짜리 손자와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다른 손자 셋은 아이들 외갓집으로 보낸지 오래입니다.
[이영상(67):
(이불을 몇 겹 깔아놓으셨어요?) 한 겹, 두 겹, 세 겹, 네 겹, 다섯 겹 피고, 이불 덮고 자는 거에요.
오죽하면 손주 놈들 몰아냈겠어요.]
같은 동에 사는 10살 지혜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불을 가득 펴 놓은 방안에서 지혜는 장갑을 끼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는 영상 18도씨 안팎. 하지만 방안의 온도는 10도가 채 되지 않습니다.
주민 백여세대가 이런 냉방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지난 연말 중앙 보일러에서 각 가정으로 연결되는 난방용 관이 낡아 부서지면서 난방이 끊긴 것입니다.
이 관을 수리해야 하지만, 관리비 집행권을 둘러싸고 주민 대표들이 편을 갈라 법정 싸움까지 벌이면서 수리는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유희문/비상대책위원장:
두 입주자 회장들이 통장을 자신들이 갖고 있으면서 관리비에 쓰여야할 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거죠.]
구청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노원구청 담당 공무원: 아파트 단지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적극 개입한다는 것은 굉장히 그.]
주민 대표들의 눈먼 다툼 때문에 주민들만 애꿎게 냉골에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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