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휴가기간 집에 내내 있으면서 그동안 놓쳤던 영화 몇편을 DVD로 빌려보았습니다. 연체료의 압박이 조금은 있었지만 출근의 압박은 없었기에 밤늦게까지 메이킹 필름이나 코멘터리같은 부록까지 챙겨보는 것도 여유롭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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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여운도 많이 남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는 영화 두 편, 불어로 만들어진 캐나다 영화 [대단한 유혹]과 이란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대단한 유혹]몇년전 캐나다 여행을 갔을때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초기에 개척된 퀘벡 지역은 이주해 온 조상들이 프랑스 인들이라 불어 문화권이고 그 이후에 개척된 나머지 지역은 영어를 쓰는 문화권이어서 영어와 불어가 도로표지판, 관광안내도는 물론 상점에서 파는 물건에도 나란히 쓰여있더군요. 영어가 더 보편적인 토론토에서 머물다가 퀘벡주로 넘어갈때 불어를 모르는 저로서는 긴장했지만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객 입장에서 불편함을 거의 못느낄 정도로 영어가 통해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대단한 유혹]은 불어로 만들어진 캐나다 영화입니다...얼핏 제목만 보고는 화끈한 에로 영화같지만 뜻밖에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휴먼 코미디 영화입니다. 캐나다 퀘백주의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작은 섬 생 마리 주민들은 한때 고기잡이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지만 어획량이 줄면서 점점 쇠락해졌고 이제는 나라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신세입니다.(연금만 받아서 생활이 가능할 정도인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더군요.-.-;) 하나 둘 씩 도시로 떠나고, 마을 시장까지 딸 치아 교정을 핑계로 밤에 도망치듯 육지로 빠져나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플라스틱 공장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장 설립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어서 몇년째 지지부진인데 그 조건은 바로 섬에 최소한 5년 동안 상주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던 어느날 몬트리올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잘 나가던 크리스토퍼라는 의사가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이 섬에 한달간 진료를 하러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의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상천외한 대규모 작전(?)을 전개합니다. 일단 정보를 얻기 위한 전화 도청부터 시작해 매일 밤 돈을 흘려두어 줍게 만들기, 의사의 낚시줄에 죽어서 언 고기를 걸어주고 심해에 사는 고기라서 차다고 둘러대기 등등 포복절도할 소동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런 도청과 거짓말을 알게된 의사가 분노하자 주인공 제르맹이 말합니다. "연금을 받으면 수치심도 함께 받는다. 돈은 써서 없어지지만 수치심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의 백미이자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대사입니다. 영화는 우여곡절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만성적인 실업문제가 심각한 우리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하는 즐거움, 노동의 보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요즘 서구 영화계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란 영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영화 제목을 보고 역시 술취한 사람이 내뱉는 상당히 철학적인 주정(?)인가 생각했지만 그 말이 아니고 타고다니는 말(馬) 이더군요. 정확히는 짐을 싣고 다니는 노새인데 이 지역에서는 눈보라를 뚫고 이동할때 노새에게 술을 먹여서 추위를 잊게해주는 방법을 씁니다. 이란 영화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라크 접경지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나들며 물건을 사고 파는 쿠르드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라없는 민족으로 중동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터키, 이라크 등지에서는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펼쳐 이 나라들이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민족의 인구를 다 합하면 2-3천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열두살 나이의 주인공 아웁은 아버지가 밀무역을 하다가 지뢰를 밟아 돌아가시는 바람에 졸지에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소년 가장이 됩니다. 게다가 남동생 마디는 15살인데도 3-4살 몸집의 왜소증이라는 장애를 앓고 있어 약값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다 의사 선생님은 마디가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몇달안에 죽을 운명이라고 진단을 내립니다. 아웁은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밀수 행렬에 심부름꾼으로 끼어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오랜 전쟁으로 사방에 지뢰가 깔려있고 매복을 하며 지키는 군인들이 언제 어디서 총을 쏠지 모르는 위험에다가 노새에게 술을 먹인 다음 움직여야 하는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어른들도 힘든 일입니다. 이런 형편속에서 누나는 동생 마디를 함께 데려가 수술을 시켜준다는 조건으로 이라크 총각에게 팔려가다시피 시집을 가는데, 시어머니의 극렬한 반대로 노새 한마리를 얻어오는 조건에 만족하며 마디는 다시 돌아옵니다. 아윱은 이라크 국경너머로 가서 노새를 팔아 그 돈으로 동생을 수술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밀수행렬에 합류하는데 매복한 군인들의 습격을 받아 행렬은 흩어지고 노새는 너무 술을 많이 먹여서 일어나지 못하고 총소리는 점점 다가오고...동생을 살리겠다고 나선 길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많은 관객을 울렸던 [엄마없는 하늘아래]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울고 짜면서 관객의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관습적인 최루물과는 사뭇 다릅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참혹한 현실에 놓인 어린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과 때묻지 않은 영혼을 지켜보는 감동의 파장은 잔잔한 듯 하면서도 격렬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관찰자이자 나레이터로 나오는 깜찍한 여동생 아마네가 오빠 마디에게 수시로 뽀뽀하는 모습이나 오빠 마디를 데리고 아빠 묘지에 찾아가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하는 모습은 그지없이 아름답지만 그만큼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긁습니다. 현실이 고달프고 힘들다고 느껴질때 이 영화를 본다면 그 느낌이 오히려 사치스럽다고 여겨질 정도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않는
어린 영혼들의 모습은 굳이 특정 종교를 들먹이지않더라도 '살아있음을 감사하라'는 경구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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