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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일문일답

이주형

입력 : 2005.01.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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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일문일답입니다.

그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경제 살리기, 기업과 관계 설정, 성장-분배 논란, 교육부총리 인사 문제등에 대한 내용을 따로 떼 편집했습니다.

- 남북특사 얘기도 있는데,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과 구상은 무엇인가?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이 진전된 방안을 얘기할 수 있나?

" 내 입장은 분명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하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또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안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낮다.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면 너무 길 것 같다. 지금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리고 흥정도 마찬가지듯이 가능성 낮은 일을 자꾸 목을 달아매면 협상력이 떨어지죠? 사자고 자꾸 매달리면 값이 비싸지죠? 그러니 가능할 때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희망사항이지만, 협상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 방향으로 분위기만 띄우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6자회담에 부정적인 전망은 전혀 하고 싶지 않다.

- 지난해에도 일자리 창출 얘기했는데, 성과가 여의치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일자리 창출 약속하고, 이제 중소기업 활성화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실적을 계량화해서 발표할 의향은 없는가? 대통령은 기업총수들을 개별단위로 만나서 편하게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를 듣고 주문사항을 얘기할 생각이 없나?

"좋은 말씀이다. 경제가 대통령 입에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지 않아서 고민이다. 그러나 대통령도 경제살리기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는 있다. 지난해 일자리가 45만개 정도 늘어났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지고 일자리 품질이 나빠져서 실업통계상 일자리가 있는 사람도 일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위 비정규직의 격차 문제가 남아있다. 어쨌든 지난해 목표달성은 했다.

재벌총수들 만나서 고견을 듣고싶다. 그분들 경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재벌총수뿐 아니라 큰 성공을 이룬 분들의 견해를 들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중 얘기처럼 재벌총수 만나서 사업 독려할 생각은 없다.

만나서 기업의 사기를 살리는 사고는 이 시대에 맞지 않다. 그런 식으로 살아나는 투자의지는 진정한 투지의지가 아니다. 합리적인 투자의 계산, 판단에 있어서 도전적 의지를 가지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중요하다.

일부 경제단체 간부들이 말하듯이 조용히 만나서 애로사항 들어주고 투자 독려하는 것은 민주주의 지도자 시대에 할 일이 아니다. 개별적으로 만나도 줄 게 없다. 그러니 특별한 격려도 되지 않을 것이다."

- 경제에 대한 강조가 국보법 등을 포괄해서도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집권3년차 맞았지만, 여전히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란이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나 증권집단소송제를 놓고 당정의 생각이 엇갈리고 당정 합의사항이 번복될 때도 있다. 입장을 명확히 해서 시장에 하나의 시그널을 줘야 하지 않나?

"경제와 비경제분야 정책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배타적 선택의 관계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보법을 경제법안에 걸어버렸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국보법 하려다가는 경제법안도 안되겠다는 관계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걸지만 않았다면 경제는 경제이고, 국보법은 국보법이고... 동시에 두 배 세 배 할 수 있었다. 국회에서 그렇게 걸고 싸우지 않았더라면 이번에 통과시킨 법보다 몇 배나 많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국정원에서 과거사 조사한다고, 국방부에서 군대내 과거 의혹사건을 조사한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나빠지는 게 있나? 전혀 관계없는 것을 묶으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경제를 내세워서 일부 개혁법안들의 발목 잡기를 하고, 발목 잡으려고 예산안도 제대로 통과 못될 뻔했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은 둘 중 어느 쪽이 중요합니까? 나에게 그렇게 묻는 사람에게 저는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묻고싶습니다.

지금 경제 잘하는 나라에서 성장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고, 분배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잘하는 나라는 둘 다 잘하고, 못하는 나라는 둘 다 시원치 않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포퓰리즘으로 알려진 국가도 성장과 분배 문제 때문에 경제가 침체해 있는 게 아니다. 포퓰리즘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잘못된 경제이론이 마치 통설인양 왜곡돼 있다. 정설이 아니라 논쟁이 많은데, 경제이론을 정파적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분배와 성장 문제는 두 마리 토끼의 관계가 아니다.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기에 반드시 함께 성공시켜야 한다.

- 최근 대통령이 교육부총리 인사파동과 관련해서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그렇지만 정무적 책임이 있는 김우식 비서실장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을 실용주의노선과 연관지어 해석하는데 배경을 듣고싶다. 인사파동때 말씀하셨던 '대학은 산업'이라는 명제가 후임 부총리 인선에서도 유효한 기준인가?

"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이냐? 최종판단은 내가 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나는 징계절차도 없고 난감하다. 그래서 우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내 잘못이다. 민정수석이 검증절차를 맡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검증이 무엇인지 모호했던 것 같다. 검증해서 문제된 사실만 제대로 적어서 올리면 검증 역할은 끝나고 판단은 대통령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된 검증이었다면 민정수석이 안 된다고 하면 임명불가로 처리할 수도 있었다. 판단까지 하는 것이 검증이냐, 사실까지만 책임지는 것이 검증이냐? 후자라면 민정수석은 책임 없다. 인사수석도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매우 불쾌해하고 책임을 물으라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부득이 책임을 물었다.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뜻으로 한 인사조치다. 인사수석은 다행히 재임기간이 길기도 했고, 검증인인 민정수석은 해당부서였고... 비서실장을 놓고 자꾸 노선 얘기를 하는데.... 이 문제는 노선과 상관없이 처리했다. 나는 노선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평가를 하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치우치지 않는 국정이 좋은 게 아닌가? 국민들이 저를 약간 개혁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니 비서실장은 약간 덜 치우친 사람으로 보는 것도 좋지 않나? 듣고 보니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문책조치는 국민들에게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의 것이다. 너그럽게 양해해달라.